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시장도 물류센터 반대…신세계 온라인센터 절름발이 우려
입력 2018.06.27 07:00|수정 2018.06.29 09:34
    아마존 본사 표방했지만 주민 반발에 부지 매입도 못해
    새 시장도 물류센터 반대…입지 아까운 신세계 전전긍긍
    신세계 “물류센터는 일부” 주장에도 설득 가능성 미지수
    • 신세계그룹이 경기도 하남시에 추진 중인 온라인센터 건립 사업이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주민들의 물류센터 반대 목소리가 높은데다 차기 하남시장도 반대 입장을 밝힌 터라 추진 동력을 얻기 쉽지 않다. 물류센터 기능을 빼면 속도가 나겠지만 서울과 가깝다는 지리적 효용가치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어 신세계그룹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이마트는 지난 3월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공급한 하남 미사강변도시 자족시설용지 2만1422㎡를 972억200만원에 인수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이 땅에 아마존을 능가하는 초대형 온라인센터를 짓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온라인센터가 온라인 사업의 심장부이자 분사하는 SSG닷컴의 핵심 시설이 될 것이란 포부도 드러냈다. 하지만 사업은 지지부진하다.

    • 온라인센터 부지는 서울시에서 하남시로 들어오는 초입에 위치하고 있다. 인근의 황산사거리는 상습 정체 지역으로 미사강변도시가 대규모로 개발되기 전부터 교통대란 우려가 제기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물류센터가 들어오고 대형 트럭이 오간다면 교통 정체가 심화할 수밖에 없다. 근처에 창고형 할인점 코스트코 입점도 예고돼 있다.

      하남시 주민들은 신세계그룹이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물류센터를 건립하려 한다며 반발했다. 온라인센터는 이마트처럼 주민들의 생활에 직접 연계되는 것은 아니다. 스타필드하남과 달리 주민 고용 효과도 제한적이다.

      신세계그룹이 롤모델로 삼은 아마존과도 사정이 다르다. 아마존은 미국 시애틀 1본사에 이어 두 번째 사옥을 준공할 예정인데 수많은 도시들이 일자리 창출 등 경제 효과를 노리고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신세계의 경우 지역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는 주민들의 반발에 동조했다. 현 하남시장과 지역구 국회의원이 반대에 나섰다. 그 여파로 이마트와 LH의 토지매매 계약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LH도 주민 민원이 해소되기 전까진 땅을 매각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대형 법무법인 부동산 담당 관계자는 “대규모 부동산 개발사업은 건축 인허가권을 가진 지자체의 협조 없이는 진행하기 쉽지 않다”며 “건축에 돌입하더라고 민원이 이어지면 중지 명령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지자체, 지역사회와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6. 13 지방선거 후에도 이 같은 분위기는 이어질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호 하남시장 당선인은 꾸준히 신세계 물류센터 반대 입장을 밝히며 선거전에서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당선 후에도 신세계 물류센터 등 공공갈등 현안에 신속히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대규모 택지 개발로 새 유입 인구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하남시의 상황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온라인센터에 지지를 보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한 증권사 유통담당 연구원은 “유통사들이 배송 마지막 단계인 라스트마일딜리버리(Last mile delivery)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어한다”며 “국내에선 주거시설이 밀집돼 있다 보니 유통사와 주민간 이해관계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신세계그룹이 온라인센터를 포기하기엔 입지가 아깝다. 해당 부지는 인근 교통정체가 있긴 하지만 서울 접경에서 1km도 떨어져 있지 않다. 물류를 들여올 고속도로는 물론 강남 등 요지와도 가깝기 때문에 물류센터로서 매력도가 높다. 이마트는 지난해 경기 구리시 갈매지구, 2015년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에 물류센터를 건립하려 했으나 주민 반발에 부딪혀 철회한 바 있다. 이번 기회마저 놓치면 보다 경기 외곽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

      신세계그룹은 앞으로도 최대한 온라인센터의 취지에 대해 설명하고 주민과 하남시를 설득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물류센터 기능이 들어가는 것은 맞지만 일부분에 불과하고 아마존 본사처럼 연구 관련 기능도 있다는 점을 알리겠다는 복안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지역 주민들이 하남 온라인센터를 김포에 있는 이마트 온라인 물류센터와 같은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데 실제론 아마존 본사와 같은 연구 기능에 물류 기능이 일부 포함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새로운 시장이 오면 대화를 통해 오해를 풀고 협의체를 만들어 지역 주민과 간담회도 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의 설득이 얼마나 효용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지역 사회에선 신세계그룹의 목적이 어떻든 물류센터가 포함되는지 여부가 판단의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자체에서도 물류센터가 들어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하남시청 관계자는 “아직 신세계그룹의 부지 매입이 이뤄지지 않았고 건축 계획 신청도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시가 관여할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신세계그룹에 대해 주민 불신이 상당히 큰 상황이라 물류센터가 들어오기는 힘들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은 물류센터가 아닌 다른 용도로 들어온다면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신세계그룹은 경우에 따라 물류센터를 빼거나 그 규모를 대폭 축소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온라인 사업의 중심지라고 해도 오프라인 물류가 받쳐주지 않으면 큰 의미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대규모 외부 투자금 유치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신세계그룹은 올해 초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BRV캐피탈매니지먼트로부터 1조원 규모 투자 유치를 발표했고 최근 본격적인 협상을 진행 중이다. 분사 및 사업 조정 작업도 바쁜데 온라인센터 건립마저 막히면 온라인 사업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하남 온라인센터는 이커머스 사업의 일부분이며 외부 투자유치와도 별개”라며 “온라인센터가 건축되지 않더라도 투자는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