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이래 처음 PEF 손잡은 신세계…'블루오션' 선점한 어피니티·BRV
입력 2018.02.07 07:00|수정 2018.02.06 18:27
    회사채·은행차입만 하던 신세계, 자금조달 방식도 '변화'
    사업 축 이원화에 대규모 자금 소요 '불가피'
    '조달창구 다양화'한 신세계, PEF와 파트너십 이어갈 듯
    신세계 손잡은 PEF…확장전략 힘 입은 '관계유지'에 관심
    • 신세계그룹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사모펀드(PEF) 지원을 받고 본격적인 확장전략에 나섰다. 주력인 오프라인의 사업의 성장세가 잦아들면서 SSG를 필두로 온라인사업에서 활로를 모색하려는 전략이다. 신세계그룹과 처음으로 연을 맺은 PEF들이 신세계의 확장전략에 힘입어 꾸준한 관계를 이어갈 수 있을지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신세계는 최근 신세계와 이마트 내 온라인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하고 각각의 사업부를 합병해 신설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신설법인은 각 계열사에 분산돼 있던 온라인 사업을 모아 전담한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사업에서 벗어나 온라인부문 사업 부문에도 힘을 싣는다는 전략이다.

      필요한 자금 일부는 글로벌 PEF 운용사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BRV캐피탈매니지먼트가 투자한다. 투자금액은 약 1조원, 신세계와 재무적투자자(FI)간 구체적인 지분율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 신세계가 제 3자로부터 자금을 유치해 대규모 투자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세계는 그동안 대부분 운영자금을 회사채 발행과 은행권 차입으로 충당해 왔다. 신세계와 이마트의 신용등급은 각각 AA(안정적)와 AA+(안정적)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등급을 보유하고 있어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에 큰 무리가 없다. 유통업체를 바라보는 우려 섞인 시각에도 불구, 신세계는 올해 3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8200억원의 주문이 몰리며 대규모 초과수요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마트는 지난 2006년 8250억원을 들여 월마트를 인수할 당시 필요 자금을 금융권 차입과 내부 유보금으로 충당했다. 2011년 킴스클럽마트 또한 2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마련했다. 신세계의 올해 첫 M&A인 까사미아 인수자금 또한 대부분 보유한 현금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신세계의 이번 PEF 투자유치는 '성장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고민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등 사업의 중심축을 이원화하기 위해선 대규모 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신선식품 사업 투자, 특히 전용 물류센터를 비롯한 인프라구축을 위한 초기자금 소요도 만만치 않다. 투입자금이 꾸준한 현금흐름을 만들어 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금조달의 통로를 다양하게 확보하는 것과 동시에 자금력을 갖춘 든든한 '우군'도 필요했다는 평가다.

      PEF 업계 한 관계자는 "신세계가 구체적인 자금 사용계획은 밝히지 않았지만 신세계의 온라인사업이 성숙기에 접어들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향후 투자금액은 현재 유치한 자금보다는 훨씬 더 클 수 있다"며 "이제껏 외부자금유치를 꺼려온 신세계가 PEF와 손을 잡은 것은 향후 어피니티와 BRV외에도 금융권과 꾸준한 파트너십을 맺겠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간 신세계와 손발을 맞춰온 금융사들은 많지 않았으나 PEF와 투자은행(IB)을 비롯해 정용진 부회장의 금융권 네트워크는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정 부회장이 졸업한 브라운대학교 출신 인사들은 핵심 인맥으로 꼽힌다. 정형진 골드만삭스 서울지점 기업금융대표, 김한철 베어링PEA 대표, 홍민기 CVC캐피탈 동남아시아 대표와 이번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어피니티의 이철주 대표 모두 브라운대학교 출신이다.

      PEF 입장에서도 신세계는 '블루오션'과 같은 존재다. 기존 신세계의 유통산업은 성숙도가 높은 탓에 투자를 집행할 여지가 크지 않았지만 신세계가 강력한 확장 의지를 갖는 온라인사업은 투자수요가 충분하다는 평가다. 소셜커머스와 오픈마켓 등 온라인 상거래업체가 경쟁 구도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 전략적투자자(SI)가 자금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선점해 나간다면 업계 재편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신세계그룹이 대규모 투자 의지를 갖고 있으면서 기존 금융업체와 '끈끈한' 관계가 아직 없다는 점도 글로벌 PEF들이 관심을 갖기에 충분했다는 평이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여러 곳의 글로벌 PEF와 IB들이 신세계와 거래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신세계가 앞으로 대규모 투자를 이어간다면 기존에 연을 맺은 PEF와 IB가 아무래도 유리한 입장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번에 투자를 진행한 업체들이 향후 관계를 꾸준히 유지해 나가는지 여부도 지켜볼 만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