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시 바이오業특수성 인정 어려워"
입력 2018.03.22 07:00|수정 2018.03.21 15:50
    신용평가 3사 제약 담당 연구원 인터뷰
    제약사와 같은 평가방법론
    바이오社는 평가 꺼려
    "IT 버블의 교훈"…보수적 접근
    • 최근 바이오 기업 투자 붐이 주식 시장을 흔들고 있다. 시가총액 기준 상위사에 바이오 기업의 비중이 늘어났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스닥 지수의 상승은 일부 바이오 종목의 상승과도 일치했다.

      바이오 기업에 열광했던 주식 시장과는 달리 크레딧 업계는 여전히 거리감을 두는 모습이다.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초기 단계에서 연구·개발(R&D) 투자비용이 큰 바이오 업계의 특수성과는 별개로 제조업과 같은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신용평가 3사 모두 바이오가 높은 성장성이 기대되는 유일한 사업군이라는 데 동의했다. 현재의 바이오 열풍을 "전체적으로 부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섹터가 예전보다 현저히 줄어 주식시장에서 잠재력을 기대할 수 있는 산업군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크레딧 시장은 그 열풍에 부합할만큼 바이오산업이 앞으로 안정적으로 성장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최근 2~3년 새 한미약품과 녹십자 등의 중견 제약회사는 회사채 시장에서 영향력 있는 이슈어로 자리 잡았다. 기존 제약사들은 자체 개발보다는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접근이 용이한 제네릭(복제약)을 중심으로 실적을 내고 있어 'A'급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반면 주식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 받는 바이오 기업들 중에선 유효등급을 받은 기업을 찾기 어렵다. 크레딧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바이오 기업의 약점에서 찾았다.

      전지훈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시장 지위와 포트폴리오, 연구개발 역량, 수익성, 재무안정성으로 나눠 평가했을 때 바이오 기업이 기존 제약사보다 불리한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신용평가 3사는 바이오 기업과 기존 제약사의 평가방법론을 똑같이 적용하고 있다. 바이오 기업에 대한 신용평가 방법론도 별개로 마련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신평사들은 바이오 기업의 특수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적자기업도 원칙적으로 평가가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좋은 평가등급을 받기는 어렵다. 차입금 상환 능력은 기업 신용등급 평가시 중대한 사안 중 하나다.

      김병균 한국기업평가 실장은 "극단적으로 말하면 제약사와 바이오기업뿐 아니라 모든 업종을 하나의 방법론으로 평가를 할 수 있다고 본다"며 "핵심은 회사가 속한 사업군이 아니라 사업이 궤도에 올랐는지, 안정적인 실적과 시장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지 여부"라고 지적했다.

      2000년대 초반 IT버블 사례는 현재의 사업성을 기초로 평가해야 한다는 신평사의 의견에 힘을 실었다. 당시 초기 IT기업에 대한 투자가 진행됐는데, 대부분이 'BB' 수준의 투기등급을 받았다. 기술보증기금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이 보증하는 등 정부가 대신 신용 리스크를 떠안은 덕분에 시장의 수요는 컸지만, 버블이 붕괴되면서 신생 IT 기업의 다수가 파산했다.

      해외 신용평가사에서도 바이오기업을 보수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존슨앤존슨(J&J)와 로슈(Roche) 등 글로벌 제약회사는 우량한 투자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실적 근거가 부족한 바이오테크기업에 좋은 등급을 부여한 사례는 없다.

      크레딧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낮다 보니 바이오 기업들의 평가 의뢰 요청이 많지 않다.

      송미경 NICE신용평가 실장은 "차입금 상환 능력을 통해 평가받는 회사채 시장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높은 성장 가능성을 무기로 주식시장이나 모험자본에 의존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신용평가 업계는 바이오 산업의 열풍 뒤에 숨은 성과를 냉정히 평가해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전지훈 연구원은 "바이오 회사가 난립을 하고 있는데, 크레딧 측면에서는 개발의 성과가 나와 현금 흐름으로 이어지는 선순환하는 사례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재원 조달이 한정적인 제약사가 투자 방안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병균 실장은 "바이오뿐 아니라 기존 제약사들도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하지만 재원 조달 방안은 아직 제한적"이라며 "벤처캐피탈(VC)과 사모펀드(PEF) 등을 활용한 창의적인 투자 창구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