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그라든 바이오 벤처투자…벤처캐피탈 옥석 가리기 본격화
입력 2017.08.06 07:00|수정 2017.08.09 09:26
    다른 업종 투자는 모두 늘었는데…바이오·제약만 급감
    거래소, 바이오 기술특례상장에 보수적 기조로 돌아서
    잇딴 투자 손실에 등 돌린 펀드 출자자(LP)
    • 바이오 벤처 투자가 시들해진 모양새다. 기술특례상장으로 상장하는 바이오 기업이 줄면서 벤처캐피탈(VC) 업체들의 회수가 까다로워진 점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VC업체의 투자 손실 가능성도 커지면서 펀드 출자자들이 바이오 신규 투자를 기피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이오·제약 기업에 투자하는 VC업체들 간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바이오·제약 업종에 집행된 신규 투자금은 1023억원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 보다 448억원 감소했다. 전체 신규 투자금에서 바이오·제약 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에서 13%로 줄었다. 올해 5월까지 이뤄진 총 신규 투자액이 작년 같은 기간 보다 480억여원가량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바이오 투자 열기가 한풀 꺾인 것이란 해석이다. 바이오·제약 업종을 제외한 업종의 신규 투자금은 모두 증가했다.

    • 거래소 주도 하에 기술성평가특례상장을 통해 상장하는 바이오 기업이 눈에 띄게 줄면서 VC 업체들의 회수(Exit) 통로가 좁아진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바이오벤처 기업의 기술성평가특례상장 현황을 보면 2011년 3곳에서 2015년 10곳으로 크게 늘었지만, 지난해엔 8개 업체만 주식 시장에 등장했다. 올해 5월까지는 기업공개에 성공한 바이오 기업은 3곳이다.

      한 VC업체 운용역은 "기술특례상장이 있으니 회수에 대한 고민이 줄어들면서 바이오 투자에 너도 나도 뛰어든 것도 부인할 수 없다"며 "일부 VC들은 거래소만 잘 '구워삶으면' 일단 상장을 통해 엑시트(회수)는 할 수 있으니 투자한 곳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VC업체 운용역도 "거래소가 작년 그리고 올해 들어서 기술특례상장을 잘 안 해주려는 분위기"라며 "지금껏 기술성평가에서 BB등급을 받은 1~2곳 정도였지만 최근엔 BB등급을 받아 사실상 6개월 동안 재심사 신청도 하지 못하게 되는 업체들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바이오 기업들이 공모가 이하로 거래되면서 투자 손실 가능성이 커진 VC업체가 등장한 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투자회수가 어려워지다 보니 펀드 출자자(LP)들이 바이오 투자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후문이다. 올해 초에 예정됐던 바이오 투자 전문 펀드 결성이 늦어지면서 투자 공백기가 생겼다.

      한 바이오 전문 VC업체 관계자는 "레고켐바이오에 투자한 KB인베스트먼트·한국투자파트너스 등 바이오 업체에 투자했던 VC들이 잇따라 손실을 입자 LP들이 (바이오 투자에) 시큰둥해졌다"며 "다른 바이오 업체에 신규 투자를 하겠다고 하면 '기존에 했던 투자 건부터 처리해야지 신규 투자가 웬 말이냐'는 반응"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SV인베스트먼트와 프리미어파트너스 등 바이오 투자 VC업체들이 거의 1년에 걸친 펀딩 작업 끝에 지난달 말에 펀드 결성하는 등 펀드 결성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투자 공백기가 생긴 것도 한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기술특례상장만 믿고 바이오 열풍에 편입해 바이오에 몰린 VC업체들로 인해 바이오 기업들의 몸값이 지나치게 높아진 점도 있다. 투자보단 투기에 가까운 투자를 하면서 단기 투자 차익을 노리는 벤처투자사가 바이오 기업들의 기업가치 기대치를 지나치게 높여놨다는 설명이다.

      한 벤처투자 업계 관계자는 "잘 모르는 VC들이 '3개월 안에 3배'라는 식으로 상장을 목전에 둔 후기 단계(창업 후 7년 이상된 기업) 바이오 기업 투자에 뛰어든 것도 문제"라며 "상장 후 딱히 사업적 성과가 나오지 않아 주가 상승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업체도 투자사도 모두 어려워지는 악순환에 빠져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과정을 지켜본 벤처캐피탈 업체와 펀드 출자자들이 바이오 투자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란 분석이다.

      결과적으로 바이오·제약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 업체들 간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할 것이란 예상도 제기된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VC들 사이에서도 모르면 하지 말자는 분위기도 조심스럽게 감지된다"며 "임상 등 바이오·제약 업종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가 낮은 채로 투자해 초기 단계(창업 후 3년 이내 기업) 투자는 거의 이뤄지지 않아 성장 잠재력이 큰 기업들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바이오 업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벤처투자사들이 바이오 투자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