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케미칼·부동산' 활용…지주가치 제고에 박차
입력 2019.06.21 07:00|수정 2019.06.20 17:27
    신동빈 회장의 숙원사업인 '석유화학'이 그룹 간판으로
    유화 포트폴리오 강화해 그룹 성장동력 이끄는 전략
    이익기여도 떨어지는 롯데쇼핑은 부동산 등 자산 활용
    공모리츠 통해 세금 등 비용절감…지주가치 상승에 도움
    향후 롯데지주가 호텔롯데 흡수합병할 것도 고려해야
    지주에 유리한 합병비율이 신 회장의 지배력 강화와 연결
    • 롯데그룹이 롯데케미칼의 ‘성장성’과 롯데쇼핑의 ‘부동산’을 활용해 지주가치 제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룹 내 롯데케미칼의 위상이 달라지면서 전통 주력 사업의 전략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롯데그룹 캐시카우는 식품과 유통을 거쳐 화학으로 넘어간 상황이다. 화학 부문이 최근 3~4년간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면서 유통 강자로 꼽혀온 롯데그룹의 간판 자리도 롯데쇼핑에서 롯데케미칼로 자연스레 교체되고 있다. 다운사이클(Down Cycle) 우려가 있지만 성장성이 기대되는 그룹 내 계열사가 롯데케미칼이다 보니, 지주의 가치를 높이는 중추 역할 역시 롯데케미칼의 몫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석유화학사업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그룹의 성장을 이끄는 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신동빈 회장의 강한 의지가 작용하고 있다. 신 회장이 처음 한국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곳이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인 점도 이유로 꼽힌다. 상무로서 한국 롯데의 경영 수업을 받은 데다 현재까지도 등기이사로 남아있을 정도로 유화사업에 대한 애착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보니 롯데케미칼도 관련 사업에 공격적 투자를 이어나가며 외형을 확장하는 모습이다. 수년간의 대규모 투자에 힘입어 화학 부문은 2013년말 기준 22%에 불과하던 롯데그룹 내 이익기여도가 현재는 55%를 상회할 정도로 성장했다. 그룹 이익의 절반 이상을 롯데케미칼과 그 자회사인 석유화학사업에서 창출하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롯데케미칼은 자본완충력이 우수하고 재무구조가 안정적이다. 채권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점도 롯데지주 가치제고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의 백악관 면담을 계기로 롯데그룹이 유화사업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며 “신 회장이 오랜 기간 유화업에 애정을 보여온 만큼 롯데케미칼을 앞세워 그룹의 가치를 올리려고 할 여지가 큰 상황”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화학 부문의 이익기여도가 성장하는 동안 롯데쇼핑 등의 유통 부문의 그룹 내 이익기여도는 48%에서 26%로 축소됐다. 최근 주요 신용평가사들이 영업실적 부진 지속을 이유로 롯데쇼핑의 유효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면서 그룹가치 제고를 꾀하고 있는 롯데지주 측의 셈이 복잡해졌다.

    • 이에 롯데쇼핑의 수익구조 개선이 필요해졌고, 이를 위해 롯데지주가 빼든 칼은 ‘리츠(부동산투자회사)’다. 업황 부진에 따라 단기적인 실적 반등이 어려운 만큼 리츠를 통해 자산을 유동화하고 비용을 절약해 그룹가치를 제고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롯데지주는 완전자회사로 롯데AMC를 두고 있으며, 롯데쇼핑은 리츠를 완전자회사로 둔 상태다. 롯데AMC가 해당 리츠의 대표자를 맡아 자산을 편입하고 매각하는 등의 운용을 담당하게 된다. AMC의 운용수익은 보통 30~40bp 수준이라 롯데지주 연결실적으로 오롯이 잡히는 부분이 커보이지 않더라도, 리츠가 롯데쇼핑과 롯데지주의 가치 제고에 기여할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리츠의 자산편입은 현물출자 방식으로 진행되며 롯데쇼핑이 보유한 백화점과 마트 등의 부동산을 리츠에 양도하고 리츠지분을 가지게 되는 구조다. 기업 등의 법인이 공모리츠를 위해 현물출자를 할 경우 해당 과세가 이연된다. 현물출자를 통한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한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회계상에선 부채로 잡히더라도 세금으로 내야할 현금을 기업이 가지고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투자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백화점과 할인점 등의 매출이 줄어들면 해당 부동산의 가격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오프라인 유통사업의 구조적 불황이 실적 외 자산가치까지 깎아먹는 상황이다. 하지만 리츠에 부동산을 편입할 경우 자산가치 상승 여지가 확대된다. 리츠는 임대료 수익이 핵심이다. 부동산 감정평가 기준 등에 의거할 경우 임대료를 역산해서 부동산 가격을 책정할 수 있는 만큼, 리츠에 부동산을 양도하고 롯데그룹이 임대료를 얼마나 내느냐에 따라 해당 자산가치가 변동될 수도 있는 셈이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현재 롯데리츠엔 롯데백화점 강남점 매장만 편인된 상태지만, 롯데인천타운과 롯데인천개발 등의 부동산업 계열회사를 롯데쇼핑 아래에 두고 있어 향후 리츠에 편입되는 자산이 늘어날 전망”이라며 “롯데쇼핑이 본업의 성과는 줄었지만 보유한 부동산을 활용한 그룹가치 제고에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회장에게 롯데지주의 가치제고는 곧 그룹 지배력과 연결된다. 시장의 시나리오처럼 호텔롯데를 상장시킨 후 롯데지주에 흡수합병될 경우, 롯데지주의 가치가 높아야 유리한 합병비율을 받을 수 있어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롯데지주 지분(보통주 기준)은 11.71% 보유하고 있지만 다른 그룹사들에 비해 지분율이 높은 편은 아니다”라며 “지주회사의 기업가치는 곧 아래에 있는 주력 계열사들의 가치에 따라 경정되기 때문에 롯데케미칼과 롯데쇼핑 등의 가치를 어떤 방식으로든 높여야 향후 신 회장의 그룹 지배력에 유리해진다”고 의견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