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펀드 신규예산 대폭 늘어난다
입력 2018.01.03 07:00|수정 2018.01.04 09:26
    예년 대비 2배 이상 증액 편성
    주목적 투자기준 완화 등 규제 손질
    업계 '제2 벤처 버블' 우려
    • 정부가 올해 모태펀드 신규예산을 확정했다. 예산이 예년 보다 크게 늘어 모태펀드가 벤처·스타트업을 견인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는 평가다. 대규모 벤처 투자금 유입으로 신규 투자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선 제2의 벤처 버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근 모태펀드를 운용하는 한국벤처투자는 2018년 모태펀드 신규예산을 총 3635억원을 잠정 확보했다. 1550억원 규모였던 전년도에 비해 2배 이상 증액됐다. 여기에 회수 재원을 포함하면 내년도 출자사업 규모는 예년 수준과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모태펀드 회수 재원은 매년 1500억여원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 계정별로 보면 중소벤처기업부가 가장 큰 폭으로 예산을 늘렸다. 2017년 300억원을 편성했던 중기부는 올해 2000억원을 새롭게 편성했다. 작년 대비 7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정부가 벤처창업 활성화에 방점을 찍은 만큼 창업 초기 벤처기업이나 초기 단계의 중소기업 투자가 주목적인 중진계정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모태펀드는 중소기업진흥공단·문화체육관광부 등 10개 정부부처로부터 출자금을 받아 운용된다. 주목적 투자대상 및 투자 목적에 따라 중진·문화·스포츠·관광 등 10여개 계정으로 구분된다. 각 계정별 주무부처가 모태펀드에 출자하면 이를 토대로 한국벤처투자가 계정별 자(子)펀드를 조성한다.

      업계 관계자는 "오는 2월쯤 한국벤처투자 대표가 교체되는 등 내부 조직개편이 마무리되는 시기에 맞춰 1차 정시 출자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회수 재원까지 포함하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대규모 출자사업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규제 변화도 예고돼 있다. 펀드당 주목적 투자비율을 계산했던 기존 방식을 완화해 한 운용사가 운용 중인 복수 펀드의 투자 집행건을 합산해 주목적 투자비율을 산정한다는 내용이다. 중기부는 일몰을 앞둔 벤처특별법과 중소업창업지원법을 통합한 벤처투자촉진법(가칭)을 마련하고 있는데 이 법안에 해당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100억원 규모 A펀드의 주목적 투자비율이 60%이었다면 종래엔 60억원을 투자 조건상 명시된 투자 분야에 투자해야 했지만 제도가 완화되면 운용 중인 다른 B펀드와 주목적 투자 내역을 합산해 60억원 금액 기준을 맞추면 된다. 운용사 입장에선 투자조건을 맞춰야 하는 부담이 줄어드는 셈이다.

      한국벤처투자 관계자는 "구체적인 산정 방식은 정해지지 않았다"며 "현재 내부에서 계산 방식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해당 내용을 올해 안에 법제화할 계획이다.

      2년 연속 대규모 자금이 시장에 풀리면서 신규 투자 역시 증가세를 보일 전망이지만 정작 벤처캐피탈(VC) 등 투자자들 표정이 밝지만은 않은 분위기다. 시장에 지나치게 많은 돈이 풀리면서 적정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을 부르거나 적정 투자금액보다 더 많은 투자금을 요구하는 스타트업들이 벌써부터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VC업체 운용역은 "조금 규모 있는 벤처기업들은 죄다 한 번에 100억원을 받으려고 하는 등 이미 버블 기미가 보이고 있다"며 "돈이 많이 풀린 것에 비해 마땅한 투자처는 많지 않다 보니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고 앞으로 밸류에이션 버블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적당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투자에 선뜻 나서지 못하게 되면서 투자 대기 자금만 증가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비싼 가격에 투자해 마음을 졸이느니 차라리 투자 건을 조금 줄여 리스크를 줄이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실제 지난해 역대 최대 자금이 풀리며 신규 펀드가 급증했으나 투자 잔액 역시 크게 늘어 처음으로 7조원을 돌파했다.

    • 투자 분야별 주목적 투자비율이나 모태펀드 출자비율을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문화콘텐츠 펀드의 경우 상대적으로 다른 투자 분야에 비해 투자 수익이 크지 않아 모태펀드 외 민간 출자자를 확보가 어렵다는 점을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문화 관련 사업을 하는 기업이 출자자로 펀드의 참여하게 되면 투자 건마다 해당 기업에 운용사가 끌려가는 주객전도 상황이 빚어진다는 설명이다.

      다른 VC업체 운용역은 "이번 모태펀드 문화계정 간담회에서 운용사들이 모태펀드 출자비율 상향 조정을 직접 요청하기도 했다"며 "끝내 문체부 담당자가 확답을 주지 못하고 망설여서 운용역들이 답답해했다"는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현재 모태펀드의 자펀드 출자비율은 50~70%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