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준대기업집단 지정되자…국내 대형 PEF들 '전전긍긍'
입력 2017.10.26 07:00|수정 2017.10.27 10:03
    내년엔 PEF도 포함 시킬까 우려
    "일감 몰아주기 가능성 없는데…"
    지정 피하려 '합법적 로비' 진행 중
    • 네이버가 공시대상기업집단(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며 국내 대형 사모펀드(PEF)들이 좌불안석이다. 네이버는 부당함을 주장했으나 공정거래위원회가 예외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 같은 정책 기조가 자산 규모가 갈수록 커지는 PEF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형 PEF들은 대기업집단 지정을 피할 대응 논리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1위 인터넷사업자 네이버 등 26곳을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했다고 밝혔다. 그 수장들은 '총수'로 지정했다. 공시대상기업집단은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자산총액 5조원 이상에서 10조원 이상으로 올린 데 따른 규제 공백을 메우기 위해 도입된 개념이다. 대기업집단에 대한 규제 중 공시 강화 및 일감 몰아주기 관련 내용을 지켜야 한다.

      네이버는 이해진 창업자의 지분율이 낮고 지배적 경영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점, 자회사 순환출자가 없어 기존 재벌과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8월엔 이해진 창업자가 직접 공정위를 찾아 사정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공정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모펀드들은 그 동안 금융회사와 유사한 형태로 분류됐던 탓에 대기업집단 지정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공정위가 '예외'를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냄에 따라 PEF 운용사들도 고심하고 있다. 현 정부 들어 공정위 역시 PEF에만 특례를 적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PEF 운용사 관계자는 “PEF들은 올해 네이버의 대기업집단 지정 여부에 관심이 많았는데, 내년부터는 PEF도 대기업집단에 포함시키기 위한 정부 논의가 본격화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경영권거래(바이아웃)에 집중하는 대형 회사나 대기업계열 운용사의 고민이 특히 깊어질 상황”이라고 말했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자산총계만 해도 7조원이 넘는다. 공정위는 수년 전에도 MBK파트너스를 대기업집단에 포함시키려다 금융위원회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공정위는 당시 인수목적회사(SPC)와 피인수기업의 자산을 모두 더하는 방식을 고려했는데, 앞으로 도 이 방식을 고수한다면 각 운용사들의 자산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한온시스템(자산총계 약 2조8000억원), 쌍용양회(2조7000억원) 등을 거느린 한앤컴퍼니나 대한전선(약 1조2000억원), 태림포장(5800억원) 등 바이아웃 실적을 쌓아가는 IMM PE도 영향을 받을 만한 운용사로 꼽힌다.

      PEF들은 대기업집단 지정이 이치에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특성 상 포트폴리오 기업간 순환출자나 상호출자가 나타나기 어렵고, 대규모 일감 몰아주기 가능성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포트폴리오 기업들을 계열사로 보는 것도 적절치 않다고 주장한다. PEF가 대기업집단에 포함됐다는 이유만으로 피투자 중소기업이 받아왔던 혜택이 소멸돼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른 PEF 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사모펀드운용사협의회에서 대기업집단 지정 문제와 관련한 의견을 취합하거나 관련 세미나를 여는 등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 운용사들이 협회를 만들어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데다 준비할 만한 시간도 촉박해 협의회 차원에서 실효성 있는 대응책을 마련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사정이 이런 데다 대기업집단 지정은 아직 대부분 운용사가 체감하지 못하는 문제다 보니,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몇몇 대형 운용사만 외부 자문을 받거나 자체적으로 대응 논리를 마련하고 있다. 이를 관계당국에 제시해 대기업집단 지정을 피하려는 ‘합법적 형태의 로비’도 이뤄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네이버 사례를 타산지석 삼아 불만을 공론화하기 보다는 꾸준한 의견 개진으로 정부와 입장차를 좁혀가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MBK파트너스의 경우 김앤장법률사무소의 도움을 받았다. 운용사 이름에서부터 김병주 회장이 지배적 경영권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실제로는 지분 분산이 잘 이뤄져 있어 1인 지배체제로 볼 수 없다는 논리 구조를 마련했다. 공정위도 이를 일부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VIG파트너스는 최근까지도 보고펀드자산운용과의 관계가 문제가 됐다. 이재우·변양호 대표가 VIG파트너스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어 계열관계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 때문이다. 다만 두 회사는 일부 주주만 겹칠 뿐 상호출자 관계가 없어 하나의 그룹으로 보기 어렵고, 2년전 자산규모 수십조원의 동양생명이 포트폴리오에서 빠짐에 따라 당분간 대기업집단 지정 문제에선 자유로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