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대던 항공업계에 韓日 무역분쟁 ‘직격탄’
입력 2019.07.25 07:00|수정 2019.07.24 17:03
    초성수기 3분기마저 항공사들 일제히 어닝 쇼크 우려
    대한항공 오너家 실적 악화로 입지 줄어들 가능성
    아시아나항공 M&A, 변수 급증...셈법 복잡해진다
    '치킨 게임' LCC 무역분쟁으로 추락 가속화
    • 연초부터 공급과잉 경고음이 울리던 항공업계가 한일 무역분쟁으로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급을 수요가 따라잡지 못하면서 증권사에서는 항공사들이 일제히 2분기 어닝 쇼크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한일 갈등으로 인해 최고 성수기로 꼽히는 3분기마저 부진해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는 평가다.

    • 대한항공은 적자 전환이 유력해졌다. 유가하락, 국제선 운임 증가 등 긍정적인 이슈가 있었으나 화물수요 부진과 일회성 비용이 대거 반영됐기 때문이다. 항공사 물류는 반도체와 의약품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 업황이 꺾이면서 물동량 자체가 크게 감소했다는 평가다. 심지어 일본 정부가 국산 반도체를 중점적으로 견제하면서 실적이 더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무역분쟁으로 주주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와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대한항공 오너가의 입지가 좁아 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대한항공의 실적이 계속 하향세를 그리게 되면 델타항공 등장으로 힘빠진 KCGI가 다시 명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KCGI가 주주로서 제안했던 송현동 부지 매각 등의 요구안들이 흐지부지해진 상태다. 더군다나 진에어의 경우 조현민 전무가 복귀하면서 국토부 제재 해소가 지연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항공기 도입이 지연되고, 중국 노선 배분에서도 배제되는 등 한일 무역분쟁에 대한 대처가 어려워지면서 오너가 ‘책임론’이 부상했다는 설명이다.

      연내 매각을 목표로 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또한 실적이 지난해 대비 반토막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시간은 인수자의 편”이라며 “사태가 장기화되면 아시아나항공의 가치가 떨어질 게 뻔히 보이기 때문에 아시아나 항공 연내 매각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아시아나항공의 적자노선을 떠안은 에어서울이나 지방발 일본 노선이 많은 에어부산의 매력도 감소하면서 통매각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가항공사(LCC)는 경쟁이 과도해지면서 무리하게 늘린 지방발 노선이 부담으로 돌아오게 됐다. 지난해까지는 노선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서 공급을 늘리는 것이 LCC의 성장전략이었으나 수요 성장률이 꺾이면서 규모의 경제가 어긋나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거점 공항이 분산돼, 비용 효율성 떨어지고 지방 노선의 비수기 수요는 고정비 부담을 만회할 만큼 충분하지 못해서 공급을 늘릴수록 오히려 규모의 경쟁력이 악화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요가 공급을 따라잡지 못한 상황에서 한일 무역분쟁이 LCC업체들의 실적 추락을 가속화했다는 평가다. LCC업체들에 있어서 일본 노선은 비중으로나 영업기여도로나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LCC기업들의 일본 노선 의존도는 각각 티웨이항공 30%, 제주항공 26%, 진에어 24%, 에어부산 28%에 달한다. 이에 따라 제주항공은 흑자로 전환한 지 5년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서게 됐고 진에어도 적자전환할 전망이다.

      항공업계 전문가는 “항공업계가 ‘난기류’를 만날 것이라는 점은 연초부터 예견돼 있었으나 한일 무역분쟁으로 대형항공사, LCC 가리지 않고 ‘경착륙’ 가능성이 높아졌다”라며 “이번 고비를 지나는 과정에서 항공업계 재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