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고금리에도 해외 영구채 발행 강행하는 이유
입력 2018.06.14 07:00|수정 2018.06.18 09:29
    금리 9%에도 해외 발행 '재도전'
    국내 금융사의 냉소적인 시각 여전해
    국내 시장서 대한항공과 맞붙을 경우 입지 불리
    투기등급 보유한 韓항공사로 해외 투자자 인식
    • 아시아나항공이 수요예측 실패에도 해외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을 강행하기로 했다. 국내 금융시장에서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는 점이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이 같은 기간 국내에서 자금을 모집하고 있어 아시아나항공에 남아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다는 평가다.

      아시아나항공은 해외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을 연기했다. 3억달러(약 3200억원) 모집을 희망했지만 7일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2억달러에 미치지 못하는 물량 요청이 들어왔다. 그럼에도 회사는 이르면 이달 말 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다시 한 번 수요예측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해외 발행 계획을 접고 국내 시장으로 선회한 대한항공과는 다른 모습이다. 대한항공은 당초 3억달러(약 3200억원) 규모 외화 영구채 발행을 진행했으나 유리한 발행 조건을 이끌어내기 어려웠다. 대한항공 외화 영구채 금리는 과거 발행보다 높은 7~8%에서 거론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은 수요예측 당시 이보다 높은 9.5%를 제시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외화 영구채 발행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아시아나항공과 비슷한 신용등급으로 해외 영구채 발행에 성공했던 대한항공의 금리와 비교해도 상당히 높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지난해 대한항공은 6.89%의 금리를 이끌어 낸 바 있다.

      높은 조달 비용에도 해외 조달을 강행하는 이유로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대한 국내 금융사의 신뢰가 회복되지 않은 점이 꼽힌다. 수천억원의 자금 조달 시 대형 증권사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아직은 아시아나항공을 기피하고 있다.

      과거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국내 금융권에 미친 여파는 상당했다. 당시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수천억원의 손실을 냈다. 이후 8년간의 고강도 구조조정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대형 금융사들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비중을 줄여나갔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에 대한 금융권의 냉소적인 태도는 여전하다. 은행지주계 증권사를 포함한 주요 대형 증권사가 주저하는 탓에 아시아나항공은 중소형 증권사와 손을 잡고 소규모 자금을 조달에 나서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조달한다고 해도 대한항공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대한항공이 회사 규모로나 건전성으로보나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어 같은 기간 자금을 조달할 시 흥행을 기대하기 어렵다. 신용등급도 대한항공보다 낮은 BBB-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해외시장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비슷한 업종의 비슷한 신용도를 보유한 회사로 인식된다는 평가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 대한항공도 조달하기 쉽지 않은 환경인데 아시아나항공은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양사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인식은 국내에서처럼 큰 격차를 보이지 않아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