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웅의 포메이션, 옐로모바일에 데일리금융 팔아 '돌려막기' 회수
입력 2017.09.13 07:00|수정 2017.09.14 09:10
    주요주주로 참여한 옐로모바일에 데일리금융 지분 매각
    데일리금융 회수·옐로모바일 기업가치↑…'1석2조' 거래
    이상혁 대표 지분 정리에 코인원 조사까지…꼼수 의혹도
    • 벤처캐피탈 업체 포메이션그룹(이하 포메이션)이 옐로모바일을 통해 데일리금융그룹(舊 옐로금융그룹) 투자 회수에 성공했다. 옐로모바일과 데일리금융그룹 모두 LS그룹 장손 구본웅 씨가 대표인 포메이션이 투자한 회사다. 사실상 '돌려막기 식' 회수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엇갈린다.

      데일리금융그룹 초기 개인 투자자로 참여했던 이상혁 옐로모바일 대표가 지난해 말 보유 지분 대부분을 정리한 점과 거래 종결 이후 금융당국이 데일리금융그룹의 주요 사업인 비트코인 거래소 코인원 일부 서비스의 위법성 조사에 나선 점 등을 들어 '포메이션이 미리 머리를 잘 썼다'는 반응도 나온다.

      벤처기업연합체인 옐로모바일은 지난달 말 데일리금융그룹의 지분 52.05%를 취득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거래규모는 1126억원, 거래대상은 옐로모바일의 주요 주주인 포메이션이다. 매각대상은 포메이션이 데일리금융그룹이 2015년 8월, 2016년 11월 두 차례에 걸쳐 진행한 총 1061억원 규모의 투자유치에 참여해 획득한 지분이다.

    • 포메이션은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의 장남이자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장손인 구본웅씨가 2011년 설립한 벤처캐피탈사다. 미국 실리콘밸리 팔로알토를 근거지로 두고 있다. 포메이션은 2013년 LS·KT·CJ E&M·세아 등 국내 대기업들로부터 출자 받아 5억달러(한화 약 5600억원) 규모의 첫 번째 펀드를 결성했다. 해당 펀드를 통해 이듬해 옐로모바일에 1136억원를 투자했고, 이후 340억원을 후속투자해 옐로모바일 지분 8.89%를 보유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거래규모가 옐로모바일 자기자본 대비 96%에 이르고 옐로모바일이 보유한 현금이 2분기말 연결기준 792억원인 점 등을 감안하면 옐로모바일의 전통적인 거래 방식인 주식교환이 사용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번 거래로 포메이션이 보유한 옐로모바일의 지분율이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결과적으로 포메이션은 옐로모바일의 기업가치를 높이면서 동시에 옐로모바일을 활용해 데일리금융그룹 투자금도 회수한 셈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 기반 벤처캐피탈이기 때문에 가능한 회수"라며 "데일리금융그룹에 투자한 펀드에 모태펀드 등 국내 기관 자금이 들어가 있지 않고, 펀드 출자자(LP)와 주주들의 동의를 받았다면 법에 저촉되는 거래는 아니지만 도덕적인 측면에선 께림칙한 거래"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벤처캐피탈 업체들 사이에선 '저렇게도 회수를 하는구나'하는 부럽다는 반응도 나왔다"고 덧붙였다.

      옐로모바일 입장에서도 큰 돈을 들이지 않고 기업가치를 키울 수 있게 돼 매력적인 거래였을 것이란 분석이다. 옐로모바일의 유일한 회수방안은 기업공개(IPO)다. 옐로모바일의 자산 대부분은 벤처기업 지분이거나 사업 부문을 인수한 영업권이라 현금 확보가 쉽지 않아서다.

      올해 초엔 DSC인베스트먼트·SL인베스트먼트·스톤브릿지캐피탈 등 초기 투자자들이 인수했던 전환사채(CB)를 보통주로 전환하며 상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기도 했다. 하지만 상반기 매출(2259억원)·영업이익(-118억원)이 전년도와 유사한 수준에 머무르면 상장은  공식적으로 연기됐다.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옐로모바일이 내년 상장을 목표로 세우고 M&A할 우량 벤처기업 찾기에 혈안이 돼 있다"며 "옐로모바일의 주요 주주인 포메이션이 두 포트폴리오를 동시에 해결하는 거래를 잘 짰다는 말이 나온다"고 귀띔했다.

      이어 "이상혁 대표 등이 작년 말에 데일리금융그룹 지분을 정리에 나섰던 것도 이번 거래를 위한 사전 포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포메이션과 이상혁 대표, 그리고 옐로모바일 다른 주주들간 모종의 합의가 있지 않았겠느냐"며 말했다.

      데일리금융그룹(舊 옐로금융그룹)은 이상혁 옐로모바일 대표가 초기 개인투자자이자 창립 멤버로 참여했지만 옐로모바일과의 지분관계는 없었다. 설립 당시 DSC인베스트먼트와 DS투자자문 등도 이 대표와 함께 초기 투자에 참여했다. 이들이 보유한 데일리금융그룹 지분은 30% 정도로 알려졌다.

      지난 5일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련 금융당국이 데일리금융그룹 산하 코인원의 마진거래 서비스 위법성 여부 조사에 나선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회수 타이밍이 절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렇지 않아도 데일리금융그룹의 기업가치를 너무 높게 평가한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데일리금융그룹은 비트코인 거래소 코인원·쿼터백자산운용·펀드온라인코리아 등을 주요 자회사로 두고 있지만 이 가운데 실적을 내는 곳은 코인원 정도로 알려졌다. 데일리금융그룹은 2016년 매출 13억, 영업손실 43억원을 기록했다. 옐로모바일이 이번 거래에서 평가한 데일리금융그룹 기업가치는 2974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