현대자동차, 사드 여파·리콜 사태에 자금 조달도 '주저'
입력 2017.05.19 07:00|수정 2017.05.22 09:18
    채권시장 재등장 여부에 시장 '관심'
    자본시장 이미지 실추 우려에 당분간 조달 계획 없어
    • 안팎에서 악재를 맞이한 현대자동차가 직접금융시장에서도 등장하기를 주저하는 분위기다. 국내외 점유율이 하락하는 가운데 사상 초유의 리콜 사태까지 터졌다. 이런 상황에서 자금 조달에 나설 경우 자칫 자본시장 내 평판마저 하락할 수 있다는 판단에 저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당분간 공모 회사채 시장에 등장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현대자동차의 올 1분기 연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다음달 8일 만기도래하는 5580억원 규모의 보증 사채를 제외하곤 올해 갚아야 할 채권이 없다. 해당 채권은 현대자동차의 해외 법인이 조달한 해외 채권이다. 현지에서 차환 발행될 가능성이 커 현대자동차의 자금 확보 필요성은 크지 않다.

      시장에선 끊임없이 현대자동차를 향해 ‘구애’를 펼치고 있다. 높은 신용등급과 저금리의 시장 상황을 활용해 필요한 자금을 채권 시장에서 조달하라는 것이다. 현대자동차 역시 확실한 발행 의지를 표명하고 있지는 않지만 시장과의 끈은 놓고 있지 않다.

      다만 현대자동차가 공모채 시장에 재등장할 가능성은 실질적으로는 높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지난해처럼 차환 발행에 나서는 대신, 보유 현금으로 차입금 상환자금과 운전자금 등의 자금 소요를 보유 현금으로 충당하는 쪽으로 기울어진 분위기다.

      회사채 시장의 유동성은 여전히 풍부하다. 하지만 현대자동차가 마주한 사업 환경이 어느 때보다 불리하다는 점이 소극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자동차는 보호 무역주의와 글로벌 업체들과의 기술 격차 확대로 고전하는 사이 작년 하반기에는 중국의 사드 보복 이슈까지 불거졌다. 올 1분기 현대차의 중국 시장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4.4%나 감소한 19만6000대에 그쳤다. 설상가상으로 국내에서는 사상 초유의 리콜 사태까지 빚어졌다.

      현대자동차를 둘러싼 악재들이 자본시장 접근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회사는 유리하지 않은 지금의 영업 환경에서 신규 자금을 조달하는 모습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리콜 사태까지 맞은 지금, 채권 시장에 등장한다면 현대자동차의 자금조달 여건마저 저평가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회사 내부 분위기"라며 "평판 훼손을 걱정하며 자본시장에서의 등장을 주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현대자동차가 자본시장에서의 평판을 우호적으로 관리하면서 이럴 때일수록 접촉을 더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현대자동차가 현시점에 자본시장과의 접점을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라며 "추후 자금조달 필요성이 커지는 때를 대비하기 위한 내부의 전략적 고민도 커지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