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G생명 매각설은 MBK파트너스에게 도움이 됐을까
입력 2018.07.05 07:00|수정 2018.07.06 09:44
    • 올 한 해 ING생명은 3번 정도는 팔린 분위기다. 신한금융지주에 팔린다 또는 팔기로 했다가 여러번. 그러다 KB금융지주가 사간다는 루머도 나왔다.

      설익은 매각설이 돌 때마다 반강제적으로 인수자가 된 지주사들, 조금이라도 매각에 관여하고 있는 이들은 한결 같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도대체 어디서 그런 얘기가 나왔느냐"가 첫 반응. 그리고 뒤를 이어 "실사(Due Diligence)도 끝나지 않았다", "공식 협상테이블에 앉아 얘기를 진행하지도 않았다", "우리도 모르는 협상을 도대체 누가 했다는 거냐"는 반응들이 매번 이어졌다.

      흥미롭게도 그간의 매각설들을 모아 내역을 따져보면 묘한(?) 가격 컨센서스가 나온다.

      현재 MBK파트너스의 ING생명 보유 지분은 59.1%, 총 4850만주. 이를 전부 인수한다는 설에서는 주당 5만원대 중반에 총액 2조5000억원의 가격이 언급됐다. 또 30%만 인수한다는 설에서는 주당 6만원대, 총액 1조5000억원 수준이 거론됐다.

      여기서 30% 인수는 인수후보가 모두 '금융지주사'라서 마련된 장치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 (제43조의2 자회사 주식의 소유의무)에서 규정한 자회사 의무 보유 지분율이 30%다. 달리 말해 신한이든, KB든 할 수만 있다면 ING생명 지분 30%만 사면 충분하다. 나머지는 MBK파트너스가 블록딜로 처분하든가 해서 따로 처리해주면 행복할 상황이다. 그렇다면 매각자 입장에서는 "적게 사가는 대신 주당 인수가격은 좀 더 높여달라"라는 주문이 나올만하다.

      지난 3개월간 쏟아진 매각설 대부분이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동시에 이 가격 범주는 모두 인수후보들이 부담스러워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ING생명 주가는 작년 5월에 3만3000원에 상장된 후 11월 무렵 가장 올라 5만원대 후반으로 올랐다. 그러다 3월 중순을 기점으로 4만원대로 계속 내려왔다. 매각설이 돌때는 3만원대로 뚝 떨어지기도 했다. 그래서 협상과정에서도 마지노선이 주당 4만원 아니냐는 얘기가 자주 나왔다.

      굳이 따지면 각종 매각설에 포함된 가격은 아무래도 매각 측에 유리한 것으로 시장에서는 평가했다. 물론 이 가격조차 MBK파트너스가 충분히 만족할지는 미지수다.

      물론 그 누구도 이런 매각설의 진원지를 자처하지 않는터라 출처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가장 최근 매각설의 경우 MBK파트너스는 "진행 중인 딜 상황에 대해 말씀드리는 것은 매우 예외적이나 기업가치가 훼손될 우려가 있고 또 다른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며 매각설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직접 밝힐 정도였다.

      하지만 진원지와 별개로, 현재까지 여러 설들은 MBK파트너스의 ING생명 매각에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하는 모습이다.

      초대형 M&A에서는 언론보도 혹은 각종 매각 루머 역시 전략의 일부로 사용하는 일이 많다. 이른바 '여론전'도 매각의 전술이다. 때론 상대방에게 직접 전하지 못하는 얘기를 언론보도를 통해 건네기도 한다. 애매한 정보를 흘려 경쟁을 조장하거나 상대방의 마음을 흔드는 일도 부지기수다.

      반면 ING생명 매각에서는 지난 3개월간 쏟아진 각종 설이 오히려 '양치기소년' 같은 분위기만 형성했다.

      이러다보니 신한금융지주든, KB금융지주든 상대방에 대한 신뢰도 낮아졌다. 아무리 MBK파트너스가 아니라고 해도 "아니 왜 협상도 끝나지 않은, 혹은 협상도 시작하지 않은 상황에서 고가에 팔린다라는 얘기가 자꾸 나오는 거냐"라고 의구심을 보일만했다.

      그렇다고 경쟁을 조장할 다른 후보가 있느냐면 그렇지도 않다.

      예전처럼 중국 인수후보를 거론할 상황도 못되고, 다른 금융지주사도 솔직히 무리다. 결국 신한 아니면 KB라는 양자택일이 유력한 상황. 그렇다면 어찌하든 이 두 후보를 어르고 달래면서 최대한 호의적이고 우호적인 분위기를 유도해 협상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양상은 정반대였다. 올해 또 한번의 조단위 리캡을 진행하면서 "지금 굳이 안팔아도 된다"라는 신호만 인식됐다. 최근 사명변경을 위한 주주총회를 준비하면서 '당장 팔아도 되지 않으니 장기전에 대비하겠다'란 모습만 각인됐다.

      이러니 투자업계에서는 "이미 예정된 대박거래인데 굳이 강공 일변도로 나갈 필요가 있느냐"란 지적이 적지 않게 나왔다.

      사실 MBK파트너스에게 있어 ING생명의 의미는 다른 어느 거래보다도 더 소중한 포트폴리오로 평가받는다.

      그도 그럴것이 일단 업종부터가 창업 멤버들의 '전공'으로 분류되는 금융업이다. 또 그간 성과가 좋았던 일본 등이 아닌, 본사가 위치한 한국에서 이뤄낸 몇안되는. 규모 있고 정통적인(orthodox) 바이아웃 거래다. '한국의 바이아웃 펀드 운용사 = MBK파트너스' 라는 시장의 평판을 여실히 증명할 거래다.

      동시에 캐나다를 비롯, 해외에서 투자금을 받아온 MBK파트너스가 국민연금ㆍ행정공제회ㆍ새마을금고 등등 내로라할 국내 기관투자가(LP)들로부터 자금을 받은 거래다. 여기에 이미 대박은 따놓은 당상. 그러니 경영권 매각까지도 사상 최고의 성과를 내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따져보면 MBK파트너스의 ING생명에 대한 애정도 각별하다는 평이 많다. 심지어 회사 '넘버1'이자 창업자인 김병주 회장과 '넘버2'인 윤종하 부회장이 나란히 등기이사로 이사회에 모두 참여한 몇 안되는 포트폴리오 회사다.

      그러나 그렇게 아끼는 포트폴리오라면 협상과정도 좀 더 유연한 게 낫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다. 일례로 현재 당면한 문제들은 어차피 최종 의사결정권자의 확고한 판단으로 풀어야 할 상황이다. 그렇다면 김병주 회장과 금융지주사 회장간 직접 담판(?)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고 보인다. 하지만 지금까지 ING생명 매각과정은 그닥 프로페셔널의 느낌이 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