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 사상 최대 실적에도 웃지 못한 진에어
입력 2018.05.14 07:00|수정 2018.05.12 12:03
    진에어, 상장 이후 최대 실적...주가는 공모가 수준
    LCC 투심 경쟁사 제주항공이 누려
    의미없는 전문경영인 체제..."진에어 오너리스크 길어져"
    • 진에어가 설립 이후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한진그룹 오너일가가 불러일으킨 사회적 분노가 진에어까지 미쳐 축제 분위기를 즐기지 못하고 있다. 여론에 못이겨 조양호 회장은 대표직에서 물러났지만 '꼼수'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었다. 오너 리스크가 진에어의 성장성에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따른다.

      지난 10일 진에어가 발표한 잠정실적에 따르면 1분기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20% 증가한 279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56% 증가한 531억원을 보였다. 2008년 설립 이후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이다.

      진에어의 효율적인 대형기(B777) 운영과 일본‧동남아 노선 수요로 실적 개선은 이미 짐작된 바 있지만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항공업을 담당하는 한 애널리스트는 "규모가 커지면서 비용 관리가 안정적인 모습이고, 유가 부담에 따른 방어효과도 예상보다 컸다"고 설명했다.

      올해 진에어를 포함한 LCC(저가항공)업계는 사상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보인다.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어 올해 국제 여객수는 지난해보다 1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항공업종에서 FSC(대형항공) 대신 저가항공사를 추천 종목으로 교체한 배경이다.

      그러나 이 수혜는 온전히 경쟁사이자 업계 1위사인 제주항공이 누리고 있다. 한진그룹 오너일가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고 있고 이 여파가 자회사 진에어까지 미치고 있어서다.

      올해 초 3만9000원대였던 제주항공의 주가는 최근 30% 가까이 올랐다. 2015년 상장 이후 최고가다. 반면 진에어는 상장 당시 공모가(3만1800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올 초 3만원 초반대였던 진에어의 주가는 지난 3월 10% 올랐으나, 오너리스크 여파로 다시 최근 연초 가격으로 떨어졌다.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조양호 회장 일가로 인한 여파를 흡수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문제는 진에어의 오너리스크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조 회장은 최근 공시를 통해 진에어 대표이사직을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내이사직은 유지하면서 오너일가의 면피를 위한 결정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전문경영인을 앞세우고 있지만 이들도 조 회장 일가의 대타에 불과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앞서 조양호 회장은 지난달 대한항공의 부회장직을 신설하고 석태수 한진칼 대표를 대표로 선임했다. 사실상 조 회장의 오른팔로 불리는 인사여서 회사 측에서 주장하는 '책임 경영제'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역시 여전히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조 회장이 대한항공과 진에어 등 그룹 주요 자회사의 경영권과 승계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대한항공 측은 "석태수 부회장 선임 이후 (오너일가 등) 경영진에 대한 변화는 구상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항공업을 담당하는 한 연구원은 "성장성과 수익성으로 본다면 진에어에 프리미엄을 부과해야 하는 시기에 오너 리스크로 투자 심리가 훼손되고 있고 소송전 등 불확실성이 길어질 수 있어 회사의 앞날에 발목을 잡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