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권 코웨이 인수 1.3조 투자, 과감하거나 혹은 무모하거나
입력 2018.11.12 07:00|수정 2018.11.13 09:11
    담보비율 90% 육박 …이자는 나오지만 원금상환 리스크 우려
    투자확약서(LOC) 제공했으면 집행은 법적구속력 있는 의무
    4000억 CB 상환방법도 모호…손해볼 것 없는 MBK파트너스
    • 최근 국내 자본시장 최고 깜짝뉴스는 웅진의 코웨이 인수였다. "설마…" 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지만, 1주일(?)만에 매매계약까지 체결했다. 윤석금 회장의 재기와 부활에 대한 칭송도 쏟아졌다.

      그간 웅진의 코웨이 인수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은 자금력에서 비롯됐다. 아무리 열정과 의지가 뚜렷한들 거래는 '돈'으로 이뤄지기 때문. 이를 초대형IB인 한국투자증권의 1조3000억원 투자가 해결해줬다.

      ◆17억원 아파트 사는데…금융회사가 9억 담보대출ㆍ4억 추가대출 제공한 모양새

      현금이 부족한 어느 개인이 은행 대출로 강남 아파트를 산 것과 비교하면 거래 구조가 명확해진다. '주식담보대출'이냐 '주택담보대출'이냐 차이 정도다.

      총 1조7000억원을 주고 코웨이 경영권 주식 22.17%을 산다.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이다. 시가로 원래 1조2500억원 정도였는데 지금은 1조원에 그친다. 웅진의 인수 발표 후 주가가 20%나 폭락한 탓이다.

      한국증권은 이 주식을 담보로 잡고 최대 9300억원을 대출하기로 했다.

      한마디로 강남 17억원 아파트를 사는데 금융회사가 9억원을 대출해 준다는 의미다. LTVㆍDTIㆍDSR을 적용하는 현행 부동산 규제로는 개인에겐 불가능한 대출이다.

      나머지 매매대금도 절반가량을 다시 한국증권이 대준다.

      원래는 부족한 매매대금 상당량을 스틱인베스트먼트가 펀드로 마련해야 한다. 목표 금액은 3800억원 가량. 그런데 스틱은 현재 투자가 가능한 펀드(블라인드 펀드)가 없다. 그러니 "윤석금 회장이 코웨이를 다시 사는데 투자하세요"라며 국민연금ㆍ교원공제회ㆍ새마을금고 등을 설득해 프로젝트 펀드를 만들어야야 한다.

      기관마다 판단이 다를 수 있지만 분위기가 썩 좋아보이지 않는다. 이유가 있다.

      국내 기관들이 M&A 투자에서 가장 따지는 부분이 ▲손실방지 조항 ▲확실한 투자수익 보장, 두 가지다. 손실 방지를 제공하려면 담보가 더 있어야 하는데 웅진그룹 자산 상황은 뻔하고, 코웨이에서 나올 현금배당은 대출이자로 쓰여야 한다. 그렇다고 윤 회장의 렌탈 비즈니스 노하우와 성공경험에 배팅해 수백~수천억원을 투자한다고 할 경우. 행여라도 위험이 불거지면 고스란히 투자실무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

      이런 상황이 현실화되면 한국증권이 추가로 4000억원을 대기로 했다. 웅진씽크빅의 전환사채(CB)에 투자하는 형태다. 웅진씽크빅은 이렇게 회사로 유입된 4000억원을 코웨이 인수대금으로 내면 된다.

      달리 말해 강남 아파트를 17억원에 살때 금융회사 한 곳이 나서 주택담보대출 9억원 어치를 해주고, 별도로 개인대출을 4억원을 해준다는 의미다.

      이러니 겉으로는 웅진그룹과 윤석금 회장이 인수주체지만 실질적으로는 한국증권이 인수한다는 시각이 나온다. 행여 나중에 이자가 말리거나 원금상환이 어려워지면 은행이 담보권을 행사해 아파트를 회수해 가는 상황을 연상해서다.

    • ◆9300억 대출 이자는 받겠지만…원금상환은 어디서?

      한국증권의 투자 리스크는 어느 정도일까.

      우선 표면상 담보비율(LTV)만 90%에 달하는 것으로 보인다. 코웨이 지분 시가가 지금 1조원 남짓인데 9300억원을 빌려줘서다. 보통 은행 등은 M&A 인수금융(대출)을 LTV 50% 언저리에서 제공해 왔었다. 즉 담보의 절반 정도만 대출을 해줬는데 담보가치가 떨어질까봐 위험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시기에 따라서는 이런 대출마저도 "회사 망가진다"며 은행들이 막은 적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1년 현대건설 경영권 매각 당시였다. 현정은 회장의 현대그룹이 현대차를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당시 정책금융공사(현 산업은행)와 채권은행은 "매각대상인 현대건설 주식의 전부나 일부를 담보로 제공하는 행위를 2년간 금지한다"라고 선언했다.

      이때 내세운 명분은 현대건설이 부실한 기업에 팔리면 결국 현대건설도 망가진다라는 점이었다. 이 조항을 놓고 논란이 적지 않았지만 결국 현대건설은 현대차를 새 주인으로 맞이했다.

      높은 담보비율을 낮추려면 웅진그룹 등에서 추가적인 담보(예를 들어 대주주의 다른 계열사 주식)를 주거나, 신용보강을 해야 한다. 그러나 웅진그룹 상황으로는 그만한 담보도 많지 않다.

      상대적으로 '이자상환'은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코웨이의 현금창출력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 한해 평균 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고 2300억원 가량을 주주들에게 배당해왔다. 22%를 보유한 웅진그룹은 매년 500억원 가량의 배당금을 받을 수 있다.

      한국증권이 대출한 9300억원에 5%~6%금리를 적용하면 연간받아야 할 이자가 딱 이 수준이다

      문제는 이자는 받는다고 쳐도, 원금을 받을 방법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제 아무리 코웨이의 현금창출력이 좋아도 '코웨이 이익=웅진 배당=대출이자'로 쓰이고 끝난다. 그렇다고 웅진그룹 계열사에서 9300억원의 원금을 감당할 곳도 없다.

      '그룹'이라고는 하지만 주력회사는 (주)웅진ㆍ웅진씽크빅ㆍ북센ㆍ렉스필드ㆍ웅진플레이도시ㆍ웅진에너지 등에 그친다. 지주사인 (주)웅진은 계열사 전산관리ㆍ구매대행을 해주며 돈을 버는 회사다. 회사 매출 43%가 계열사들 IT서비스에서,  29%가 구매대행 사업에서 나온다. 게다가 이미 진 빚도 많아 1년내 만기가 오는 부채만 3300억원이 넘는다. 버는 돈 상당량이 은행 이자로 나가니 당기순익이 적을때는 29억, 많을때는 99억 정도다. 그나 현금창출력이 좋은 웅진씽크빅도 연간 이익은 300억 안팎이다. 웅진에너지나 북센의 연간 당기순익은 13억원 정도. 렉스필드와 다른 계열사는 적자다. 게다가 웅진플레이도시는 팔려야 한다.

      그렇다면 한국증권이 원금을 회수할 방법은 2가지.

      우선은 코웨이가 웅진으로 인수된 이후. 엄청난 시너지를 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방법이다. 웅진그룹 컨소시엄이 강조하는 것도 이 부분으로 보인다. "벌어서 원금을 조금씩 갚는" 식이다.

      그러나 시너지 효과는 '미지'의 영역이다. 또 지금 렌탈시장은 웅진코웨이 시절과 달리 SKㆍ현대백화점 같은 엄청난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이 참여해 있다. 행여 이익이 늘어난다해도 일반적인 M&A 인수금융 제공기간인 5년을 기준으로 원금을 다 갚기는 어렵다. 굳이 상환받으려면 은행 주택담보대출처럼 원리금 상환기간을 30년~40년으로 늘려줘야 한다.

      다른 방법은 결국 '담보권'행사다.

      어쨌든 담보가치가 대출원금보다 높다. 최악의 경우 담보권을 행사해 경영권을 재매각하면 원금을 상환받을 수 있다. 마치 산업은행ㆍ우리은행 등이 대우조선해양이나 하이닉스에 빌려준 돈을 출자전환한 후, 경영권 매각으로 회수한 것과 비슷한 모양새다. 대출 이자를 잘 챙겼고, 투자과정에서의 수수료가 많았다면 남는 장사로 기록될 수 있다.

      다만 이 과정을 거치면 코웨이에 붙은 '웅진'이란 이름은 또 다시 떼내야 한다.

      ◆씽크빅 4000억 CB 상환방법도 모호…MBK파트너스는 '꽃놀이패'

      그래도 리스크가 남아 있다. 스틱이 펀드자금을 모으지 못할 경우 제공해야 할 4000억원 규모의 웅진씽크빅 CB다.

      웅진씽크빅 시가총액이 1500억원 수준이다. 웅진은 여기에 1200억원의 유상증자도 계획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추가로 4000억원의 CB가 투입되면 최대주주는 사실상 한국증권이 된다.

      웅진씽크빅의 한해 영업이익이 많아야 300~400억원 수준이다. 그리고 회사에 4000억원을 투입했지만 이 돈은 전부 코웨이 인수에 다 쓰인다. 이런 회사 최대주주가 된다고해본들 투자원금을 회수할 방법이 모호하다.

      또 이렇게되면 윤석금 회장의 두 아들인 윤형덕ㆍ윤새봄 씨는 웅진씽크빅의 경영권을 잃게 된다.

      사실 이번 거래의 법적인 주체는 엄밀히 따지면 윤석금 회장이라 보기 어렵다. 직접적인 결격사유는 아니지만 윤 회장은 2015년말 1000억원대 횡령ㆍ배임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3년을 선고받았고, 아직 5년의 집행유예 기간 중이다. 게다가 코웨이 인수주체인 웅진씽크빅이나, 지주사인 (주)웅진에 윤석금 회장의 지분이 없다.

      실제 주주는 윤 회장의 아들인 윤형덕ㆍ윤새봄씨가 합쳐서 (주)웅진 지분 25%를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웅진씽크빅도 (주)웅진이 24%, 윤형덕 형제가 5%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들이다. 자칫 코웨이 인수에서 빌린 대출이나 투자금이 문제가 되고 담보권이 행사되면 이들 형제가 보유한 웅진씽크빅 경영권은 넘어가게 될 수 있다.

      매매대금 결제일은 내년 3월15일. 계약일을 기점으로 4개월 정도만 제공됐다. 한국증권은 이 거래에 투자확약서(LOC)를 끊어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법적 구속력이 있는 서류라 투자가 중단되는 일은 없을 전망이다. 행여라도 LOC를 받은게 아니라면 웅진과 MBK파트너스 모두 "확실하지 않은 자금을 두고 매매계약을 체결했다"라는 비난을 받게 된다.

      사실 매각자인 MBK파트너스로서는 이번 거래로 잃을 것이 없어 보인다. '꽃놀이패' 형국이다.

      "절대 웅진과 윤석금 회장에게는 팔지 않겠다"라는 입장을 내놓았었다. 이후 몇개월동안 블록딜로 거래대상 지분을 줄이더니 1주일도 안되는 협상(?)을 거쳐 뚝딱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김앤장(MBK파트너스)와 율촌(웅진)이 법무법인으로 참가했고, 기간이 짧다보니 이렇다할 매수자 실사도 없었다. 웅진으로서는 "워낙 잘 아는 회사인데 실사 필요성이 높지 않다"라는 논리였다. 대신 논란거리였던 웅진 측의 '우선매수권'은 이번 기회에 없애기로 했다.

      MBK로서는 웅진이 돈을 잘 모아서 매각이 성사되면 수익률 측면에서는 '대박거래'로 마무리된다. 초대형IB가 인수대금의 80%를 법적 구속성이 있는 LOC를 끊어줬다면 거래 종결 가능성은 그만큼 높다.

      만에 하나 거래가 종결되지 않는다해도 손해볼 것이 없다. 일단 계약금을 그대로 가져갈 수 있다. 또 신경 쓰였던 우선매수권도 없어진다. 시간이 지나서 웅진을 제외한 대기업 등을 후보로 재매각을 진행하면 된다. 다만 그 사이에 주가가 출렁인 점과 이런 저런 평판 리스크는 남을 수 있다.

      최근 들어 국내의 여러 증권사들이 'IB'라는 이름에 걸맞는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심지어 신한은행처럼 리스크 관리의 대명사이자 보수적인 은행조차도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이런 트렌드를 감안해도 자기자본 4조3000억원인 증권사가 자본의 30%를 단일 M&A건에, 높은 LTV비율을 감내하며 단행했다. 시장에서는 '놀라움'을 표현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증권업계에서는 한국증권 IB부문이 거둔 성공사례가 늘면서 이런 거래를 할 '배짱'이 생겼다는 평가도 나온다. 알려진대로 김성락 전무가 이끄는 한국증권 투자금융본부는 유상호 대표나 김남구 부회장보다 더 많은 성과급을 받는 직원을 올해 배출했다. 이제 인수금융 부문에서도 경쟁사들보다 성과를 더 내려는 의욕 때문 아니냐는 유추도 있다.

      그렇더라도 이번 거래는 워낙 논란이 많아 대표이사 승인은 물론, 오너선까지 보고가 진행되었을 것으로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그만큼 과감하거나 혹은 무모해서 나중에 책임소재를 따져 물어야 할지 모를 거래라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