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회사채 시장 향방 가를 건설사…'옥석 가리기' 시작
입력 2017.09.01 07:00|수정 2017.09.04 18:21
    롯데건설 채권 흥행 성공…SK건설·대림산업도 무리 없이 소화 전망
    시장 타진 중인 포스코건설, 경기·인천에 편중된 사업장이 리스크
    주요 투자층은 리테일·법인이 주가 될듯
    • 하반기 회사채 시장 분위기를 좌우할 주된 요인으로 건설사 채권 발행 성적이 꼽히고 있다. 건설사들이 조달 조건에 있어 깐깐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건설사 채권 투자자층도 두터워지고 있어 상당수는 무리 없이 자금을 확보해 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건설사 별 등급이나 사업군에 따라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달라지는 등 '옥석 가리기'는 이뤄질 전망이다.

      주요 건설사들은 본격적인 하반기 자금조달에 팔을 걷어붙였다. 첫 주자였던 롯데건설이 개별민평(민간채권평가사들이 집계하는 금리 평균) 대비 106bp(1bp=0.01%포인트) 낮은 수준에서 금리를 확정하며 첫 테이프를 잘 끊었다. 과거 3년 만기 공모채를 4.3%, 4.8%의 금리로 발행했던 롯데건설은 첫 3%대 채권을 발행, 처음으로 증액까지 결정했다.

      롯데건설의 준수한 성적은 다음 주자들에게 안도감을 주고 있다. 이경록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8.2 부동산 대책으로 건설사 투자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만큼 롯데건설 수요예측 결과가 주는 의미는 작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의 유연해진 채권 발행 전략도 우호적인 자금 조달 분위기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장기 자금이나 공모 방식을 굳이 고집하는 등의 불필요한 무리수는 두지 않고 있다.

      회사채 시장 한 관계자는 "금리나 만기 등 세부 계약 조건에 있어 고자세를 취하기보단 효율적인 조달 방법을 모색 중"이라며 "실제 롯데건설·SK건설 등이 공사모 회사채를 번갈아 발행하며 투자 수요를 수월하게 확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롯데건설의 흥행도 만기 구성을 2년으로 가져간 점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재건축 수요로 주목받고 있는 건설 시장에 향후 2년 간은 사업·재무적으로 큰 이슈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게 중론"이라며 "그러나 3년 후부터의 사업 안정성을 장담하는 건 예측 범위에서 벗어나 있어 건설사 채권 만기가 2년에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이라고 전했다.

      건설사 별 등급과 사업군이 차이를 보이며 보이지 않는 '옥석 가리기'는 이뤄질 전망이다.

      다음 발행 타자인 SK건설의 경우, 모그룹 지원 가능성과 최근 높은 청약률을 보인 '공덕 SK 리더스 뷰' 분양 성적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1000억원어치의 공모채 발행 계획을 확정한 대림산업도 채권 투자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4조원 규모의 주택사업이 안정적인 데다 비주택 부문인 석유화학사업이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

      공모채 발행 가능성이 점쳐지는 GS건설도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건설사 회사채다. 최근 발주가 나오는 재건축 사업을 연달이 차지하며 몸값이 상승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곳은 포스코건설이다. 건설산업 회복세의 밑바탕에는 해외 사업 미청구공사 감소와 주택 시장 호조세가 깔려 있다. 포스코건설은 주택 사업 비중이 크지 않고 사업권이 경기도·인천 지역에 몰려있다. 이 지역 사업장의 미분양 물량과 우발채무가 채권 발행의 발목을 잡을 요인으로 지목된다.

      건설사 회사채는 기관투자가가 아니더라도 충분한 '짜투리 입찰금액'으로 투자수요를 메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에서 채권을 인수해 일반 법인과 리테일 수요로 소화를 시킬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10억원 단위의 일반 법인 투자나 리테일 수요가 넉넉한 상황"이라며 "등급이 낮을수록 수요예측에서 10억원 단위의 입찰금액이 많아지는데 건설사 채권에도 이 수요가 몰릴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