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복귀한 CJ그룹, 제2의 대한통운 찾을 '빅딜 DNA' 되살아날까
입력 2017.07.05 07:00|수정 2017.07.06 11:03
    6년 전 포스코-삼성·롯데 제치고 대한통운 인수한 CJ그룹
    수장 공백기 거치며 '빅딜 DNA' 약화
    컨트롤타워 정비 재시동…'제2의 대한통운' 출몰 기대감↑
    재무여력은 약화…자본시장 활용 의지 중요해져
    • CJ그룹의 대한통운 인수는 거래가 완료된 지 6년이 지났지만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여전히 회자된다. CJ그룹이 유력 인수 후보였던 포스코-삼성 연합을 제치고 존재감을 각인시킨 M&A 거래다.

      인수전 중후반까지만 해도 포스코 컨소시엄 쪽으로 기울었던 전세를 역전시킨 건 오너의 과감한 베팅이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대한통운 본입찰 마감을 앞둔 당일, 종가 대비 50%가 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는 승부수를 띄웠고 대한통운을 품에 안는 데 결국 성공한다.

      CJ그룹은 이후 시장에서 불거진 '승자의 저주' 우려도 불식시키며 CJ대한통운(CJ GLS-대한통운 합병 법인)을 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키워낸다. 국내 M&A 역사상 피인수 회사가 그룹 주력 계열사로 성장한 사례는 CJ대한통운이 유일하다 싶을 정도로 흔치 않다. CJ그룹의 인수 후 통합(PMI) 작업 능력은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최근 CJ그룹이 과거 대한통운과 같은 굵직한 투자를 할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이유 중 하나가 PMI"라며 "M&A 이후의 과정에 대한 노하우가 있어 대형 딜도 해볼 만하다는 게 시장의 평가"라고 전했다.

      CJ그룹은 올 한해 4년여간의 오너 공백기 동안 사그라들었던 '빅딜 DNA'를 되살리기 위한 전열 정비에 나설 전망이다. 이재현 회장이 복귀한 지금이 적기다. 그룹의 과감한 투자전략을 결정하고 투자 리스크를 짊어질 수 있는 수장이 있어야 주요 계열사의 크고 작은 M&A 거래를 중개하는 자본시장과의 연결고리도 넓어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재현이 회장이 자리를 비운 4년 사이 CJ는 손경식 회장, 이채욱 부회장 등 경영위원회의 노련함으로 어려운 시기를 비교적 잘 견뎌왔다. 무리한 투자를 지양하고 계열사별 실적 관리에 공을 들이며 내실을 성장시켰다. 이재현 회장의 부재가 무색할 만큼 '매출100조원' 달성을 목표로 세우는 자신감도 가지게 됐다. 완주에는 실패했지만 국내외 대형 M&A 시장에 꾸준히 명함을 내밀며 CJ그룹만의 트랙 레코드를 쌓아 나갔다.

    • 동시에 이재현 회장이 구축해 놓은 M&A 조직이 와해되고 인수 주역들이 뿔뿔이 흩어지면서 대한통운 인수 같은 '통 큰 한방'은 없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그룹은 대한통운의 투자 성공 사례를 이어가기 위해 외부 전문가를 영입했지만 오너의 빈자리를 메우기엔 부족했다는 평이다. APL로지스틱스·메이화성우·맥도날드·바디샵을 포함한 대규모 매물에 관심을 보였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시거나 포기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M&A 업계 관계자는 "전문경영인 등 5인으로 구성된 경영위가 의사결정을 하며 그룹의 각종 투자를 진두지휘하며 내실을 다졌다"면서도 "한편으론 오너가 자리를 비우게 돼 책임질 사람이 없다 보니 그룹 사업 확장 차원에서 과감한 시도가 보이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M&A 업계 관계자도 "(CJ그룹이) 글로벌 시장에 방점을 찍고 있어 해외 매물은 계열사 내에서 모두 검토하고 있다"며 "전문가에 접촉해 인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매물 위주로 검토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란 생각을 안 한 것은 아니다"고 귀띔했다.

      실제 수장 공백 기간 동안 대형 M&A 거래에서 CJ그룹과 손을 잡았던 IB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CJ그룹 거래에 참여했던 복수의 로펌 관계자들은 "(M&A를 진행하는 데 있어) 서류 작성 등 기초적인 작업에서만 협업이 이뤄지고, 내부 정보가 공유가 되지 않는 일이 적지 않았다"며 "M&A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가 명확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결국 돌아온 이재현 회장과 그룹의 과제는 과감한 투자 전략을 효과적으로 이행할 탄탄한 조직과 자본시장 활용 노하우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재 CJ그룹은 각 계열사 내에 M&A 관련 조직을 갖추고 있다. 5000억원 미만 거래의 경우 각 계열사가 주도해 소싱부터 모든 단계를 담당하고 지주사엔 진행 상황과 결과 등만 전달하고 있다. 대형 거래는 지주사와 그룹 계열사가 협업해 전략을 세우고 있다. 여러 조직이 그룹의 M&A에 관여하고 있어 계열사와 지주사 간 의견 조율이 원활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CJ제일제당이나 CJ대한통운 등은 자체적으로 규모가 큰 딜도 직접 진행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지주사와 계열사가 생각하는 그림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회장 복귀 이후 CJ그룹도 M&A에 속도를 내기 위해 각사 별로 외부 M&A 전문가 영입에 관심을 쏟고 있다"며 "이들 전문가를 어떻게 활용할 지가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호를 낮추고 투자은행(IB)과의 관계를 돈독히 쌓을 필요성도 거론된다.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기 위한 실탄이 넉넉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CJ그룹 연결 총차입금은 9조7000억원으로 10조원에 육박한다. 연결기준 그룹이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1조6000억원을 나타내고 있다. 그룹이 발표한 투자 계획과 지배 구조 개편에 대비해 현 수준의 실탄은 언제든 사용 가능한 자금으로 비축해둬야 한다.

      CJ그룹에 정통한 IB 업계 관계자는 "재무적투자자(FI) 입장에선 CJ그룹 관련 참여 여지가 많아져 관심을 두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각 계열사마다 재무제표를 뜯어보며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회장 부재시처럼 거래가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르렀을 때 요청하는 건 늦은 감이 있어 보인다"며 "그룹은 장기적인 차원에서 큰 그림을 그리지만 FI는 몇 년 뒤 회수 방안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