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업 진출에 대규모 투자유치까지…확장전략으로 판 바꾸려는 신세계
입력 2018.01.30 07:00|수정 2018.01.31 09:15
    온라인 통합법인 출범…1조 투자유치
    적극적인 행보 뒤엔 오프라인 성장세 하락 고민
    신선식품 등 온라인 유통서 주도권 확보 나서
    • 신세계그룹이 연초부터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백화점·면세점·마트 등 오프라인 사업의 성장세가 한풀 꺾인 데다 출점 제한 등으로 인한 영업 환경 악화까지 겹쳤다. 기존 오프라인 중심의 사업으론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다.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신세계그룹의 통큰 결단에 투자자들은 일단 긍정적인 반응이다.

      신세계그룹은 최근 까사미아 인수를 결정했다. 2015년 정유경 총괄사장이 책임경영을 맡은 이후 진행한 첫 인수·합병(M&A) 거래다. 신세계는 까사미아 인수로 패션·식품·외식에 더해 가구·인테리어까지 그룹의 사업 카테고리를 확장했다. 신세계는 우선 자사 백화점이나 계열사의 프리미엄 아울렛 등에 까사미아 제품을 입점시키는 방향으로 시너지를 낸다는 계획이다.

      온라인 기업으로 변모하기 위한 작업도 진행했다. 신세계과 이마트 내 온라인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별도의 합병 신설법인을 만든다. 합병 신설법인은 그룹 내 여러 계열사로 흩어져 있던 온라인 사업을 한 데 모아 전담한다. BRV캐피탈매니지먼트와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등 해외 투자자로부터 1조원 규모의 투자금도 유치했다.

      이 같은 변화는 '성장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고민의 결과라는 분석이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이 주력하는 마트나 백화점 모두 출점규제로 확장이 어렵고, 해외에서도 사실상 확장 잠재력을 찾지 못했다"며 "새로운 성장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차원에서 (사업) 카테고리를 추가하고, 온라인 확장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신세계그룹은 온라인 중심의 성장 전략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온라인 유통 사업에 대한 남다른 의지가 반영됐다. 그간 정용진 부회장은 공식 석상에서 유통업의 위기를 강조하며 신사업 확장에 대한 필요성을 피력해왔다.

    • 특히 식품 사업 부문에서의 성장 여지가 남아있다는 점이 온라인 확장 전략의 결정적인 판단 근거가 됐다는 분석이다. 국내 식품 유통시장의 규모는 300조원인데 여전히 오프라인 비중이 90%에 이른다. 온라인 침투율이 낮아 온라인 시장에서의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다는 설명이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선 신선식품 유통 부문에서 온라인 주도권을 잡기 위한 다툼이 치열하다. 아마존은 지난해 홀푸드를 인수하며 약점으로 꼽히던 신선식품 라인을 보강했고, 알리바바나 텐센트 등 전자상거래 업체도 각각 허마셴셩(盒馬鮮生)과 영휘마트(永辉超市)에 투자하며 농산물·신선식품 카테고리 확보에 나섰다.

      한 증권사 유통 담당 연구원은 "신선식품은 상품 특성상 상시적으로 구매가 일어나기 때문에 캐시플로우가 꾸준히 나올 수 있다"며 "아직 주도권을 확실히 잡은 업체가 없는 상황에서 식품 온라인 부문을 확실히 잡는다면 다른 영역에서도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시장에서의 가능성을 직접 확인한 점도 반영됐다. 신세계그룹은 2014년 신세계몰, 이마트몰 등으로 분산돼 있던 계열사 온라인 쇼핑몰을 SSG닷컴으로 통합했다. SSG닷컴 매출은 2014년 출범 이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엔 2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신세계와 이마트가 각각 운영하는 SSG닷컴을 통합법인이 전담해 운영을 일원화하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오픈마켓·소셜커머스 등 기존 온라인 중심 업체들이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여전히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은 신세계에 유리한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소셜커머스 3사는 기업가치를 고평가받아 막대한 투자금을 유치했지만 투자금 대부분을 쿠폰 등 프로모션에 쓰며 제살 깎아먹기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안정적인 궤도에 오른 곳은 아직 없다는 게 투자업계 평가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신세계는 11번가 JV(조인트벤처) 설립이 무산된 후 티몬 인수를 꾸준히 검토해왔는데 적자인데도 비싼 값을 부르는 게 걸림돌이었다"며 "이번 온라인 통합법인 출범으로 사실상 기존 업체를 사기보단 자체적으로 키우는 것으로 방향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2023년까지 온라인 매출 1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공언한 만큼 외부에서 수혈한 1조원 규모의 자금은 당장 온라인 사업 확장에 사용될 전망이다. 회사는 구체적인 자금 용처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지만 투자업계와 시장 관계자들은 당장 온라인 식품 전용 물류센터가 유력한 1순위 투자처라고 보고 있다. 까사미아와 같이 온라인몰 카테고리에 넣을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 확보에 투자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당장 1조원으로 다른 기업을 인수할 가능성보다는 물류센터 등에 투자할 가능성이 있다"며 "1조원 투자유치했던 쿠팡과 비교하면 온라인 통합법인의 기업가치는 5조~6조원 수준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재무적투자자(FI)의 투자금 회수를 생각하면 IPO(기업공개)까지 계획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 일단 투자자들은 긍정적인 반응이다. 구체적인 회사의 사업 방향은 나오지 않았지만 분위기 반전 카드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실제 신세계그룹의 깜짝 발표 직후 이마트 주가는 전날 대비 15%가량 급등했고, 신세계 주가도 약 10%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