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같지 않네"...'홈플러스 유동화' 향한 달라진 시선
입력 2017.07.17 07:00|수정 2017.07.19 16:14
    천안점ㆍ조치원점, 5개월째 매각 난항 중
    투자자 모집 잘 된 2012~2013년과 달라
    "업황 성숙…PEF 보유 기업이라 더 불리"
    • 국내 자본시장에서 홈플러스 점포 유동화 '소화'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 대형마트 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투자 매력이 하락해서다.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보유한 기업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는 관측이다. 홈플러스의 기업 가치를 개선 중인 MBK파트너스의 고민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현재 시장에는 홈플러스 서울 남현점ㆍ인천 송도점ㆍ충남 천안점ㆍ충남 조치원점 등이 매물로 나와 있다. 수도권이라 입지가 좋은 남현점과 송도점은 거래 종결(closing)이 어렵지 않을 전망이지만, 천안점ㆍ조치원점은 매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2월 코리아에셋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펀드 청산을 추진했지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운용사가 자금 모집에 실패해 거래가 중단됐다.

      홈플러스 점포 유동화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떨어진 것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해 유경PSG자산운용이 6800억원에 인수한 5개 점포(서울 동대문점ㆍ인천 가좌점ㆍ경기 김포점ㆍ경기 북수원점ㆍ경남 김해점)도 투자자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유경운용은 지난해 말 펀드를 결성해 7년 만기에 연 7%대 중반의 수익률을 조건으로 2520억원을 조달했다. 연기금ㆍ공제회ㆍ보험사 등이 출자자(LP)로 참여했지만, 일부 기관투자자의 심의가 길어지면서 설정이 지연됐다. 당시 유경운용은 NH투자증권을 통해 개인투자자에게 100억원가량을 모집했다. 이달에는 200억원을 개인으로부터 추가 조달하기로 결정했다.

      이지스자산운용도 지난달 개인으로부터 홈플러스 점포 인수 자금을 모았다. 전북 전주효자점 인수를 위한 1877억원 규모의 펀드 중 667억원을 개인에게 배분했다. 공모 형태로 KB국민은행ㆍKB증권ㆍ한화투자증권 등의 창구에서 투자자를 모집했다.

      홈플러스는 지난 2012년부터 매각 후 재임차(SLB) 방식으로 점포를 유동화해왔지만, 이처럼 투자 기회가 '개인'에게 열린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기관 대상 자금 모집이 어려워진 운용사들이 시선을 돌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고 재테크에 대한 개인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거시적인 투자 환경이 변하기는 했지만, 개인 대상으로는 자금 모집부터 회수(exit)까지 관리하기가 까다로운 것이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불구, 개인은 기관에 비해 원하는 목표 수익률이 낮고 홈플러스라는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 판매하기가 더 쉬웠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 4~5년 전까지만 해도 홈플러스 점포 유동화 거래에 기관을 모집하기가 지금처럼 어렵지는 않았다. 2012년 홈플러스 점포 유동화의 포문을 열었던 서울 영등포점ㆍ서울 금천점ㆍ경기 동수원점ㆍ부산 센텀시티점 매각 당시에는 너댓 개 운용사가 인수 경쟁을 벌였다. 교직원공제회ㆍ군인공제회ㆍ과학기술인공제회 등이 비교적 빨리 투자를 결정해 펀드 결성도 순항했다.

      2013년 경기 부천상동점ㆍ경기 수원영통점ㆍ인천 작전점ㆍ대구 칠곡점 매각 때에도 보험사와 상호금융사를 중심으로 자금 모집에 참여를 원한 기관이 많았다.

      그러나 이후 정부 규제 등의 영향으로 대형마트업의 성장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투심(投心)이 차가워졌다는 분석이다.

      신규 출점 규제 등으로 점포 확장에 어려움을 겪으며 국내 소매(retail)업 중 대형마트의 매출액 점유율은 2013년 12.3%를 정점으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대형마트는 2020년까지 1%대 성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1~2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유통업태의 무게추가 편의점으로 옮겨가고 있지만, 홈플러스는 자체 편의점 체인(플러스 365)의 확장에 어려움을 겪으며 사업 다각화에 실패했다.

      최대주주가 PEF 운용사라는 점도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이다. 기술 발전에 따라 업황이 빠르게 변해가면서 오프라인 유통업 추세가 '대형화'로 바뀌었다. 이마트ㆍ롯데마트 등 경쟁사는 모기업이 백화점ㆍ창고형 할인점ㆍ극장 등 다양한 유통업 포트폴리오를 갖췄지만, 홈플러스는 상황이 달라 복합쇼핑몰 구성이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평가다.

      만기(duration) 문제도 있다. SLB 형태의 점포 유동화는 계약 기간이 15~20년으로 길다. 경영권 매각 등 회수를 늘 고민하는 PEF의 특성은 LP에게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 공제회 투자 담당자는 "마트 점포는 입지와 건물 특성 상 용도 전환이 어렵다"면서 "홈플러스라는 브랜드가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경영권이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 건물은 멸실하고 토지 가치만 남을 수 있다는 우려는 있다"고 전했다.

      홈플러스에 대한 위험 노출액(exposure)이 늘어난 점도 부담이다. MBK파트너스는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 자금 7조2000억원 중 4조3000억원을 차입으로 조달했다. 당시 국내 최대 경영권 거래(buyout) 인수ㆍ합병(M&A)이었던 만큼 조달에 참여하지 않은 LP가 없었을 정도다. 주요 LP는 인수금융 투자액이 커 점포 인수에 추가 자금을 투자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