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액인수 중요성 커지는 금융투자업계
입력 2018.09.11 07:00|수정 2018.09.12 09:28
    부담 있지만 실적·수익·성사 가능성 등 유리
    대형 증권사, 자본력 활용해 공격적 움직임
    IB 부문 의존도 높아진 은행들도 적극 검토
    • 금융투자업계의 경쟁이 날로 심화하면서 총액인수 조건을 내거는 금융사가 많아지고 있다. 단독으로 투자를 이끈다는 부담은 있지만 거래 성사 확률을 높이고 큰 실적을 쌓는 데도 도움이 된다. 증권업계에선 이미 보편화했고, 보수적인 은행들도 경쟁력 강화를 위해 총액인수 전략을 펴 나갈 전망이다.

      총액인수는 주로 채권이나 주식 발행 시 주관 금융사가 발행 물량을 포괄적으로 사들이는 방식이다. 최근엔 M&A 등 투자 분야에서도 이 같은 사례가 늘고 있다. 자본력 있는 대형 증권사가 발 빠르다. 국내와 국외, 원화와 외화를 가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상반기 중단된 중국 하이난항공(HNA)그룹의 힐튼호텔 인수금융 리파이낸싱 거래에서 30억달러 이상 규모 투자확약서(LOC)를 단독으로 끊어줬다. 하이난 측에서 여러 금융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것보다 확실한 한 곳과 일하길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NH투자증권은 CJ제일제당의 미국 쉬완스 인수 작업에 참여했다. 재무적투자자(FI) JKL파트너스가 결성하는 펀드의 자금 모집 역할을 맡았다. 역시 총액인수 후 승인이 나는 기관투자가에 재배분하게 될 전망이다. 올해는 삼성물산 서초사옥 인수자금도 총액인수 방식으로 조달하고 있다.

      ADT캡스 M&A에선 신한금융투자와 KB증권이 인수금융 전액에 대해 각각 LOC를 발급하며 일찌감치 주관사단에 참여하게 됐다. 70 마크 레인(한국투자증권), 갤러거 쇼핑 파크(하나금융투자) 등 영국 부동산 투자도 총액인수 방식으로 거래가 진행됐다.

      총액인수 방식은 금융사가 초기에 져야 하는 부담이 크다. 한 두 곳이 거래에 필요한 자금을 모두 대야 한다. 거래 성공 물량을 다른 금융사에 재매각해야 하는데 잘 팔리지 않을 경우 위험 부담이 고스란히 남는다.

      반면 자금 조달이 담보되기 때문에 거래 성사 가능성도 커진다. 매각자 혹은 자금 수요처의 마음을 얻는 데 유리하다. 큰 금액에 대한 주선 실적을 쌓을 수 있고 높은 수수료도 챙길 수 있다. 파생 거래에 참여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대형 증권사 임원은 “비밀 유지 때문이라도 미리 금융사들에 참여 의사를 타진하기는 어려워졌다”며 “증권사들이 총액인수 전략을 펴는 것은 당연해졌다”고 말했다.

      보수적이었던 시중은행들도 보다 적극적으로 총액인수에 나서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투자은행(IB) 부문의 중요성이 커지는데 예전처럼 안정성만 추구해서는 수익을 창출할 기회를 잡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재매각 실패에 대한 부담도 많이 줄어든 상황이다. 최근 거래가 뜸해지며 투자처를 못 찾은 자금이 많아졌다. 웬만큼 위험한 거래가 아니라면 물량을 나눠달라고 할 곳들이 많다. 증권사든 은행이든 대규모 총액인수가 가능한 곳들은 신뢰성이 높은 대형사들이기도 하다.

      은행 투자담당 임원은 “예전엔 총액인수가 미리 필요하다고 하면 반대부터 했지만 이제는 좋은 기회인지를 먼저 살펴 보자는 분위기”라며 “단기적으로 재매각 통로를 찾기 어렵더라도 은행의 세일즈 능력을 총동원하면 보다 공격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