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그늘에서 벗어나는 SK해운, CP 발행 임계치 달해
입력 2017.08.29 07:00|수정 2017.08.30 09:43
    물적분할 직후 발행 급증…차입금 상환용
    발행 잔액 최대치…남은 카드는 공모채 발행
    업황 불황에 기관투자 수요 넉넉지 않아
    • SK해운의 단기자금 의존도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 앞선 전방위 구조조정에도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차입금 부담이 누그러지지 않자 잇따라 시장성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SK그룹과 SK해운 간의 연결고리가 캡티브 마켓 이상으로 단단해지긴 어렵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그동안 그룹 차원의 후방 지원이 있기는 했지만, 회사의 재무사정을 해결할 수 있는 통 큰 수준은 아니었다. SK해운이 독립적인 생존안 모색에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SK해운은 최근 두 달새 세 차례의 사모채를 연이어 발행하는가하면 1~3일(영업일 기준) 간격으로 CP를 발행했다. 특히 CP 발행 잔액이 2000억원을 넘으면서 사실상 임계치에 달했다는 분석이다.

      단기자금 시장의 잦은 출몰은 높은 부채 부담을 방증한다. SK해운은 올 상반기에만 물적분할(존속법인인 SK마리타임으로 결손금 이전), 스팟성 선박 매각, 유상증자, 사업부 조정 등의 전방위 재무구조안을 가동했다. 그러나 벌크선 반선 등으로 오히려 손실이 발생하며 차입금을 크게 줄이지는 못했다. 올 상반기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여전히 2285%(부채 규모 4조4000억원)의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실제로 SK해운에 일감을 맡기려고 했던 한 기업이 차입금 구조 단기화, 높은 부채비율 등 SK해운의 취약한 재무구조를 이유로 계약을 맺지 않기로 했다는 후문도 들린다.

    • 그룹 차원의 SK해운 지원은 눈여겨볼만한 수준이라기엔 무리다. 신용공여를 하거나 결손금을 떠안는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급한 불 끄기 식의 CP 발행은 SK해운이 그룹 차원의 지원 그늘에서 벗어나 있다는 신호라는 평가다.

      사업적으로도 SK해운은 무리하게 선대를 확장하고 있지 않다. 올해부터 3년간 새 선박에 투자하는 규모는 4000억원 수준이다. 전용선(장기 운송계약) 및 벙커링(선박 연료유 공급) 사업 중심으로 사업부서를 재편 중이다. SK 계열사 물량이 핵심 수입원이자 안전판인 셈이다. SK에너지, 석유화학, 가스가 운송해야 하는 원유나 가스 물량이 전체 매출의 40%까지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그룹은 물량 확보 등 최소한의 지원을 해주겠지만, 재무구조 개선은 스스로 해결하라는 분위기"라며 "SK그룹 경영진의 머릿속에 SK해운은 크게 자리하고 있지 않다"라고 전했다.

      SK해운이 자금 확충을 위해 이제 꺼낼 수 있는 카드는 공모채 발행과 운임 장래매출채권 기반의 자산유동화증권 정도다. 실제 SK해운은 올 9월 공모채 발행을 준비 중이다. A급 회사채들의 훈풍에 편승해 가려는 분위기이지만 흥행 여부는 미지수다.

      해운 업황을 보여주는 지수들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이제 막 불황의 터널을 빠져 나온 정도다. 한진해운 사태로 국내 해운사들이 취급하는 선복량이 기본적으로 대폭 줄었다. 한진해운 물량은 홍콩과 중국 선사들의 몫이 됐다. 우리 선사들의 덩치를 키워 줄 유일한 방법인 정부의 해운 구조조정안은 정권 교체 시기를 지나면서 특색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채권 시장 한 관계자는 "투자자들의 해운사 채권에 대한 트라우마가 아직 가시지 않아 공모채 시장에서 큰 규모의 투자수요를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동시에 '그래도 SK 계열사'란 인식이 공존하고 있어 이런 시장 상황을 반영해 구체적인 금리 수준 등을 고민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