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 미래에 '바이오시밀러'는 없었다
입력 2017.11.06 07:00|수정 2017.11.07 09:26
    CJ제일제당 자금수혈 카드로 CJ헬스케어 매각 꺼내
    매출 기여도는 낮고 투자 리스크는 큰 신약 개발업
    그룹 M&A전략과도 일맥상통…"잘 되는 사업에 집중"
    • CJ그룹이 제약 전문 계열사 CJ헬스케어 매각에 착수했다. 1984년 유풍제약 인수를 시작으로 신약 개발 사업에 본격 발을 들인지 34년 만에 철수다. 식품·식품소재 등 CJ제일제당 내 주력 사업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로 재무부담이 커지고 있어 '선택과 집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CJ제일제당은 모건스탠리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100% 자회사인 CJ헬스케어 매각 작업에 돌입했다. 구체적인 매각 일정과 방향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내년 초 거래 종결을 목표로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J제일제당은 2014년 CJ제일제당 내 제약사업부를 분사해 CJ헬스케어를 독립 법인으로 설립했다. 현재 CJ헬스케어는 현재 전문의약품(ETC)·신약(합성신약·바이오신약) 개발 및 드링크류(컨디션·웰빙 헛개수 등) 사업을 하고 있다.

      시장에선 CJ제일제당이 CJ헬스케어를 매각하는 배경에 주목한다. 모회사 CJ제일제당의 공격적인 투자에 따라 가중된 재무부담을 덜기 위한 작업이란 분석이다. CJ제일제당 전체 매출 기여도 면에서 비중이 낮은 CJ헬스케어를 자금조달 창구로 활용했다는 풀이다.

      실제 CJ제일제당은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사료업체 코휘드(350억원) ▲중국 아미노산 업체 하이더(360억원) ▲미국 바이오 플라스틱 소재사 메타볼릭스(112억원) ▲베트남 냉동식품사 까우제(170억원)를 인수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복귀를 기점으로 적극적인 투자 행보에 보다 힘이 실린 모양새다. 베트남 가공식품업체 민닷푸드·러시아 냉동식품업체 라비올리, 브라질 식품소재업체 셀렉타 등을 인수한데 이어 총 5410억원을 들여 진천 식품 통합생산기지를 세우기로 했다. 당장 올해 말까지 1조원 규모의 투자금을 집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 사이에선 재무구조 악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수준의 투자금 집행이 예상되는데 이는 CJ제일제당의 연간 영업현금창출력과 맞먹는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3년간 CJ제일제당의 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1조원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현금성자산은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CJ제일제당 연결 기준 현금성자산은 작년 상반기 1조350억원에서 올 상반기 6700억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총차입금은 6조 3647억원에서 6조8125억원으로 늘었다.

    • CJ제일제당 역시 투자금 확보와 재무구조 악화 등을 염두에 두고 잇따라 현금을 마련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회사채를 통해 1조원가량을 조달하고, 보유한 삼성생명 주식(298만여주)을 처분으로 3600억원 규모 현금을 손에 쥐었다. 올해 초엔 CJ헬스케어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기도 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라이신·메치오닌 등 생명공학 사업 부문과 식품 사업 부문에 대한 투자 확대가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며 "중장기 투자금을 확보하는 동시에 재무부담을 덜 목적으로 CJ헬스케어를 활용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고민해왔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 내에서 CJ헬스케어의 중요도가 크지 않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매출 면에서 CJ헬스케어의 기여도는 미미한 수준이다. 작년 CJ제일제당(CJ대한통운 포함) 연결 기준 매출은 14조5632억원으로 같은 기간 CJ헬스케어 매출은 5143억원이다.

      더구나 CJ헬스케어가 영위하는 합성 신약 및 바이오시밀러 개발 사업은 장기간 투자가 필수적인 사업이다. 장기간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더라도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고, 후발주자로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글로벌 제약사와 직접 경쟁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 요쇼다. CJ제일제당 입장에선 제약바이오 사업 외에 성장성 및 실적이 안정적인 사업에 집중하는 전략을 선택한 것이란 지적이다.

    • 회사 역시 이 같은 안팎의 우려를 감지한 것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은 지난 6월 진행한 기업설명회(IR)에서 식품·바이오(라이신·메치오닌 등 식품소재)·생물자원(올리고당 등 가공소재) 사업에 대한 중장기 투자 계획을 내놨지만 CJ헬스케어의 투자 전략은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CJ그룹 차원의 인수·합병(M&A) 전략과도 맥을 같이한다는 분석이다. 지난 5월 이재현 회장은 4년 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보이며 '2020년 그룹 매출 100조원, 영업이익 10조원 달성'이라는 기존 목표를 재확인했다. 향후 4년간 36조원을 투자해 2030년에는 3개의 사업 부문에서 글로벌 1위 기업이 되겠다는 과감한 목표도 추가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매각 결정으로 그룹의 성장 중심축을 재확인했다는 평가다. 글로벌 시장에서 승산이 있는 바이오소재(CJ제일제당)·식품(CJ제일제당)·물류(CJ대한통운) 부문에 집중하는 전략이다. 투자 효과가 단기간에 나오는 물류·바이오소재 부문이 해외에 진출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기반을 닦으며 엔터테인먼트(콘텐츠)·음식료(외식) 부문이 나선다는 그림이다.

      CJ그룹에 정통한 관계자는 "글로벌하게 잘 되는 주력 사업에 집중하는 게 낫다는 컨센서스가 있는 와중에 이재현 회장이 복귀하며 확실한 결단을 내린 것"이라며 "현재 CJ헬스케어 자체 실적도 나쁘지 않아 괜찮은 가격에 정리하는 게 여러 가지 면에서 낫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