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삼성" 페이시장 빈틈 안 보이는데…투자유치로 연명하려는 페이코
입력 2017.09.13 07:00|수정 2017.09.15 09:26
    외부서 자금 수혈해 성장하겠다는 페이코
    고유 플랫폼 부재·좁은 광고 파트너 풀…"색깔 없다"
    오프라인은 삼성페이, 온라인은 네이버페이 장악
    "10여개 군소 페이와의 빅딜해야 생존"
    • NHN페이코의 외부 투자자 유치가 가시화하는 모양새다. NHN페이코는 간편결제 서비스 '페이코(PAYCO)'를 자체 종합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도 내놨다. 시장과 투자자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네이버가 주도권을 쥔 국내 페이 시장에서 페이코가 들어갈 틈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NHN페이코는 GS·한화 등 국내 주요 그룹으로부터 투자유치를 검토하고 있다. 투자 주체인 GS홈쇼핑과 한화인베스트먼트는 최근 투자를 위한 실사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NHN페이코가 모회사 NHN엔터테인먼트에서 분사, 독립법인으로 출범하며 밝혔던 외부 투자자 유치의 일환이다. 당시 정연훈 NHN페이코 대표는 "재무적 투자자(FI)보다는 협력 사업을 펼칠 수 있는 전략적 투자자(SI)로부터 자금을 유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NHN페이코에서 GS나 한화 외에 다른 기업들에도 접촉하고 있다"며 "지분 희석을 막기 위해 투자유치 규모는 500억원 이하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NHN페이코는 유치한 투자금을 고객·가맹점을 늘리는 데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간편결제 서비스 시장에서 3~4위를 다투고 있는 카카오페이를 확실히 잡고, 온라인 강자 네이버페이와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장기적 목표도 세웠다. 하지만 업계에선 그 정도 투자 규모로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500억원은 페이코 한 해 운영비 수준이다. NHN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년간 페이코 마케팅비로만  760억원을 썼다.

      NHN엔터테인먼트의 페이코 사업 육성 의지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500억원으로 뭘 할 수 있겠느냐"며 "공격적으로 투자를 해도 따라잡기 어려운 상황임을 회사도 시장도 다 알고 있어 무의미한 투자유치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페이코가 다른 간편결제 서비스와 구분되는 강점을 가지지 못했다는 점도 이 같은 평가에 힘을 싣고 있다. 페이코는 별도의 플랫폼이 없다. 자체 어플을 깔고 가입하고, 가맹점들도 페이코 전용 근거리 무선통신(NFC) 결제 단말기 '동글'을 설치해야 한다.

      온라인 부동의 1위인 네이버페이는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 하기' 서비스로 온라인 가맹점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PC·모바일 포털이라는 강력한 플랫폼도 네이버가 가진 강점이다. 삼성페이는 별도 앱 설치와 가입 없이 보유한 신용카드만 등록하면 사용이 가능하다. NFC 기능이 없는 구식 신용카드 단말기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 오프라인 1위 사업자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는 평가다.

      거래 규모가 페이코와 유사한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톡이라는 별도 플랫폼을 가지고 있다. 최근엔 프랜차이즈·마트 등을 비롯한 플러스친구에 쿠폰 발송 외에 주문·결제 서비스를 붙여 빠르게 페이코를 뒤쫓고 있다. 특히 버거킹·롯데리아·놀부 등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 발생하는 결제가 강점이라는 후문이다. 올해 2분기 페이코 거래액은 4900억원, 카카오페이는 4600억원으로 그 격차는 근소하다.

    • 한 증권사 연구원은 "독자적인 플랫폼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단점"이라며 "NHN엔터테인먼트가 2015년 페이코를 출시할 당시엔 그 기대감으로 NHN엔터테인먼트 주가가 크게 올랐던 적이 있지만 지금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모회사 NHN엔터테인먼트의 태생이 '게임업체'라는 불리한 요소도 있다. NHN엔터테인먼트는 게임포털 '한게임'으로 성장했다. 기존에 확보한 광고주가 많지 않아 가맹점 수 측면에서 광고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네이버·카카오와 출발점 자체가 다르다는 설명이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기존에 확보한 광고주를 매개로 가맹점을 손쉽게 늘릴 수 있는 것과 달리 페이코는 자체 비용을 들여 가맹점에 혜택을 제공, 광고주 및 가맹점 파트너 풀을 넓혀야 한다. 회사도 이를 인지한 듯 지난 2016년 네이버로부터 온라인광고 분석업체 어메이징소프트를 140억원에 인수하고 올해 초 디지털광고 전문기업 NHN에이스(ACE)를 만들어 온라인 타켓팅 광고 등 광고 시장에 뛰어들었다.

      모회사의 주력 사업인 게임 분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지만 이것만으론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다. 페이코는 한게임·네오위즈·엔씨소프트 등 주요 온라인 게임사 결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외식·장보기 등 생활밀착형 결제 외에 전기·수도요금 등 각종 공과금, 아파트 관리비·지방세·국세 등 실생활에서 이뤄지는 전체 거래 규모에서 게임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턱없이 작다는 설명이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간편결제 서비스의 성패는 결국 가맹점 수에 달렸는데 이는 소비자가 가맹점마다 다른 결제수단으로 결제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페이코는 가맹점 확대에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 BEP(손익분기점)를 맞추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모기업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투자자들의 요구도 적지 않다. 국내 간편결제 시장은 이미 선두 사업자가 정해진 상황이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는 쓴소리다.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선 이미 네이버페이 체크카드를 삼성페이로 이용하는 게 일반적인 형태가 될 것이란 말이 많다"며 "이런저런 페이가 난립한 상황에서 페이코 생존법은 신세계, LG전자, SK플래닛 등 군소 페이를 서비스하는 기업들과 합작사를 만들거나 유의미한 지분을 매각하는 빅딜뿐"이라고 지적했다.

      투자자들의 우려에 대해 NHN엔터테인먼트 측은 "기존 플랫폼 사업자들과 경쟁하는 현대백화점·CU·미니스톱같은 유통업체와 제휴를 확대하는 등 플랫폼 부재로 인한 서비스의 중립성을 경쟁력으로 삼고 있다"며 "간편결제 서비스 전문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모회사로부터 분사시킨 만큼 앞으로도 사업 영역을 꾸준히 넓혀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