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 시너지보다 '그룹 밸런스'…지주에 힘 싣는 CJ그룹
입력 2019.06.21 07:00|수정 2019.06.20 17:31
    재무부담 가중되면서 M&A 전략상 보수적 기류 감지
    계열별 시너지보단 '그룹 밸런스' 고려한 M&A 관측
    승계에 유리한 低주가…올해는 확장보단 승계가 우선 과업
    • 그룹의 확장에 방점을 찍고 숨가쁘게 달려온 CJ그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재무부담 가중에 따른 대내외 우려가 커지면서 보수적인 관점에서 인수합병(M&A)을 검토하는 등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그간 CJ그룹은 자금력을 갖춘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을 앞세워 확장전략을 펼쳐왔다. 지주가 총대를 메고 M&A를 진행하는 의사결정 구조라기보다 각 계열사별로 인수를 검토할 수 있게 힘을 실어주는 등 다른 그룹사들과는 차이를 보여왔다. 쉬완스컴퍼니 인수 역시 CJ제일제당이 사업 시너지를 고려해 우선 검토한 후 지주에 보고가 된 딜(Deal) 중 하나다. 수년간 공격적인 M&A를 진행하면서 계열별 M&A 노하우가 쌓였다.

      반면 계열사가 직접 딜을 검토하는 중 시장에서 이슈화되면서 지주 차원의 대응이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슈넬레케와 프리노바 모두 각 계열사별로 자료를 검토하는 단계에서 외부에 알려지며 큰 관심을 받은 딜이다. 해당 딜과 관련된 구체적인 코멘트 역시 지주가 아닌 각 계열사별로 대응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이 연이어 M&A 검토 철회 의사를 밝히며 CJ그룹의 전략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다는 평가다. 다시 지주 중심으로 다시 권한이 강화되며 앞으로의 M&A는 ‘그룹 밸런스’에 맞춰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특히 CJ그룹이 ‘월드베스트CJ’(2030년 3개 이상 사업에서 세계 1등)라는 비전을 더욱 강조하기 시작하면서 M&A 기조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이 지난해 신년사를 통해 “2020년까지 ‘그레이트CJ’를 달성해 전 세계에 그룹의 기반을 만들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지만, 지난해부터 CJ그룹이 월드베스트CJ에 무게를 더 실으면서 비전 달성을 위한 준비 기간이 10년가량 늘어난 셈이라 부담이 줄었을 것이란 관측이다.

      오너 일가의 승계 이슈가 불거지는 등 지주의 지배력 강화가 불가피한 가운데 이재현 회장이 우선주 등을 활용해 연내 승계 작업을 본격화할 전망이라, 그룹 입장에서도 지주의 의사결정권 및 계열사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CJ(주)의 주가는 장중 9만원대로 떨어지는 등 지난 2013년 수준에 머물고 있다. 투자심리 악화 측면에서는 리스크가 확대됐지만, 3세 경영권 승계를 고려했을 땐 오히려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CJ(주)는 지난해부터 신형우선주를 주주에 배당하고 있다. 신형우선주가 보통주 대비 낮은 가격에 상장되는 점을 감안했을 때 지주사 주가가 낮게 유지되는 것이 승계에도 유리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이 향후 추가적인 M&A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CJ제일제당이 인수한 쉬완스컴퍼니를 마지막으로 굵직한 딜은 거의 끝났다고 보는 게 그룹 안팎의 시각”이라며 “현재 CJ(주)의 주가가 더 떨어지기 힘들 정도까지 바닥인 상황이라 그룹 차원에서도 올해는 M&A보단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내기 바쁠 것으로 예상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