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감 회계법인 M&A 자문 금지…그룹 감사 계약 교체 바람부나
입력 2018.01.15 07:00|수정 2018.01.16 09:42
    올 5월부터 종속회사 매수 자문도 금지
    기업들, 흩어져있는 감사인 한데 모으는 게 유리
    • 회계법인이 감사 대상기업의 인수 자문을 금지하는 공인회계사법 시행이 4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주요 기업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M&A(인수·합병) 진행 시 '자문사 선택지'를 늘리기 위해 모회사와 연결자회사의 외부감사인을 한 곳으로 모으는 작업에 나서는 기업들의 수가 늘어날 전망이다.

      올 5월부터 시행되는 공인회계사법 개정안에 따라 회계법인은 감사 대상기업의 매수 자문을 할 수 없게 된다. 매각 자문만을 금지했던 기존 공인회계사법을 한층 강화하기로 한 금융당국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적용 기업의 범위도 넓어진다. 기존 공인회계사법은 감사 대상기업만의 자문을 금지했었다. 새 개정안에 따르면 해당 기업뿐 아니라 연결자회사들에 대한 자문이 함께 금지된다.

      이에 주요 그룹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앞으로 진행하게 될 M&A의 경중과 특성 등을 고려해 외부감사인과 자문을 맡을 회계법인을 구분하는 작업을 놓고 고심에 빠졌다.

      올해 활발한 M&A가 예상되는 CJ그룹을 보면, ㈜CJ의 외부감사인은 삼일회계법인이다. 종속회사들의 외부감사인은 삼일회계법인을 비롯해 삼정회계법인, 안진회계법인, 한영회계법인 등 두루 포진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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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 삼일회계법인은 ㈜CJ뿐 아니라 CJ대한통운이나 CJ E&M 등 주력사(종속자회사)들의 자문을 맡을 수 없게 된다. 해당 계열사는 이전과 달리 삼일회계법인을 제외하고 다른 곳을 자문사로 선택해야 한다.

      다만 반대의 경우는 다르다. 일례로 CJ대한통운의 감사인인 EY한영이 지주사나 모회사의 자문을 맡는 것은 가능하다.

      한 대형회계법인 고위 관계자는 "모회사, 자회사, 손자회사별로 외부 감사인을 다르게 지정하면 중요한 거래가 발생했을 때 대형회계법인을 자문사로 쓰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연결 종속회사 단위로 감사인을 한 곳으로 모으는 것이 M&A를 자주 진행하는 기업들 입장에선 용이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출범한 롯데지주 역시 이같은 변화를 고려해 외부감사인을 선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지주 종속회사로 분류되는 곳들은 롯데아이티테크, 대홍기획, 롯데닷컴, 코리아세븐, 롯데멤버스 등이다.

      올 3월 감사 계약이 종료되는 곳들도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올해로 삼일회계법인과 감사 계약이 끝나는 대표적인 기업들로는 LG전자, 삼성물산,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SK텔레콤, 네이버 등이 있다. 우리은행,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하나금융지주 등 금융 기업도 다수다. 이들 기업은 감사와 비감사 업무에 들어가는 비용을 비롯한 각종 실리를 따져 새 감사 계약을 맺을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공인회계사법 개정으로 '붙박이 감사' 관행이 사라질 가능성이 커졌다"라며 "과거처럼 오랜 관계를 바탕으로 외부감사인을 선정하기보단 회계법인의 자문 역량에 초점을 맞춘 감사인 선정 작업이 확대될 전망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