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커머스 3사, 외부 투자자 색깔 따라 전략도 '오락가락'?
입력 2017.09.05 07:00|수정 2017.09.06 09:17
    사공많은 쿠팡·방향잃은 티몬·독자노선 위메프
    추가 투자유치 니즈↑…투자자는 '냉랭'
    • 누적 투자금만 2조원에 달하는 쿠팡·위메프·티몬 등 이른바 소셜커머스 3사가 서로 다른 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각각 물류·특가·여행이다. 10여 년 전 시장에 출사표를 던질 당시 이들의 출발점은 지역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소셜커머스 업'으로 동일했지만 색깔이 다른 투자자를 모으면서 방향성이 갈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각 사의 차별화 전략과 향후 전망에 대한 안팎의 평가도 엇갈린다.

    • 쿠팡은 3사 가운데 외부에서 가장 많은 자금을 조달했다. 2014년 미국 세콰이어캐피탈과 블랙록으로부터 각각 1억달러(1025억원), 3억달러(3322억원)를 투자 받았고, 이듬해엔 일본 소프트뱅크에게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를 투자 받았다. 모두 미국에 본사를 둔 쿠팡의 100% 모기업 쿠팡엘엘씨(Coupang LLC·舊 포워드벤처스LLC)가 자금을 유치하는 구조다. 소프트뱅크는 쿠팡엘엘씨의 지분 20%를 보유한 2대 주주로 추정된다.

      쿠팡은 확보한 1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의 대부분을 물류센터 구축·직매입 상품 구입·인건비(쿠팡맨) 등 물류 서비스에 투입했다. 중개업체가 쿠팡 플랫폼에서 물건을 판매, 소비자에 배송까지 담당하는 기존 '중개 사업' 모델에서 벗어나 쿠팡이 직접 공급자들로부터 상품을 구입한 뒤 다시 되파는 '직매입' 모델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쿠팡은 직매입 물류 서비스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업계 반응은 신통치 않다. 트래픽을 유지하기 위해 당장의 손실을 감내한다는 것인데 흑자전환을 달성하기도 전에 성급한 판단을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물류비용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최소 손익분기점(BEP) 수준도 같이 높아져 결국은 제 살 깎아먹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자금을 넣은 투자자가 면면이 다양해 쿠팡은 사공이 많은 느낌"이라며 "직배송 등 물류 서비스는 매출은 높게 나오지만 인프라가 없는 초기엔 영업이익 면에서 실익이 없어 여전히 내부에선 말이 많지만 이미 되돌리기엔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 티몬은 타사 전략 베끼기에 바쁜 모양새다. 티몬은 올 초 쿠팡이 소셜커머스 사업을 중단하자 공식적으론 소셜커머스 서비스를 지속할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은근슬쩍 오픈마켓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달엔 위메프가 독자적으로 내놓은 특가전략 기획전인 '88데이(8월8일 자정부터 매 정각마다 특가 상품을 88원·888원·8888원·18888원·88888원 등에 판매)'를 그대로 가져와 '88릴레이'를 열어 업계 눈총을 사기도 했다.

      업계에선 티몬이 방향성을 잃고 표류하는 모습을 보이는 이유로 잦은 '손바뀜'을 지적한다. 티몬은 2011년 미국 리빙소셜로 주인이 바뀌었다. 이듬해 리빙소셜은 미국 그루폰에 티몬을 다시 매각했고, 2015년엔 신현성 대표와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KKR-앵커에쿼티파트너스 컨소시엄이 구주 59%와 경영권을 인수했다. 이후 KKR의 투자자인 싱가포르투자청(GIC), 그리고 한화생명이 주력 투자자로 참여한 시몬느자산운용의 펀드에서 총 1300억원을 투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생각보다 확보한 투자금은 별로 없는데 주인만 여러 차례 바뀌면서 이런 저런 시도는 다 해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내부 직원들 사이에선 자조적인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티몬 내부 관계자는 "국내서 소셜커머스를 가장 처음 시작한 티몬이 다른 집 아이디어나 베끼고 있다니 창피하다는 말이 직원들 사이에서 터져 나왔다"며 "한쪽에선 이제라도 따라 하는 게 다행이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고 전했다. 이어 "트래픽도 많이 빠져, 같은 상품을 똑같이 할인해 팔아도 위메프가 하루에 3000개 팔 때, 티몬은 100개에 그치고 있어 영업적자 폭도 도무지 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위메프는 상대적으로 사정이 조금 낫다는 평가가 많다. 소셜커머스 3사 중에선 처음으로 도입한 특가전을 향후 핵심 성장 전략으로 삼았는데 지금까지 결과가 나쁘지 않다는 지적이다. 위메프는 지난해 11월 특가전을 도입했다. 기존에 일부 상품을 일정 기간 동안 특가로 판매하는 것과 달리 특가전은 기획전 형식으로 전체 상품군을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한다. 타임특가(매일 3시간)·투데이특가(매일 정해진 시간 동안)·88데이 등이다.

      위메프는 특가전 도입으로 순수 유입자가 늘고, 유입자 증가가 판매로까지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실제 지난 7월 위메프는 순 방문자 수(UV)에서 티몬과 쿠팡을 앞질렀고 영업적자 폭도 지난해 1424억원에서 636억원으로 줄였다.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외부 투자자가 많지 않고 허민 대표가 직접 넣은 돈도 꽤 되기 때문에 본래 생각했던 길을 가고 있는 것 같다"며 "다른 소셜커머스 업체와 달리 벌인 사업이 많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괜찮아 보이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위메프가 외부에서 조달한 투자금은 1100억원 수준이다.

      소셜커머스 3사의 자금조달 니즈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각 사가 핵심 전략으로 내세운 사업들을 공고히 하기 위해선 지속적인 투자가 필수적인 반면 흑자전환 시기는 지연되고 있다는 풀이다.

      이미 지난 4월 티몬은 기업공개(IPO)를 추진한 바 있고, 최근엔 여행사업 부문인 티몬투어를 분할, 독립 신설법인으로 세운 뒤 일부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투자금을 물류 서비스 등에 대부분 소진한 쿠팡 역시 중국 알리바바로부터 1조원 규모의 투자유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올 초 알리페이코리아 대표로 취임한 전형권 대표가 쿠팡의 재무팀 임원에 있었던 사실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라며 알리바바의 쿠팡 투자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이어 "위메프는 당장은 추가 투자를 검토하고 있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선 실적 등을 볼 때 추가 자금 니즈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런 움직임에 응답할 투자자가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조 단위 투자금을 끌어오는 과정에서 먹혔던 '꿈'은 이미 깨진 분위기인데 몸값까지 높아진 상황이라 부담스럽다는 게 대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