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몰릴 코스닥 시장...필연적 상승 예고
입력 2018.01.25 07:00|수정 2018.01.24 19:51
    연기금 연내 2조~3조 유입될 듯
    예탁금도 한 달새 3조 이상 증가
    실적이 받춰줘야 전성기 오래가
    • 900선을 다시 넘는 데엔 16년이 걸렸지만, 1000선을 넘는 데엔 16주도 안 걸릴 기세다. 풀릴대로 풀린 시중 유동성이 코스닥 시장을 향하고 있다는 신호는 명확하다. 돈이 돈을 부르는 모양새다. 일단 정부가 요란하게 활성화 대책을 내놓은 '약발'이 먹히고 있다는 평가다.

      코스닥 지수는 그간 코스피 지수와는 다르게 목표치나 전망치 등이 제시되지 않았다. 올해엔 분위기가 다르다. 주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코스닥 지수가 상반기 내 1000선은 가볍게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부 긍정적인 애널리스트는 1100선 이상도 넘어설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코스닥 지수가 2002년 3월 고점권인 950포인트를 넘어선다면, 1000포인트 돌파도 가시권에 들어온다"고 언급했다.

      코스닥 지수가 1000포인트를 넘어서려면 주가를 받치는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돼야 한다.

      여건은 조성돼 있다. 금융위원회는 코스닥 활성화 방안을 통해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확대는 중장기적으로 이뤄지겠지만, 적어도 올해 안에 2조~3조원 수준의 자금이 밀려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기관들의 차익거래에 대한 거래세를 완화하고, 코스닥 기업이 포함된 신규 벤치마크 지수 KRX300 개발이 완료되면 2분기부터는 본격적으로 기관들의 자금이 코스닥 시장에 쏟아질 전망이다.

      증시 주변 자금의 여건도 좋다. 지난 17일 기준 증권사 투자자 예탁금 총액은 28조8300억여원에 달한다. 불과 한달 새 3조4800억여원이나 늘어났다. 이 자금 중 대부분은 이미 코스닥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연초 이후 개인투자자들은 코스닥에 최대 1조50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코스닥시장의 일일 거래대금은 사상 최대규모인 11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중소기업과 벤처·혁신기업을 대상으로 풀리는 정부의 정책자금과 펀드자금들도 결국 간접적으로 코스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자본시장 혁신'을 이루기 위해 제시한 직접 목표가 '코스닥 활성화'라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자금이 유입되며 중소·벤처기업의 재무상황과 기술투자 여력이 늘어나고, 충분히 성장한 기업이 코스닥에 상장하며 시중의 투자금을 모으는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코스닥에 자금이 들어와 기술력 좋은 중소기업의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이 좋아지면, 비슷한 산업군의 비상장 회사도 그만큼 높은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장주 셀트리온이 코스피로 이전한 이후에도 코스닥 시장에 자금이 들어올 지 의문을 표시하기도 하다. 증시 전문가들은 오히려 거품이 빠지는 기회라고 역설한다.

      KB증권에 따르면 셀트리온 이전 이후 코스닥 상장자 전체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2.81배에서 2.33배로 17% 줄어든다. 주가순이익비율(PER)도 18.5배에서 15.6배로 저렴해진다. 매출액 성장률·영업이익 성장률 등 성장 지표는 각각 18배, 44배로 큰 변화가 없다.

      김민규 KB증권 퀀트 연구원은 "셀트리온의 코스피 이전은 코스닥에 오히려 투자 매력이 부각되는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며 "저평가종목의 주가차별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코스닥 투자자들의 시선은 바이오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 받지 못했던 반도체와 IT기술주로 이동하고 있다. 반도체·IT·소비재 관련주는 코스닥 시가총액의 절반을 차지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코스닥 랠리'에서는 상대적으로 소외됐다. 세제 혜택을 기회로 설립이 추진 되고 있는 코스닥 전용 펀드들이 대부분 이런 반도체·IT 섹터 투자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제약 바이오 제외하면 코스닥 주가수익비율(PER)은 작년보다 낮은 수준이어서 가격 메리트가 부각될 수 있다"며 "코스닥에 쏠리는 자금이 워낙 많다보니 투자할 곳을 찾아 그간 소외됐던 산업에까지 온기가 퍼지고 있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코스닥이 오랜만에 맞이한 전성기를 오래 이어가려면 결국 '실적'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업계의 관계자는 "코스닥은 상장기업 수가 늘어나고 있는 반면 전체적인 수익성이 저하되고 있어 잠재적으로 실적 악재를 품고 있다"며 "코스닥에 우호적인 정책 환경만 믿고 뛰어들기엔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하는 투자자들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