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막힌 시중은행…국채 투자에 손 뻗었다
입력 2017.12.05 07:00|수정 2017.12.04 19:01
    4대 시중銀, 6개월 새 국채 10% 늘려
    당국, 가계대출 위험가중치 상향 예정
    가계대출 더 이상 늘리기 힘든 상황에
    당분간 위험가중치 낮은 국채로 운용
    • 국내 채권 투자 시장에서 시중은행의 존재감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 가계대출 중심의 성장 전략이 막힌 은행이 일단 국채 보유를 늘리고 있어서다.

      4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등에 따르면 올 들어 신한·우리·KB국민·KEB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채권 보유액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6월 말 현재 4대 시중은행의 통화안정증권(통안채)·국채 보유액(은행계정 기준)은 176조7443억원이다. 전년 말(161조3060억원) 대비 9.6% 증가했다. 2015년 말~2016년 상반기, 2016년 상반기~말 증가분(각각 2.5%, 4.8%)보다 증가세가 빨랐다.

      이는 정부가 강도 높은 가계부채 억제 정책을 시행한 결과다. 가계대출 증가와 관련해 차주에게 경고 신호를 보내오던 정부는 지난 10월 24일 발표한 가계부채 종합 대책을 발표, 연말까지 각 금융업권 별 자본 규제를 재점검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자산의 위험가중치를 조정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예·적금 등 수신과 은행채를 발행해 조달한 자금을 가계대출로 운용하기가 어려워진 셈이다.

      이를 미리 감지한 시중은행은 지난 6개월 동안 가계대출 중심의 자산 성장세에 제동을 걸었다. 이 기간 동안 신한은행은 부동산 담보 원화대출금을 0.8% 줄였고,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1.7%·2.1% 늘리는데 그쳤다. 3.0~5.5% 성장했던 2015년 말~2016년 말과는 다른 양상이다. 올 상반기 KEB하나은행은 비교적 많은 3.6%를 늘렸지만, 이 역시 2015~2016년 증가율(10.4%)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가계대출은 기존 시중은행의 자산 중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 자산의 위험가중치가 높아지면 자본 비율이 낮아진다. 시중은행이 채권 시장, 그 중에서도 위험가중치가 낮은 국채 투자에 눈을 돌린 이유다.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관리에도 만기가 짧은 국채가 유리하다. 이에 따라 4대 시중은행은 만기 2년 미만의 통안채 투자에 집중했다. 지난 6월 말 통안채 보유액은 28조9175억원으로 전년 말(23조2060억원) 대비 24.6% 늘었다. 특히 KEB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이 각각 73.7%·16.4%씩 늘려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이 같은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말~내년 초에 규제 발표를 앞두고 만기 짧고 자본 비율 산정에도 유리한 국채 투자를 늘리는 상황"이라면서 "당국의 규제 세부안이 나오고, 그에 대한 대응 방안이 정해질 때까지 일단은 은행권의 국채 투자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