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 신용공제대표 선임, '10개월 경력자' 에 50조원 맡긴 중앙회
입력 2018.02.27 07:00|수정 2018.02.28 11:13
    연봉 4억원대ㆍ50조 자산운용에 공제사업 총괄...국민연금 CIO와 버금
    권광석 대표, 경력 대부분 홍보실...투자 실무경력 없어
    '인사추천위원회' 통해 뽑았다지만...경쟁후보 없이 단독추천
    • 권광석 우리PE 대표가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 대표로 내정됐다. 51조원에 달하는 중앙회 자산운용과 공제(보험)사업을 총괄한다. 중앙회장 아래 3명의 상근이사 가운데 가장 '알짜' 자리다.

      국민연금으로 치면 '기금운용본부장'(CIO)에 해당된다. 연봉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보다 1.5배 더 많다. 기본금 2억5440만원에 성과급을 포함, 총 4억1800만원을 받는다. (2017년 기준).

      게다가 올해부터 중앙회장이 상근직에서 비상근직으로 빠진다. 덕분에 다른 상근이사 대우가 더 좋아질 전망이다.

      개인으로는 영광된 자리지만 이번 이직으로 우리은행 내부 분위기는 어수선하다. 인사관리가 꼬인 때문이다. 수석부행장의 직무배제 이후 얼마되지 않아 계열사 대표도 퇴직하게 됐다. 권광석 대표의 경우 재직 3개월만에 '깜짝' 퇴사다.

      우리은행 내부 관계자들 상당수는 권 대표가  '적폐사례'로 몰린 이광구 행장 사람으로 분류된터라 '당분간 피해 있으라'며 계열사 가운데 주목도가 낮은 우리PE로 발령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사로 우리PE만 또 아픔을 겪게 됐다. 우리PE는 수년간 우리은행의 반복된 '비전문가 인사', '낙하산 인사'로 곤욕을 겪었다. 2호 블라인드 펀드의 높은 수익률이 무색했다. 8년~10년 만기인 펀드를 운용하는 회사인데 대표 재직기간이 11개월 (4대 김병효 대표)인 경우도 있었다. 이번에 이 기록을 경신했다.

      새마을금고중앙회의 채용과정도 동시에 화제가 되고 있다. 투자경력 10개월인 '홍보맨'을 50조원 자산운용의 수장 자리에 앉혔다. 경쟁후보도 없는 단독후보였다.

      알려진대로 새마을금고중앙회는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는 중앙회장 선거를 이달초 마무리했다. 동울산금고 이사장이었던 박차훈 회장이 4년 임기의 제17대 중앙회장으로 선출됐다.

      이번 중앙회장은 2014년 새마을금고법 개정으로 상근직에서 비상근직으로 전환된다. 이로 인해 표면상으로는 중앙회장 아래 관리이사ㆍ감독이사ㆍ신용공제대표 3명의 상근이사에 실리는 권한이 커진다.

      거꾸로 중앙회장 입장에서 보면 앞으로 4년 임기를 같이할 세 명의 상근이사가 누구냐가 중요한 사항이 됐다. 중앙회장의 활동범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사항이다. 당연히 '내 사람'이 이 자리에 앉는 것이 유리한 구조다.

      이 상황에서 권 대표가 지역금고 이사장 등의 추천으로 신용공제부문 단독 후보로 올랐다. 이사회 의결까지 뚝딱 통과됐다.

    • 알려진대로 권 대표의 우리은행 재직시절 경력은 대부분 '홍보실'이다. 은행지점을 거쳐 박병원 우리금융지주 회장 당시 회장실에 근무했다. 이후  2013년부터 홍보실, 그리고 대외협력단을 맡았다. 은행권에서는 '홍보맨'으로 평가받는다.

      투자업무 경력은 이광구 행장 시절 'IB그룹장'을 맡은 게 전부다. 기간은 2017년 2월~12월로 딱 10개월이다. 그것도 실무경력이 없는 관리자 경력이다. 누가봐도 50조원대 자산운용과 공제사업을 총괄할 경력으로는 부족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사실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부문 대표 자리라면 더 많은 경험과 경력을 갖춘 인사를 찾는 일이 어렵지 않다. 국민연금처럼 정치권 입김에 휘둘리는 정도도 덜하다.

      그러나 채용과정에서 '경쟁후보'는 단 한명도 없었다.

      새마을금고중앙회가 밝힌 바에 따르면 이번 신용공제부문 대표 선발은 새 채용시스템으로 진행됐다. 역시 2014년 박근혜 정부 당시 개정된 새마을금고법 개정안에 따라 이뤄졌다.

      이전까지 상근이사 선발은 중앙회장이 누구를 골라 후보로 추천하면 새마을금고 '대의원총회'가 승인하는 방식이었다. 대의원들은 지역 새마을금고 등을 대변하는 이들이 모인 조직으로 현재 350명이 참여하고 있다. 과반수 찬성이면 승인이 난다.

      그러나 이런 채용과정이 회장 입맛에만 맞는 사람을 뽑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이로 인해 '인사추천위원회'가 도입됐다. 최근 셀프연임 논란이 일고 있는 금융지주사나 은행들의 임원추천위원회를 따라한 모양새다.

      이 인사추천위원회는 총 7명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4명이 지역금고 이사장으로 채워진다. 나머지 3명 가운데 1명은 중앙회장과 행정안전부장관이 협의해 채워넣는다. 나머지 2명을 민간에서 뽑는다.

      겉으로 보면 독립위원회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당선된 중앙회장에게 잘 보여야 할 지역금고 이사장이 중앙회장 눈치를 보지 않고 후보를 올릴 수 있을지 미지수다. 또 위원회에 참여하는 지역금고 이사장 4명 가운데 절반은 새마을금고 이사회(총20명) 소속 이사들이 맡는다.

      나머지 1명의 위원도 행안부장관 협의라고 하지만 어쨌든 중앙회장이 추천을 한다. 결국 마음만 먹는다면 7명의 인사추천위원회가 중앙회장 사람들로 채워지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새마을금고중앙회에 따르면 이 인사추천위원회는 대략 1월말 구성됐다. 그리고 권광석 대표를 새 신용공제부문 대표의 단독후보로 올렸다. 지난 20일 이사회에서 이를 확정했다. 남은 과정은 이달 28일 열릴 대의원총회 과반수가 찬성하면 최종 확정된다.

      새마을금고와 우리은행간의 그간 인연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새마을금고가 우리은행 경영권 인수를 적극 시도했던 이력이 있다. 지난 정부에서 우리은행 경영권 매각이 한창이던 2016년이었다. 권광석 대표는 이때 우리은행 대외협력단(상무)을 총괄했다.

      이번 채용과정의 여러 이유에 대해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인사추천위원회와 관련된 부분에 밝힐 수 있는 사항이 공식적으로는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