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신용도까지 위협하는 두산건설
입력 2018.01.05 07:00|수정 2018.01.08 09:53
    유일한 'A'등급 ㈜두산, 두산건설 지원 부담↑
    두산건설 미착공PF 사업장 리스크 여전히 높아
    두산 계열사 지원 여력 감소
    • 지난해말 국내 신용평가사들의 정기 신용평가를 기점으로 ㈜두산은 두산그룹의 유일한 A급 기업이다. 이 등급(A-, 부정적)이 두산건설 때문에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연초부터 제기되고 있다.

      두산건설은 2016년 이후 2년간 그룹 계열사로부터 9000억원이 넘는 자금 지원을 받았다. 두산중공업 몫이 5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두산건설을 비롯한 계열사 지원 부담과 자체적인 실적 악화가 맞물리면서 결국 두산중공업은 A급 신용등급을 상실했다.

    • 앞으로 두산건설 지원 총대는 ㈜두산이 멜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두산은 지난해에도 두산건설이 창원 1공장을 물적분할 해 세운 신설법인과 큐벡스 지분 인수 등으로 1000억원 이상을 지원했다. 두산건설이 추가로 자산을 내놓을 경우 ㈜두산은 인수 주체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

      두산건설은 계열사 지원 없이는 7000억원이 넘는 단기차입금을 갚기에 버거운 상황이다. 2017년 9월말 별도기준으로 두산건설이 거둔 영업이익(352억원)은 이자비용(639억원)을 감당하기에도 크게 부족하다. 회사는 단기차입금을 갚기 위해 공사대금 매출채권 기반의 유동화 채권과 전자단기사채 발행 규모를 점차 늘리고 있다.

      수익성 방해의 결정적 요소로는 미착공PF 사업장과 국내 최대 주상복합단지 중 하나인 일산 '위브더제니스'에 얽힌 대여금이 꼽힌다. 이들 사업장의 대여금 규모는 5000억원을 넘어섰다. 앞서 유사 사업장에 대한 대여금은 손실로 처리한 만큼 이 역시 손실로 회계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두산건설이 활용할 수 있는 자산은 최근 매각이 무산된 배열회수보일러(HRSG) 사업부의 베트남 법인이 사실상 유일하다. 법인의 장부가액은 275억원으로 매각이 성공하더라도 효과는 미미하다.

      두산그룹이 두산건설의 재무부담 확대를 막고, ㈜두산의 신용도를 방어하기 위해 꺼낼 수 있는 카드는 두산인프라코어의 밥캣 지분 활용 정도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달 밥캣 지분 4%(400만주)를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 방식으로 한 차례 매각했다. 밥캣 경영권을 유지하는 수준에서 추가 매각이 가능한 지분은 5%대(1000억원 규모) 수준이다. 이마저도 상당수 지분이 두산인프라코어 차입금의 담보로 잡혀 있다.

      두산엔진 매각 효과도 미미할 것이라는 평가다. 예상 매각대금 자체가 크지 않고, 이 자금이 투자금 확보나 차입금 상환 등 당장 급한 두산중공업에 들어갈 여지가 크다. 일부 자금이 두산건설로 흘러가더라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격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건설사업부를 분할해 두산건설과 합치는 방안도 늦었다는 평이다. 두산중공업의 건설 부문은 매출 비중(전체 매출의 3%)이 미미하지만, 두산중공업의 체력이 과거보다 많이 약화된터라 현 시점에서 떼어내기에는 부담이 크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2009년 이래 계열사 지원에 힘입어 연명한 두산건설이 결국 그룹 전체의 재무부담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계속 작용 중이다"라며 "두산건설의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새 방안을 마련하느라 두산그룹이 골머리를 앓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두산건설의 추가 증자 추진 카드를 거론하기도 한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자금 조달 선택지가 대폭 줄어든 상황에서 그룹 수뇌부가 두산건설의 증자를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증자가 추진된다면 ㈜두산과 두산중공업의 재무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