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법인 딜 부문 최대 고민은…"똑똑해진 기업들"
입력 2017.07.19 07:00|수정 2017.07.19 07:00
    [취재노트]
    네이버-미래에셋대우 자사주 교환 거래, 회계법인은 참여 못해
    대기업들, 내부 M&A전문조직에서 일 년 내내 매물 검토
    국내보단 해외기업 선호…"거래 대상 찾기 더 어려워"
    • 최근 진행된 미래에셋대우와 네이버 간의 지분(자사주) 교환 거래는 대형 회계법인들 사이에서도 큰 관심사가 된 거래였다. IT업체가 이례적으로 대형 증권사와 손을 잡아 주목을 받았다. 그 배경과 이들의 교류 확대 가능성에 회계법인 딜 부문 관계자들도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회계법인은 커녕, 국내IB들도 이번 거래에 참여한 곳이 없었다. 법무법인 광장이 네이버 측의 법률 자문사로 이름을 올렸을 뿐이었다. 인지조차 하지 못한 증권사나 회계법인이 대다수였다.

      사실 대형 회계법인의 딜 어드바이저리 부문이 대형 거래에서 배제되는 현상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삼성그룹의 하만 인수전, SK하이닉스의 도시바 인수전 때도 회계업계 참여도는 거래의 주목도와 규모를 고려했을 때 기대를 한참 밑돌았다. 그러한 추이의 배경으로는 '눈높이가 높아진 기업들'이 꼽히고 있다.

      최근 조직 개편을 마친 대형 회계법인들의 가장 큰 고민은 '똑똑해진 기업들'이다.  회계법인이 딜을 수임하더라도 이미 M&A전문가를 영입해 체계적인 조직을 구축한 기업들의 입맛을 맞추기가 갈수록 어려워졌다. 가뜩이나 기업들이 직접 거래를 진두지휘하는 사례가 잦아지면서 회계법인이 매각자와 인수자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는 영역 자체가 좁아진 터라 이들의 고민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최근 몇 년 사이 소규모 투자에서부터 대형 딜을 직접 주도해 온 삼성그룹만 보아도 마찬가지. 한 대형회계법인 파트너는 "과거 삼성 미래전략실 하의 M&A조직은 일 년 내내 인수할만한 잠재 기업들만 찾고는 했다"라며 "M&A조직이 점차 공고히 다져지면서 삼성이 IB들에게 요구하는 잠재 인수 후보들에 관한 정보 수준도 점점 높아져갔다"고 말했다.

      M&A에 대한 의지와 이해도가 커진 수장들의 성향도 기업들의 눈높이가 올라간 이유 중 하나다. 미래에셋대우-네이버 지분 스왑 거래 역시 이런 성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업계로 꼽히는 IT업계의 이해진 전 의장이 직접 고안해 내 추진한 사례로 해석되고 있다.

      회계법인 한 관계자는 "제조업 기반의 수장들과 달리 IT업계 수장들은 여러 산업의 트렌드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재빨리 습득한다"라며 "그런 리더들이 자기들만의 리그 내에서 M&A를 진행하는 경우도 많다 보니 IB들이 뒤따라가는 속도가 늦어지기도 한다"라고 밝혔다.

      또다른 대형회계법인 파트너는 "기업 실무진들에게 M&A 용어 하나하나를 설명하던 시절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기업들은 그동안의 경험으로 눈높이를 대폭 끌어 올렸다"라고 언급했다.

      최근 대형 회계법인들이 조직 개편을 진행한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다. 삼일회계법인은 최근 흩어져있던 8개의 딜 어드바이저리 사업 부서를 2개 부문으로 묶었다. 부서 내 임직원들끼리 정보를 활발히 공유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과거엔 공유하지 않던 정보를 서로 나누다 보면 기업들이 원하는 매물을 찾는 데 있어 보다 수월하게 정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 영향을 미쳤다.

      회계법인들이 기업들과 교류하며 대형 거래에 참여하기 어려운 분위기는 한동안 크게 변화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기업들이 국내보다는 해외 매물을 선호하면서 회계법인들이 제공해야 할 서비스의 난이도는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는 시각이 많다.

      대형회계법인에서 오랜 기간 주요 그룹과 거래를 진행해 온 한 파트너는 "해외 M&A를 진행할 시, 하나의 컨셉을 주며 그에 맞는 잠재 인수 후보를 찾아와 달라는 기업들도 더러 있다"라며 "해외 기업에 대한 정보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수천 개의 매물을 추리고, 이후 기업의 입맛에 딱 맞는 매물 목록을 구축하기는 정말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