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빗썸을 살까?"…가능성과 효용성 사이
입력 2018.01.25 07:00|수정 2018.01.26 18:34
    가상화폐 거래소 잇따라 매물로 등장
    현금 부자 네이버 인수 후보자로 지속 거론
    "인수해 정부에 발맞추는 방법도"
    게임·IT업체들 외 일반 대기업도 '눈독'
    •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매각설이 제기되고 있다. 시장의 이목은 네이버로 쏠린다. 이미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카카오를 생각하면 네이버가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최근 정부가 잇따라 가상화폐 거래 및 거래소에 대한 규제를 내놓으면서 관심은 다소 주춤해졌지만 중장기적으로 블록체인 기술과 데이터 확보 차원에서 접근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네이버 외에 게임업체나 일반 대기업들도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를 새 먹거리 발굴을 위한 첫걸음으로 보고 있다.

      그간 빗썸 매각설은 꾸준히 제기됐다. 빗썸을 운영하는 비티씨코리아닷컴의 최대주주인 엑스씨피는 지난해 말 보유 지분 매각을 추진하다 돌연 철회하기도 했다. 비티씨코리아닷컴의 주요 주주는 지분 76%를 보유한 엑스씨피와 코스닥 상장사인 비덴트(10.6%)·옴니텔(8.4%)인데 이들 회사는 모두 김재욱 아티스트컴퍼니 대표가 소유한 회사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김재욱 대표는 가상화폐 거래소 운영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빗썸의 거래량과 규모가 갑작스럽게 커져서다. 최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전수용 전 NHN엔터테인먼트 부회장을 대표로 영입한 것 역시 매각 가능성을 염두에 둔 행보란 분석도 있다.

    • 이 정도 규모 거래소를 인수할 수 있는 곳으로 꼽힌 대상은 네이버다. 물론 네이버는 빗썸 인수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지만 가상화폐 거래소로서 빗썸이 가진 자체 투자 매력도나 네이버 안팎의 상황을 감안하면 '얘기가 되는' 시나리오란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 투자개발실에서 빗썸을 유의미하게 검토했다고 알고 있다"며 "빗썸이 덩치가 커지고 있지만 네이버가 가진 현금을 생각하면 그렇게 무리한 투자도 아니다"고 언급했다. 2017년 9월말 기준 네이버가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3조3200억원이다.

      빗썸의 기업가치는 회사가 보유했다고 알려진 현금을 감안하면 1조원까지 거론될 수 있다. 작년 9월 상장전지분투자(프리 IPO) 당시 빗썸 기업가치는 8월 기준 일평균 거래금(8000억원)과 8월까지 누적 매출(800억원) 등을 감안, 약 4000억원 수준으로 책정됐다. 현재 빗썸의 일평균 거래금은 2조5000억원이다.

      더 원천적으로는 빗썸의 현금창출력보다 거래 데이터에 관심이 집중된다. 현재 가상화페 거래소를 통해 가상화폐를 매매하는 행위는 블록체인 기술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지만 향후 중개자 없이 개인과 개인이 직접 거래하는 행위가 이뤄지기 위해선 블록체인 기술을 실험할 수 있는 거래소 시스템이 필요하단 설명이다.

      넥슨과 카카오도 일찌감치 가상화폐 거래소를 확보했다. 넥슨은 작년 9월 912억원을 들여 가상화폐 거래소 코빗을 인수했다. 카카오는 자회사인 케이큐브벤처스 등을 통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지분율을 꾸준히 늘려 현재 약 23%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IT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빗썸과 코빗이 동시에 매물로 돌았는데 당시 넥슨뿐만 아니라 엔씨소프트도 유의미하게 검토했다"며 "게임사의 경우 아이템 과금 등 이미 거래소를 운영하고 있어 향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낼 수 있고, 게임 외에 다른 먹거리로도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대기업들 역시 블록체인 기술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삼성SDS·LG CNS·한화 S&C 등 대기업 계열 SI(시스템통합) 자회사가 앞단에 서서 블록체인 기술 확보 및 개발에 나서고 있다. 그룹 내에서 계열 물량을 받아 성장한 SI업체들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감독이 강화되면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맞물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네이버 역시 같은 맥락에서 가상화폐 거래소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겉으로는 부인하지만 네이버가 향후 인터넷은행 등 금융업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은 이미 업계에 익히 알려진 사실이라는 점도 거론된다.

      가상화폐 거래소를 기반으로 블록체인에 기반한 거래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은 물론 대부·국내외 간편송금·페이먼트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 이 기술과 현재 네이버가 주력하는 데이터·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기술을 융합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매력적인 요소다.

      네이버 안팎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빗썸을 인수하는 것이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현재 이해진 창업자는 정부 눈밖에 나 본보기가 되는 일을 피해야 한다는 점을 특히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차라리 합법적으로 인수한 뒤 정부 규제대로 따르는 방법도 검토해봄 직하다는 설명이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규제의 칼날을 들이댈 준비를 하고 있지만 해외 사례를 볼 때 무조건 금지할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한다"며 "어차피 나중엔 생각해봐야 할 사업이라면 지금 초기에 시작해 정부 보조를 맞추는 방법도 생각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