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임석정펀드, 모멘티브 인수 자금조달 논란…'리스크 부담' 누가?
입력 2018.09.03 07:00|수정 2018.09.06 15:21
    금융사들 "KCC가 상환보증 어렵다고 해 LOC 원점 재검토"
    매각자 아폴로는 KCC 컨소에 항의…미국계 PE도 인수후보
    투자업계 "사고는 싶은데 부담은 지기 싫기 때문" 평가하기도
    • KCC 컨소시엄의 미국 모멘티브 퍼모먼스 머티리얼즈 인수 협상이 한창인 가운데 인수자금 조달에서 논란이 빚어졌다.

      거래규모는 큰데 KCC가 다른 유수의 국내 대기업보다는 자금 동원능력이 높지 않은 때문으로 풀이된다.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블라인드 펀드 없는 신생 운용사의 조단위 M&A시도가 가지는 한계도 언급한다.

      ◆인수금융 상환보증 논의하다 원점 재검토

      이번 거래는 2조원대 후반~3조원 규모다. SJL파트너스ㆍKCCㆍ원익의 자금부담 비율은 50 : 45 : 5 수준이다.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해 보통주(Equity)와 메자닌, 인수금융 등이 섞인 일반적인 자금조달 방법이 검토됐다.

      KCC와 KBㆍ신한ㆍ하나ㆍ산업은행 등 은행은 물론, 미래에셋ㆍNH투자증권 등 증권사들간 여러 수준의 자금조달 협의가 진행됐거나 얘기가 오가고 있다. 다른 금융사들도 관련 검토를 하고 있다.

      총 16억 달러(한화 약1조8000억원)를 KB국민ㆍ신한은행이 주선, 투자확약서(LOC)를 끊어주는 방안이 검토됐다. 거래규모 3조원을 가정해도 담보비율(LTV)이 60%를 넘는다.

      높은 LTV 비율로 상환리스크가 우려됐다. 이에 KCC가 신용보강을 하는 조건으로 LOC발급이 준비됐다. 그러나 준비 과정에서 LOC 발급이 중단됐다. 현재 인수금융 조달은 원점 재검토 중이다.

    • 복수의 금융사 관계자들은 "KCC가 최초 논의와 달리 인수금융에 대한 상환보증에 난색을 표현해 LOC발급이 원점 재검토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KCC는 "일부 보증 수용 조건으로 협의가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고 밝혔다.

      ◆확실한 자금증빙 요구힌 아폴로, KCC 컨소에 강력 항의

      주요 외신에 따르면 모멘티브의 현재 주인인 사모펀드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는 IPO를 추진하려다 매각으로 선회했다. 모멘티브가 실리콘 부문에서 세계적인 기업이다보니 기술력 유출 등을 우려하는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가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거래 종결 가능성을 높이고자 아폴로는 KCC컨소에 상당히 높은 수준의 자금 증빙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다. 투자확약서(LOC)와 잔고증빙을 다 보고서 "살 돈이 충분하다"라고 증명해야 인수자로 뽑겠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KCC가 인수금융을 조달하다가 상환 보증 이슈가 생겼다. KCC는 이로 인해 곤란을 겪기도 했다.

      KCC는 "KCC 및 KCC컨소시엄은 모멘티브 매각 측으로부터 강력한 항의를 받았다"며 "KCC컨소시엄의 인수의지를 의심받게 되어 인수협상 과정에 심각한 어려움이 발생했다"라고 밝혔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KCC컨소 이외에 미국계 PE도 모멘티브 인수 후보로 알려진다.

      아폴로로서는 매각가격 인상을 위해서도 후보간 경쟁조장이 불가피할 상황이다. 특정 후보만 찍어놓고 협상하다가 자금조달 문제가 불거지면 거래가 파국을 맞을 수도 있다.

      KCC 컨소는 반대다. 공식적으로 "자금조달에 아무 문제 없다"라고 아폴로에 호소하고 확인시켜야 인수 기회가 마련되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논란의 원인은 블라인드 펀드 자금 부족에서 시작?

      모든 논란의 원인은 "KCC컨소 곳간이 의외로 넉넉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논평하고 있다.

      거래를 쿠킹한 것으로 알려지는 SJL파트너스는 대형 PEF 운용사와 달리 블라인드 펀드가 없다. 인수가 100% 확정되지 않은 프로젝트만 가지고 약 6000억원(매각규모 3조원 가정시)에 달하는 자금을 모아야 한다.

      SJL파트너스는 국민연금(NPS)을 찾아가 모멘티브 인수 투자요청을 했다. 또 은행과 증권사 등에도 이번 인수를 위한 펀드 투자자(LP)로 참여를 논의했다.

      제안을 받은 기관 관계자는 "딜 자체는 좋은데 각종 투자조건ㆍ제반 상황에서 참여여부를 두고 고민할 점들이 많다"라고 설명했다.

      일례로 국민연금의 경우. CIO 공백 상황에서 단기간에 수천억원의 프로젝트 투자에 대한 결정이 필요하다. 이 상황에서 쉽게 투자승인이 나려면 일정 수준의 국민연금 투자금에 대한 수익방어(Downside protection)이 있는게 유리하다. 다른 대기업과 공동투자 과정에서도 자주 그랬다.

      그러나 KCC는 국민연금은 커녕, 상환순위가 한참 앞선 은행들의 인수금융(Debt Financing)에도 상환보증에 난색을 표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 투자금에 대한 수익보장으로 자사 투자금이 활용되는 걸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고 국민연금이나 다른 기관이 KCC의 '브랜드'만 보고 투자하는데는 부담이 적지 않다.

      '재계 순위 29위ㆍ자산규모 11조'(2018.8 기준)라는 규모는 SKㆍLG 등 국내 유수의 대기업과는 비교할 바가 못된다. KCC 시가총액도 인수대상과 비슷한 규모인 3조4000억원 수준에 그친다. 마찬가지로 SJL파트너스도 설립된지 몇년 안된 신생 운용사인데다 트랙레코드도 많지 않아 프로젝트를 담보하기에는 브랜드 파워가 떨어진다는 평가도 나온다.

      ◆"사고는 싶은데. 자금은 빠듯하고. 부담지긴 싫고" 평가도

      KCC 자체 자금력도 투자업계에서는 비슷한 평가를 받고 있다.

      표면상 KCC의 현금성 자산은 약 5500억원(연결재무 기준)에 달한다. 각종 지분에 투자한 자산도 3조원이 넘는다. 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인수대금 조달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그렇지만 이번 M&A를 위해 보유한 현금자산을 전부 동원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투자자산을 팔자니 대부분이 삼성물산 지분 8.97% (약2조3000억원 규모)다. 잘 알려진대로 임석정 대표와 정몽진 KCC 회장이 에버랜드 자사주를 사들이며 '삼성그룹 백기사'라 칭송 받은 내역이다.

      지금 삼성그룹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정부의 감시눈길을 받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 3심을 앞두고도 있다. 이 와중에 삼성물산 2대주주 KCC가 지금 손쉽게 지분 처리를 할 것이라 보는 이들은 드물다. 재계에 미칠 여파가 너무 크기 때문.

      결국 KCC는 인수대금 마련을 위해서 다른 투자자산 처분 혹은 사채발행 등까지 감안해야 할 상황이다. 이로 인해 감내야 할 부담도 있다. 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컨센선스보다 떨어지거나, 전년대비 감소해온 KCC로선 투자자산 매각은 주가에도 여파를 미칠 수 있다. 부채비율이 늘어나면서 신용평가사들의 따가운 시선도 예상된다. 어쨌든 리스크 부담이 예고돼 있다.

      이런 상황이니 KCC더러 특수목적회사(SPC) 인수금융에 대한 상환보증을 요구한 것 자체가 무리였다는 투자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도 있다.

      또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문제는 KCC가 재무부담과 리스크를 감내할 배짱이 있느냐"라며 "현재 상황은 한마디로 '사고는 싶은데, 곳간은 빠듯하고, 과감하게 재무부담 지기는 또 부담되고...'정도의 상황으로 보인다"라고 논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