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경영 마지막 해, 아시아나항공이 꺼낼 수 있는 카드는?
입력 2018.03.07 07:00|수정 2018.03.08 09:17
    영구채·리파이낸싱·비핵심자산 등 조달 방안 다각화
    단기 채무 도래·고금리 부담…만기 조정 목적 리파이낸싱 계획 중
    사업 환경 우호적… 중국 노선 회복 여부가 관건
    • 아시아나항공이 3년간 진행한 비상 경영 체제를 올해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마련 중이다. 다양한 자구안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실적 악화로 조달 비용이 높아진 상황이다.

      다만 회사가 목표한대로 자구안이 진행되려면 중국 실적 회복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진행한 4분기 실적 발표에서 재무건전성 개선을 위해 다양한 자금 조달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구채 발행과 채무재조정(리파이낸싱), 비핵심자산매각, 증자 등 크게 네 가지로 정리된다. 고강도 구조조정을 마무리 짓기 위해 사실상 갖고 있는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난 2월 진행한 창립 3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의 발언과도 연결된다. 당시 김 사장은 "3년간 진행한 경영정상화 계획을 올해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다짐한 바 있다.

      부채 조정이 가장 시급한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의 단기 차입금은 2조원 규모로, 이중 5800억원 규모 자산유동화증권(ABS)의 만기가 올해 다가온다. 더불어 올해 상환해야 하는 회사채와 기업어음 규모는 4000억에 이른다. 내년 만기 도래하는 사채는 4000억원 수준에 불과해 만기를 분산할 필요가 있다.

      올해 상환 부담이 몰리는 점을 감안해 아시아나항공은 단기 차입금을 장기로 전환할 수 있도록 은행권을 설득할 예정이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설득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산업은행만 설득되면 타 은행도 뒷따라 장기로 전환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3000억~5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도 고려중이다. 내년 새로운 회계제도(IFRS16) 도입을 대비하기 위함이다. 이 경우 운용리스가 부채로 인식돼 부채비율이 200%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금리다. 지난해 6월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성공한 대한항공은 금리 조건을 4.875%로 맞췄다. 한국신용평가는 대한항공(BBB+)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변경했다. 반면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을 BBB0에서 BBB-로 하향 조정했다. 회사채 금리를 5% 중반 전후로 지급하는 아시아나항공의 상황을 고려하면 대한항공보다 높은 비용으로 영구채를 발행해야 한다.

      그동안 아시아나가 영구채를 발행하지 못한 이유도 높은 금융 비용 때문이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금리 인상 기조도 더해져 차환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비핵심 자산 매각 카드 활용 가능성도 높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사옥 지분(80%)과 CJ대한통운 지분(4.99%)을 보유하고 있다. CJ대한통운 보유 지분은 2일 현재 주가 기준 1500억원 상당이다. 아시아나항공이 지난해부터 델타항공과 대우건설 지분 등 다양한 자산을 정리한 탓에 이 과정은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시장에선 예상하고 있다. 사실 CJ대한통운 지분은 지난 수년간 매각 또는 유동화 가능성이 여러번 검토 대상으로 오른 바 없지 않다.

      이외에도 아시아나항공 측은 중장기적으로 증자를 검토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2016년 유상증자에 실패한 이력이 있어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선 최후의 수단이라는 평가도 따른다. 2016년 회사는 1600억원을 모집할 계획이었지만 1000억원 이상이 미달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계열사나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등 오너 일가의 지원 여력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증자까지 검토한 대목은 아시아나항공이 처한 상황을 방증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어떤 카드가 사용되든간에 관건은 실적 회복 여부다. 올해 중국 실적 회복 여부에 따라 회사의 주요 자구안이 계획대로 실행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전체 여객 매출의 60%가 중단거리 국제 노선이 차지했다. 특히 중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사업 확대에 나섰던 터라 사드(THAAD) 배치 여파가 특히 컸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중국 노선 매출이 2016년보다 25%가량 줄었다. 더불어 국내 LCC와 중국 국영 항공사와의 경쟁도 심화되면서 전반적인 수익성이 악화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하반기 여객부문이 성장하면서 실적은 개선되는 모습이다. 지난 4분기 영업이익은 860억원으로 분기 최대 실적을 냈다. 다만 여전히 중국 정부가 방한 관광객 규제 조치를 완전히 해제하지 않고 있어 중국 수요를 회복할 지 여부는 미지수다.

      아시아나항공을 담당하는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실적 회복은 금융사들과의 리파이낸싱 협의 시 가장 우선되는 사안"이라며 "2016년 수준의 실적을 회복해야 계획한 자구안을 수월히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