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면허 딴 LCC, 운항증명·인력확보·재무정상화 과제 수두룩
입력 2019.03.12 07:00|수정 2019.03.13 09:13
    국토부, 운항증명 발급에 까다로운 심사 예상
    인력확보하고 재무구조 유지해야 정상화 가능할 것
    앞으로 LCC업계에 뛰어들 신규 사업자 줄 이을 전망
    • 국토교통부가 플라이강원, 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를 LCC(저비용항공사) 신규 사업자로 선정했다. 대표가 구속된 에어필립을 제외하면 사실상 면허를 신청한 모든 곳이 허가를 받은 셈이다.

      이번 항공면허는 사업을 해도 된다는 허락에 불과해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롭게 허가 받은 사업자 모두 실제로 항공기를 띄울 수 있을지, 띄우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항공업계 전문가들은 운항증명(AOC, 안전면허) 발급부터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신규 LCC업체들은 앞으로 1년 내에 AOC를 신청해야 하며, 2년 내에 취항(노선허가)을 해야 한다. AOC 단계에선 1500여개 항목의 안전운항체계 전반에 대한 시험과 시범비행 탑승 점검 등을 통과해야 하고 여기서 탈락하면 면허가 취소된다.

      플라이강원은 오는 10월 실제 취항하겠다는 계획으로 AOC 신청 일정을 국토부와 협의하고 있다. 에어로케이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에어프레미아는 2020년 9월 취항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국토부가 AOC를 상당히 까다롭게 평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부분 국가에서 사업면허는 쉽게 내주되, AOC를 꼼꼼하게 따지는 경향을 우리나라도 따라갈 것이란 평가다. 2017년 말 전일본공수(ANA)도 미얀마 아시아 블루 항공와 합작법인을 세운 뒤 설립을 승인 받았지만 AOC를 받지 못해 출범이 무산된 바 있다.

      신규 LCC업체들이 AOC를 받기 위해선 인력충원이 가장 큰 어려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기 관련 숙련 인력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솟고 있다. 숙련된 조종사와 정비사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조종사 구인난은 해외에서 데려오는 대안이라도 있다. 해외 정비사의 라이선스를 우리나라 면허로 전환할 수 있지만 이를 위해서 한국어로 시험을 봐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막힌 상태다. 조종사 면허 전환시험은 영어로도 가능하다.

      재무 리스크 관리도 문제다. 항공업은 자본집약적 사업이고 외부영향도 크기 때문에 쉽게 정상화 단계까지 밟는 항공사가 많지 않다는 평가다. 유럽에서도 LCC업체들의 도산이 이어지고 있다. 국토부는 재무상황을 분기별로 감독해 자본잠식이 50% 이상 지속되는 경우 퇴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초기 사업단계에 비용이 막대하게 들어가는 가운데 흑자전환까지는 시일이 걸리기 때문에 재무관리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 각 기업별로 보면 신규 LCC업체마다 쉽게 해결하기 힘든 숙제를 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플라이강원은 양양공항을 기반으로 해외 관광객 수요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TCC(Tourisme Convergence Carrier)를 표방하며 항공료뿐만 아니라 여행경비에서도 매출을 올리겠다는 목표다. 그러나 B737이 취항할 수 있는 최대 거리 안에 있는 국가 중 소득수준이 높은 곳은 그리 많지 않다. 또 중국의 경우 쉽게 노선을 내주는 데가 아니다보니 비정기 노선, 즉 전세기를 띄울 수밖에 없는 한계도 있다.

      에어로케이는 ULCC(Ultra LCC;초저비용항공사)를 표방한다. 우리나라 기존 LCC업체들은 라이언에어나 에어아시아만큼 가격 파괴를 못하고 있다. 성수기 때는 대형항공사와 요금이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다. 항공업계 전문가들은 한국인들이 비행기에 기대하는 서비스 수준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앞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출혈 경쟁이 예상된 가운데 에어로케이가 가격 경쟁력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 우려를 제기했다.

      에어프레미아는 대형항공사와 LCC 사이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하이브리드서비스캐리어(HSC)다. 중장거리항공사를 목표로 샌프란시스코 산 호세 등 서브공항을 취항할 계획이다. 김종철 대표는 맥킨지 출신으로 2009년 제주항공 대표이사를 맡아 흑자전환을 성공시킨 이력이 있다. 또 금융업계와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어 사모펀드로부터 1000억원이 넘는 LOC(투자확약서)와 LOI(투자의향서)를 확보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에어아시아X나 노르웨지언 등 중장거리를 취항하는 LCC가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수익 내고 있는 곳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LCC는 최대한 많이 태워서 최대한 자주 취항 하는 것에서 수익을 얻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항공업 전문가들은 이번 신규 면허 발급을 시작으로 앞으로 더 많은 사업자들 LCC업계에 뛰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항공업의 성장세가 지속되면서 지방의 요식업체도 항공사업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신규 면허 발급에 대해 대부분 우려 목소리를 제기했다. 정부가 양대 항공사의 정당성에 반문하며 시장 참여자를 늘리는 기조가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항공업을 담당하는 연구원은 “신규 LCC 3곳은 물론이거니와 기존 항공사들 포함해 항공업계 구조조정 가능성이 있다”며 “정치적인 동기로 지방공항을 건설해놓고 유령공항이 되니까 LCC라도 유치하자는 의구심도 드는데 소비자들의 안전도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