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리스크 부담에 해외 조달 창구 찾는 롯데물산
입력 2018.07.30 07:00|수정 2018.07.27 18:27
    첫 해외채 발행 2억불 규모
    공시 부담으로 국내선 사모 조달만 이어와
    4월부터 현재까지 롯데월드타워 감사원 조사 중
    2013년 공모채 발행 실패한 경험도 '부담'
    확보한 자금은 차환에 주로 활용 예정
    • 롯데월드타워의 시공사인 롯데물산이 국내 시중은행의 보증을 활용해 첫 해외채 발행에 나선다. 그동안 국내 시장에선 소극적인 조달 방식을 고집해 온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총수 구속 사태에 부담을 느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롯데물산은 8월에 2억달러(약 2250억원) 규모의 지속가능채권을 발행할 계획이다. 7월 말부터는 해외투자자 모집을 위한 로드쇼를 진행한다.

      롯데물산의 해외채 발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사는 KB국민은행으로부터 지급 보증을 받아 글로벌 신용도를 보강했다. 롯데물산의 기업 신용도는 Baa1이지만 신용도가 탄탄한 시중은행의 지원을 받아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로부터 ‘Aa3’ 신용등급을 부여받았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KB국민은행의 신용 보강을 통해 해외에서 좀 더 수월하게 투자자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조달 시장에선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롯데물산의 새로운 행보라는 평가다. 그동안 롯데물산은 국내 시장에서 사모 회사채를 중심으로 조달을 이어왔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7건에 걸쳐 회사채를 발행했지만 이 중 1건을 제외하곤 모두 사모 형태로 조달했다.

      까다로운 공시 제도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공모 발행시 회사는 신고서에 투자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롯데물산과 롯데물산이 시공한 롯데월드타워와 관련한 투자 위험 요소 등을 상세히 적시해야 한다.

      롯데물산은 현재 감사원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 4월부터 국민감사청구에 따라 롯데월드타워의 신축 관련 행정협의조정 과정 등에 대해 감사 절차를 진행 중이다. 롯데월드타워 건축 승인 과정에서 이명박 정부로부터 특혜를 받았는지 여부가 핵심 사안이다. 이에 감사원 관계자는 "아직 조사 중인 사안"이라고 언급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법정 구속된 상황에서 현재 감사 중인 사안을 두고 투자자를 설득하긴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2013년 공모 회사채 발행 실패 경험도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당시 롯데물산은 1000억원 규모 자금을 모집했다. 그러나 지반 침하 문제와 서울 삼성동의 한 아파트에 헬기가 충돌하는 사고로 고층 건물의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시공 중인 롯데월드타워도 눈총을 받았다. 이로 롯데물산은 금감원의 권고에 따라 수차례에 걸쳐 신고서를 정정해야 했다. 이런 과정 끝에 받은 성적표 역시 처참했다. AA급의 우량한 신용등급에도 불구하고 당시 수요예측에는 참여한 기관투자자가 한 곳도 없었다.

      롯데물산이 발행하는 이번 해외채는 환경 개선과 사회 문제 해결 등 공적인 문제에 용처를 한정 짓는 지속가능채권이다. 이번 채권 발행 자금으로 회사 측은 롯데월드타워 개발 사업에서 발생한 부채를 차환하는 데 대부분 활용할 계획이다. 롯데월드타워는 친환경 건물로 인증받은 바 있어 지속가능채권으로 확보한 자금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롯데물산은 오는 10월 말 1000억원 규모 회사채 만기를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