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PO사업)' 털어 '미래(동박)' 사들인 SKC…엇갈린 평가
입력 2019.07.05 07:00|수정 2019.07.09 10:58
    PO사업 독점 깨져 수익성 악화 예상...사업 방향성에 찬성
    다만 PO사업은 SKC 핵심사업...현금 흐름 악화 우려 목소리도
    • KKR로부터 동박사업부를 1.2조원에 인수하며 미래 먹거리 확보에 여념 없는 SKC가 핵심 사업 일부를 팔아 외부투자 자금 유치를 추진한다. 사내 알짜 먹거리인 프로필렌옥사드(PO) 사업부문을 100% 물적분할한 뒤 쿠웨이트 국영회사에 지분 49%를 매각하는 구조다. 투자금으로 SKC는 재무구조 안정화 및 사업 구조조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시장에선 SKC의 이런 구조조정 계획을 두고 평가가 엇갈리는 상황이다.

      한켠에서는 독점이 깨진 사업을 정리하고 그 자금으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나선 ‘선제적 구조조정’이란 긍정적인 시각을 제시한다. 반면 거꾸로 '미래'에 주안점을 두면서 안정적인 현재의 수익창출원을 섣불리 줄인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회계상 영업이익 변화는 없더라도 실제로 유입되는 현금이 줄어들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SKC는 신사업에 뛰어들며 재무부담이 높아진 상황이었다.

    • 이번 매각의 방향성에 공감하는 투자자들은 치열해지는 화학산업 경쟁구도를 이유로 꼽고 있다.

      SKC는 1991년에 국내 최초로 PO 상업생산에 뛰어든 이후 지난해 하반기까지 독점적 지위를 유지해왔다. 그러다 에쓰오일이 PO 생산에 나서면서 독점이 깨지게 됐다. 국내 시장의 PO 수요는 약 50만톤인데 SKC 울산공장의 생산능력은 31만톤 규모인지라 그 동안 높은 이익률을 자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에쓰오일이 새로 완공된 RUC·ODC 공장에서 PO 30만톤을 생산하게 되면서 현재 SKC PO의 외부 판매물량은 12만톤에서 8만톤으로 줄어들었다. 자연히 실적도 뒷걸음질쳤다.

      SKC를 담당하는 한 애널리스트는 “PO사업은 이제 ‘지는 해’라고 봐도 무방하다”며 “필름사업이나 화학사업이나 SKC에서 성장성이 보이는 사업이 없는데 KCFT(구 LS엠트론 동박사업부) 인수로 동력을 확보한 사업 방향은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반대로 신사업 확대 필요성 때문에 안정적 수익을 누려온 화학부문에서 영향력이 줄어들면서 캐시카우를 너무 빨리 희생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회계상 지배력(51%)을 유지한 만큼 연결 기준 이익엔 여전히 포함되지만 실제로 유입되는 현금은 반으로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물적분할한 신설 법인이 쿠웨이트 국영회사에 현금 배당을 해주는 등의 방식으로 투자금과 지분에 대한 값을 지불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현금흐름이 악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시장이 우려하는 부분도 회사의 현금흐름이다. 전기차 동박 사업의 성장성에 공감하더라도 SKC는 당분간 벌어들이는 이익을 꾸준히 설비투자(CAPEX)에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삼일회계법인은 인수 이후 올해부터 2021년까지 매해 평균 약 1300억원가량의 투자 비용이 집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회사의 올해 영업이익 가정치는 약 460억원 수준이다.

      반면 화학(PO)사업의 경우, 국내에선 어느 정도 증설이 끝난데다 해외에선 조인트벤처(JV)를 통해 영향력을 키워왔다 보니 큰 폭의 설비투자 없이도 매년 안정적 현금을 창출해왔다. 즉, 회사 입장에선 투자 회수기를 맞은 사업 비중을 줄이고 미래 성장성에 베팅한 셈이다.

      자연스레 투자자들 사이에선 향후 배당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회사가 화학 사업부 지분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재원을 KCFT의 인수대금으로 활용하더라도 일정 정도 차입 부담은 여전히 남는다. 현재 SKC 내 개별기준 현금성자산은 약 1200억원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유안타증권은 리포트를 통해 연간 312억원의 이자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연간 2.6% 금리, 7000억원을 조달 가정). 회사의 순이익이 설비투자와 이자비용으로 먼저 쓰이게 될 경우, 회사가 약속한 배당 확대는 어려워지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다.

      다른 애널리스트는 “매년 회사 전체 영업이익의 75%를 차지하는 PO 부문을 팔아 현금을 확보하고, 앞으로 15% 이상 영업이익률을 '낼 지도 모르는' 동박 부분에 회사의 명운을 건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SKC의 KCFT 인수를 놓고 '과다한 비용'을 지불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삼일회계법인이 작성한 평가의견서 따르면 KCFT의 기업가치 1.2조는 2차 전지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CAGR)을 27%로 가정했을 때 나온 숫자다. 오는 2023년까지 매출은 3배, 영업이익은 5배(각각 2018년 대비) 가까이 성장할 것이란 가정 하에 가치평가가 진행됐다. 하지만 이만한 성장이 담보될지는 미지수. 이에 베팅하여 사내 현금흐름창출 원동력을 줄였다면 아무래도 이번 거래 전반에 대한 리스크가 다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