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리아 상장한다는데...버거킹에 치이고 적자는 지속
입력 2017.10.24 07:00|수정 2017.10.25 11:13
    황각규 사장, 롯데리아 상장 추진 계획 밝혀
    하지만 롯데리아 실적은 적자지속
    그사이 버거킹 높은 성장세로 치고 올라와
    일본에선 버거킹 브랜드 놓고 롯데리아 vs 어피니티 PEF
    • '국내 최초 햄버거 프랜차이즈·햄버거 프랜차이즈 매장 수 1위' 롯데리아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수익성은 악화해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경쟁사인 버거킹은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여기에다 어렵사리 진출한 일본 시장에선  버거킹 신규가맹점 사업권까지 사모펀드에 넘겨주며 투자자들의 분위기는 싸늘해졌다.

      황각규 롯데지주 사장은 롯데지주 출범을 알리면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계열사 상장을 우선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벌써부터 주식시장의 반응은 ‘떨떠름’하다. 대부분 성장 모멘텀이 이미 꺾였거나, 업종 자체가 한물 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리아도 그 중심에 있다. 1979년 국내 최초의 햄버거 체인으로 시작한 롯데리아는 매장수 1340여개의 국내 1위의 햄버거 프랜차이즈다. 하지만 실적을 보면 ‘국내 최초’, ‘1등’이란 표현이 무색하다. 지난해 영업이익 65억원, 9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2015년에는 영업순손실만 140억원에 이르렀다.

      한 국내 증권사 IPO 담당자는 “적자 상태라 실적 개선 없이는 당분간 상장 자체가 힘들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프랜차이즈 ‘갑질 논란’에 ‘햄버거 병’ 등 사회적 분위기와 별개로 자체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햄버거 업계 전반이 힘들다고 하더라도, 경쟁업체인 버거킹은 롯데리아의 4분의 1도 안 되는 매장 수에도 불구, 지난해 1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매출 규모 면에서야 롯데리아와 비교가 돼지 않지만, 이익 면에선 앞서나갔다.

    • 이러다 보니 롯데리아의 전략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1995년 롯데리아 기획팀으로 입사한 노일식 롯데리아 대표의 경영능력도 ‘도마 위’에 올랐다. 베트남 등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고는 하나, 실적이 적자로 돌아서는 등 국내 부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 크다.

      최근에는 사모펀드가 운영하는 버거킹의 성장세에 쫓기고 있다.

      버거킹은 점포확대와 더불어 비용절감에 집중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2012년 버거킹을 인수한 VIG파트너스는 버거킹 대주주인 캐나다 증시 상장사 레스토랑브랜즈인터내셔널(RBI)에 점포 확대를 위해 직영점뿐만 가맹점주를 모집할 수 있는 ‘서브프랜차이즈’ 도입을 전세계 최초로 제안했다. 이 제안이 받아들여지면서 빠른 시기에 점포 수를 확대해 나갔다.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VIG파트너스가 서브프랜차이즈 도입을 통해 가맹점 확대를 이룬데다, 출점 시 까다로운 조건을 적용해 수익성을 높이려고 했다”라며 “반면 가맹점 늘이기에 올인 한 롯데리아는 수익성보다는 점포 수 확대에만 집중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후 버거킹의 경영권은 홍콩계 사모펀드인 어피니티로 넘어갔다. 새 대주주는 무인판매대 도입, 식재료 공동 구매 등 비용 절감에 신경 썼다. 이달에는 일본시장까지 진출하기 위해 버거킹 본사와 계약을 맺었다.

      흥미로운 부분은 어피니티가 가져온 일본 버거킹의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그간 한국 롯데리아가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한국 롯데리아는 2011년 200억엔의 부채를 떠안는 조건으로 일본 버거킹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100엔에 가져왔다. 하지만 이후 매년 적자가 지속되면서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이는 연결실적으로 한국 롯데리아 실적 악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 앞으로는 100여개 수준인 기존 일본 버거킹은 한국 롯데리아가 그대로 가맹사업권을 가지고, 새롭게 출점하는 가맹점에 한해서 어피니티가 가맹사업권을 가져가는 형태가 된다. 양사가 한국에선 롯데리아와 버거킹이란 브랜드로 경쟁하고, 일본에선 버거킹이란 브랜드를 가지고 서로 경쟁하는 구도가 형성됐다.

      어피니티는 한국 롯데리아가 일본 사업을 확대하려고 했으나 가맹점수를 100여개 밖에 늘리지 못해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최대의 햄버거 프랜차이즈는 맥도날드로 매장만 3000여개에 달한다. 한때 유통기한 지난 닭고기 사용 논란으로 어려움에 처했지만 최근 실적이 회복세다.

      한 PEF 관계자는 “어피니티가 일본에서 점포 수 확대와 비용절감을 통해 수익성을 낼 수 있다는 자신감에 나간 것으로 보인다”라며 “일본에서 성공할 경우 RBI가 아시아 다른 국가의 가맹계약권을 어피니티로 넘길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일본에서마저 어피니티가 이끄는 버거킹이 선전한다면 롯데리아에 대한 투자자들의 분위기는 더욱 싸늘해 질 것으로 보인다. 프랜차이즈 업에 대한 정부 규제는 강해지고, 경쟁마저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기업가치를 어떻게 높여야 할지 롯데리아의 고민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