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결성 가능할까"…추경펀드 두고 불안한 중소형 벤처캐피탈
입력 2017.11.07 07:00|수정 2017.11.06 19:13
    중소사들, 공제회·연기금 콘테스트서 고배
    기존 펀드 수익률 주로 평가.. 대형사 유리
    연말까지 펀드 결성 완료해야…불안감 커져
    • '추경 벤처펀드' 위탁 운용사로 선정된 중소형 벤처캐피탈(VC) 업체들이 모태펀드 외에 추가 출자금 확보를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연기금·공제회 등을 찾아다니며 프레젠테이션(PT)을 진행하는 것이 최우선 사항으로 꼽힌다.

      하지만 기관투자가들이 벤처 출자에서도 대형사를 선호하는 추세여서 중소형 VC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추경 예산 특성상 연말까지 펀드 결성을 마무리해야 하지만 녹록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과학기술인공제회는 1일 벤처펀드 위탁 운용사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일반 분야에선 코오롱인베스트·스틱인베스트먼트·KTB네트워크·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선정됐고, 루키 분야에선 LSK인베스트먼트가 선정됐다. 이들 가운데 지난해 설립된 LSK인베스트먼트 외에 나머지 4곳은 업력이 10년 이상된 곳이다.

      당초 과학기술인공제회는 총 400억원 규모의 출자금을 일반 분야 2곳, 루키 분야 2곳에 출자할 계획이었으나 최종적으로 일반 분야 3곳, 루키 분야 1곳으로 분야별 비중을 변경했다.

      앞서 위탁 운용사 선정 작업을 마무리한 고용보험기금도 대형사를 주로 선정했다. 4개사에 총 400억원을 출자하는 고용보험기금은 LB인베스트먼트·한국투자파트너스·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TS인베스트먼트를 뽑았다. TS인베스트먼트를 제외한 3곳이 2016년 벤처투자 실적 상위 10곳에 이름을 올린 회사들이다.

      2000억원을 내놓는 국민연금을 비롯, 교직원공제회(1000억원)·산업은행(600억)·우정사업본부(500억) 등의 출자사업이 남아 있지만 운용사들 사이에선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모태펀드 위탁 운용사로 선정된 한 중소 VC업체 운용역은 "바쁘게 PT를 다니며 여기저기 제안서를 내고 있지만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는 생각이 든다"며 "아무래도 기존 펀드의 수익률로 평가를 하다보니 선정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실제 대다수 연기금·공제회들은 과거 펀드 내부수익률(IRR)을 최우선 평가기준으로 삼고 있다.  일단 정량평가여서 리스크가 적어서다. 또 기관들 대부분의 벤처 출자금은 다른 부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다.  이렇다보니 굳이 중소형 또는 신규 설립 운용사에게도 적용될 새 평가 기준 마련에 적극적이지 않다.  자연히 운용규모(AUM)나 내부수익률(IRR) 면에서 앞선 대형사들이 중복으로 선정되기 유리한 구조다.

      시간상으로도 연기금ㆍ공제회들이 정성적인 평가에 힘을 쏟을 여유가 없다. 대개 연기금·공제회들은 벤처펀드에 메인 출자자로 참여하는 모태펀드가 위탁 운용사 선정을 마친 뒤 출자 사업을 진행한다. 이번 추경출자의 경우, 정부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펀드인 만큼 시기상 보조를 맞춰야 하는 상황이다.

      한 대형 VC업체 운용역은 "공제회 등도 연내 결성에 맞추려면 빠르게 운용사를 선정해야 하다보니 어찌할 도리가 없다"며 "기존 트랙레코드를 갖춘 대형사들이야 모태펀드 선정 뒤에 순서대로 PT가고, 받아가면 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중소형사는 상황이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모태펀드를 운용하는 한국벤처투자는 8000억원 규모 추경 예산이 포함된 이번 3차 출자사업 위탁 운용사로 총 46개사를 선정했다. 이번 출자사업으로 총 1조4000억원 규모의 자펀드들이 결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선정된 위탁 운용사의 1/3 가량은 업력이 5년 미만인 신생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