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간편식(HMR) 경쟁 과열되는 식품·유통업계
입력 2018.12.18 07:00|수정 2018.12.17 17:50
    HMR시장 2023년 10조원 달할 전망
    식품회사뿐만 아니라 유통업계도 진출
    "성장의 수혜를 볼 수 있는 것은 일부"
    • 지난 몇 년간 식품업계는 정체된 상태였다. 낮은 성장성을 반영하듯 2015년 이후 식품업계 주가도 전반적으로 하향세를 그렸다. 그 와중에 가정간편식(HMR)이 구세주로 등장하면서 식품업계는 HMR 부분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너나할 것 없이 뛰어들면서 경쟁 과열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1인 가구 및 맞벌이가정이 증가하면서 HMR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농식품유통교육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HMR 시장 규모는 3조원에 달했다. 7년 전인 2011년에는 8000억원 규모였다. 심은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HMR 시장은 지난 5년 간 연 평균 26% 성장했고 올해 시장 규모는 4조원에 육박한다"며 "2023년 HMR 시장 규모는 1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 미리 대규모로 투자해놨던 기업들은 현재 투자회수기에 진입하며 HMR시장 성장의 수혜를 받고 있다. CJ제일제당, 동원F&B, 대상 등이 해당한다. CJ제일제당은 주요 HMR 제품 매출이 작년 대비 40% 이상 성장했다. 즉석조리식품 기준으로 CJ제일제당은 시장점유율 48%을 차지하며 압도적인 1위에 올랐다. 오뚜기(28%), 동원(7.5%)이 그 뒤를 이었다.

      새로운 경쟁자들이 치고 올라오면서 선두 회사들도 안심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 식품회사들도 HMR에 진출하며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HMR시장 진입을 위해서 700억원 이상을 투자하며 경기도 성남에 푸드센터 준공에 나섰다. 서진빌딩 등 자산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기도 했다. 하림도 내년 말 완공을 목표로 대규모 공장시설에 4000억원을 투자하며 HMR시장에 뛰어들었다. 하림은 현금성 자산이 638억원에 불과하지만 그룹의 지원을 받아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지난 2월 하림식품은 투자금 수혈을 위해 모기업 NS쇼핑을 대상으로 3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고 이어 NS쇼핑 보증으로 1423억원을 금융기관으로부터 조달했다.

      전통적인 식품회사뿐만 아니라 대형마트 백화점, 편의점 등 유통업계, 스타트업도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가장 먼저 이마트가 피코크를 내보였고 성공가능성을 본 다른 유통기업들도 HMR시장에 뛰어들었다. 작년 11월에 현대백화점은 원테이블이라는 브랜드를 선보이기도 했다. 아직 CJ제일제당에 비해선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지만 유통망을 활용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평가다.

      기존 식품회사들도 투자를 크게 늘릴 계획이다. 특히 업계 1위 제일제당은 미국 냉동식품업체 쉬완스를 2조원에 인수하며 본격적인 해외 진출 발판을 마련했다. 국내에서는 2020년까지 HMR 연구개발(R&D)에 2000억원을, 진천 통합생산기지 건설에 54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CJ제일제당은 시장에서 선제적으로 격차를 벌렸고 브랜드 이미지도 제일 높다”며 “나머지는 CJ제일제당을 따라가는 입장이지만 이번 투자로 격차를 다시 한 번 크게 벌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HMR시장에 너도나도 뛰어들면서 경쟁과잉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배달의민족의 우아한형제들은 경쟁 과열을 이유로 운영중이던 반찬배달 앱 배민찬 서비스를 접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낮은 수익성도 고민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판촉비용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식품업계를 평가하는 증권사 연구원은 “식품은 시장 점유율 확대 측면에서 선점이 가장 중요하고 그 다음 중요한 것은 가성비를 위한 규모의 경제다”며 “CJ제일제당을 넘어서긴 어렵고 나머지 기업들의 선두권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머지 사업자들은 틈새시장에서 기회를 엿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오뚜기가 냉동피자시장을 선점한 것이 그 예다.

      일각에서는 HMR시장 성장의 수혜를 볼 수 있는 것은 일부에 불과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다른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빠르게 시장규모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공급과잉을 논하기에는 이른 단계”라면서도 “장기적으로는 한계에 봉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