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외화채 발행 봇물
입력 2017.06.22 07:00|수정 2017.06.22 07:00
    북핵 이슈·국정 공백 악재 걷혀
    분위기 바뀌자 조달 금리도 하락
    • 한동안 잠잠했던 일반 기업의 해외채 발행 소식이 연이어 들리고 있다. 앞서 해외채 발행의 테이프를 잘 끊은 은행권도 발행을 이어가고 있다. 시장 유동성이 풍부한 가운데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작용했던 북핵 이슈와 국정 공백 사태가 잠잠해지자 한국 채권을 찾는 해외 투자자가 늘고 있다.

      GS칼텍스·대한항공·두산인프라코어 등은 해외에서 채권을 발행했거나 발행할 예정이다. 올해 발행은 대부분이 6월에 이뤄졌다. 올 4월까지 악재였던 지정학적 리스크와 정치적 공백이 걷히면서 외화채 발행이 재개됐다는 평가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5월 들어서 북핵 리스크로 대표되는 각종 부정적 요소들이 사라진 분위기"라며 "이후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예년처럼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화채 발행에 나선 기업들의 자체 신용도가 높아진 점도 투자 매력도를 높였다.

      GS칼텍스는 사상 최대 실적으로 신용등급 상향 기대감이 커진 점이 해외자금 조달에 영향을 끼쳤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자회사인 두산밥캣이 미국 소형건설 기계 수요 증가로 분위기가 개선되며 외화채 발행을 준비 중이다. 대한항공은 한진해운 리스크가 사라지자 투자자들이 해외 영구채 투자를 재개했다.

      발행 환경 개선 분위기는 조달 금리에 반영되고 있다. GS칼텍스는 투자자들에게 처음 제시한 금리 가이던스 수준보다 25bp(1bp=0.01%포인트) 낮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했다. 대한항공도 지난해 투자자들이 추가로 요구하던 2~3bp의 금리를 가산하지 않은 연 4.88% 수준의 최초 이자율로 하이브리드채권(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국내 은행들은 연초부터 국내외 자금시장에서 원활하게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화폐 충원부터 자본확충까지 목적은 다양하다. KB국민은행은 보기 드물게 포모사본드(해외 기업이 타이완 자본시장에서 타이완달러(TWD)가 아닌, 다른 통화로 발행하는 채권)를 발행하기도 했다.

      조심스레 해외 시장에 나섰던 은행들은 목표 이상의 자금을 예상보다 낮은 금리에 조달하느라 바쁘다. 국내 정세가 안정화한 가운데 금리가 안정기에 접어든 점이 국내 은행권 채권의 투자 수익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미국 대선 후 출렁이던 자금 시장이 빠르게 안정화되고 글로벌 경기도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많아짐에 따라 투자처를 찾는 유동성이 많아진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본다”며 “국내외 자금 조달 환경이 상당히 우호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미국 대선 후 1.8% 수준까지 치솟았지만 올해 들어선 1.7%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작년에 비해선 수익률이 높으면서도 안정적이기에 투자자의 부담이 줄어든 상황이다.

      시중은행의 자체 투자 매력도도 높아졌다. 이자 이익 감소, 새 먹거리 부재, 경쟁 과열에도 은행들은 양호한 이익을 나타내고 있다. 가계부채 부담 역시 은행의 근간을 흔들 위험요소는 아니란 평가가 많다.

      선진 시장 은행들의 부진이나 아시아 다른 나라들의 신용도 하락에 따른 반사 이익도 보고 있다.

      자산운용사 채권투자 담당자는 “유럽 주요 은행들의 부진으로 아시아 등 다른 지역 은행에 대한 투자 수요가 늘어났을 것”이라며 “최근 중국이나 카타르의 국제 신용등급이 하락한 반면 우리나라와 은행의 신용등급은 안정적인 것도 국내 은행들의 자금조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