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광폭 행보 네이버·카카오, 내년엔 해외서 한판 예고
입력 2017.12.29 07:00|수정 2018.01.02 10:32
    벤처투자 큰손 등극한 네이버·카카오
    콘텐츠 투자하던 카카오도 신기술 기업에 눈독
    해외서 투자 경쟁 치열해질 전망
    • 올해 네이버와 카카오는 투자시장에서 광폭 행보를 보였다. 한 해 동안 두 IT공룡이 투자한 기업만 수십여곳에 이른다. 양사 모두 인터넷 포털 사업자에서 기술 플랫폼 업체로 거듭난다는 의도다. 하지만 세부적인 투자 방향은 달랐다. 네이버가 해외·신기술에 방점을 찍었다면, 카카오는 국내·콘텐츠에 주력했다. 내년에는 해외에서 두 회사간 신기술 투자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네이버는 올해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외부 기업 투자와 펀드 출자에 투입했다. 지난해까진 자회사 D2SF(D2스타트업팩토리)를 통해 투자했다면 올해엔 제록스리서치연구소·드라마앤컴퍼니(리멤버) 인수 등 직접 투자에 나선 일이 적지 않았다.

      카카오도 적극적이었다. 투자 전문 자회사인 케이큐브벤처스를 활용해 30여개의 벤처기업에 10억~15억원씩 소규모 투자를 집행했다. 와이디온라인·스켈터랩스 등 케이큐브벤처스가 발굴한 기업에 카카오나 카카오브레인이 공동으로 투자를 집행한 건이 많았다.

    • 두 IT공룡은 모바일·검색 등 광고 사업에 집중하는 인터넷포털 기업에서 벗어나, 기술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미래 먹거리 발굴에 나서고 있다. 투자 목적은 유사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구체적인 투자 무대나 방향성은 조금 달랐다는 분석이다.

      네이버는 올 초 진행한 기업설명회(IR)에서 공표했던 '향후 4년간 4차 산업에 5000억원 투자' 계획을 실행해 나가는 모습이다. 네이버는 지난 9월말까지 총 4000억원(라인 포함)을 AI·머신러닝·로보틱스 등 신기술에 투자했다. 회사가 내세운 글로벌 기술 플랫폼이라는 중장기 목표를 염두에 둔 투자라는 평가가 많다.

      두둑한 곳간이 원동력이 됐다는 분석이다. 네이버는 국내 PC·모바일 검색 광고 사업부문에서 꾸준한 현금을 창출하고 있다. 2015년 말부터 꾸준히 3조원 규모의 현금성 자산을 유지하고 있다. 라인의 해외 시장 진출 성공 경험도 큰 보탬이 됐다. 네이버는 해외 파트너를 만나는 것이 한층 수월해지면서 프랑스·미국·이스라엘 기업 등으로 투자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네이버에 정통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네이버 내 투자개발실과 라인에서 주로 딜을 소싱하고, 네이버와 같이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국내 벤처캐피탈 업체들에도 제안을 받는다"며 "실제 투자로 이어지는 건은 대부분 라인이 제안한 해외 딜(Deal)"이라고 귀띔했다.

      반면 카카오는 게임·음원 등 카카오 플랫폼에 붙일 수 있는 콘텐츠 확보에 주력했다. 4차 산업혁명 등 미래 먹거리 발굴에 앞서 국내서 안정적인 플랫폼 사업자 지위를 다지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특히 집중했던 분야는 게임이다. 2016년부터 10월까지 22곳의 국내 게임 개발사에 700억원을 투자했다.

      사실상 올해 카카오는 큰손 투자자 보다는 핫 투자 기업으로 통했다는 의견이 많다. 진행한 굵직한 거래 대부분은 외부 투자자를 유치한 건이었다. 카카오는 카카오 내 핀테크·모빌리티 사업부문을 독립 자회사로 분사하며 외부 투자자로부터 각각 2300억원, 5000억원을 유치했다. 이를 통해 카카오는 재무부담을 덜고, 투자 자금도 확보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규모 면에서 투자자 유치 건이 많았다"며 "최근 해외서 1조원 규모 해외 주식예탁증서(GDR) 발행을 결정한 것 역시 본격적으로 해외 투자자와 네트워킹을 시작하고, 해외 투자도 늘리겠다는 시그널"이라고 말했다.

      내년에는 해외 시장에서 네이버·카카오 간 투자 경쟁이 시작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지금껏 콘텐츠 투자에 집중했던 카카오가 내년부터는 네이버가 힘을 쏟고 있는 해외 신기술 기업 투자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 스포츠 이벤트 등으로 광고 시장 전망이 밝아 광고 수익이 주익원인 두 기업의 실탄이 넉넉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해외서 기술 플랫폼 업체로 거듭나기 위한 선제적인 먹거리 확보 다툼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