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 모드에서 구조조정으로"…숨고르기 들어간 롯데쇼핑
입력 2018.05.04 07:00|수정 2018.05.03 21:01
    지난해까지 매장 확대에 집중...첫 점포 매각
    수년째 현금 창출력 낮아졌지만 계열사 지원에 따른 채무 증가
    中마트 매각 가시화...연간 이익 2500억 개선 예상
    • 확장 모드였던 롯데쇼핑이 국내외 부실 점포 정리의 구조조정에 집중하고 있다. 현금 창출력은 줄어드는 데 반해 부채 부담이 늘어나면서 재정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연이은 적자로 회사의 발목을 잡았던 중국 롯데마트도 실마리를 찾았다.

      그동안 롯데쇼핑은 국내와 해외에서 빠른 속도로 확장을 거듭해왔다. 2014년 31개였던 국내 백화점 점포는 지난해까지 33개로 늘어 국내 1위 지위를 유지했다. 할인점과 아울렛 수도 지난해 말 기준 123개와 21개로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타사 대비 점포가 많다보니 비효율적인 영업장도 나왔다. 이에 롯데백화점은 올 초부터 부평과 인천, 김포공항 등 6개 지점을 혁신점포로 지정해 운영해왔다. 수익성이 악화된 점포의 중복 업무를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었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아 이중 일부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롯데백화점 부평점과 안양점, 영플라자 청주점 등 국내 부실 점포 정리를 준비하고 있다. 롯데쇼핑이 백화점 점포를 정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롯데쇼핑은 신세계백화점과 인천종합터미널 내 백화점 부지 소유권을 두고 소송전을 벌인 끝에 지난해 말 운영권을 확보했다. 그러나 비슷한 지역에서 백화점을 두 곳이나 운영해 공정위의 지적을 받았다. 다른 비효율 점포에 대해서도 롯데쇼핑은 다른 임차인에게 임대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롯데쇼핑의 가장 큰 숙제였던 중국 롯데마트 매각 사업은 한중관계 개선으로 최근 진전을 보이고 있다. 적자를 내던 사업장의 매각만 성공해도 롯데쇼핑의 실적 개선은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 롯데마트는 현지 대형 유통사 우마트에 화북 법인의 22개 점포를 2485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중국 내 롯데마트는 분기당 500억~600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현지 법인의 단기 차입금 상환을 위해 7000억원을 추가로 증자를 지원했지만 시장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이다. 유통업을 담당하는 한 연구원은 "매각이 빠르면 빠를수록 이 부분은 상당 부분 회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롯데쇼핑은 나머지 74개 점포에 대해서도 매각을 빠른 시일 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체 점포 매각이 완료될 경우 롯데쇼핑의 영업이익은 2500억원가량 개선될 예정이다. 신용평가사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투자한 금액이 있어 매각 가격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면서도 "중국 사업을 정리할 수 있다는 점을 시장에 알린 점이 가장 큰 소득"이라고 언급했다.

      롯데쇼핑이 확장 대신 효율화를 선택한 것은 현금 창출력 대비 채무 부담이 매년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5년간 롯데쇼핑의 매출액과 EBIT(이자 및 세전이익)은 꾸준히 감소했다. 반면 중국 백화점과 시네마, 계열사 개발사업 등에 지급보증을 제공하면서 회사의 잠재채무는 큰 폭으로 늘었다. 2013년 말 1조2000억원이었던 잠재채무는 지난해 말 기준 4조원으로 증가한 상황이었다.

      신용평가사들은 지난해 롯데쇼핑의 주력 사업의 수익 창출력 약화, 잠재 재무 부담 확대 등을 이유로 롯데쇼핑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이는 채무 연대보증을 지고 있는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에도 영향을 미쳤다. 신평사들은 롯데지주와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롯데제과에 대해서도 줄줄이 전망을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