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방어 적극적으로 나선 유통업계 오너들…실효성 유효기간은 미지수
입력 2019.09.05 07:00|수정 2019.09.06 09:13
    신동빈·정용진·정교선 등 유통사 주가 방어 행보
    자사주 매입 외에도 오너가 장내매수 나서기도
    단기적인 효과는 확인…남용 등 섣부른 판단 우려
    • 구조적인 업황 악화로 유통사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확대된 가운데, 각 그룹사별로 총수들이 주가 방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미 큰 폭의 주가 하락을 겪은 뒤 방어에 나선 것이라 일부는 ‘바닥 신호’라고 해석하는 반면, 가시적인 실적 개선 여지가 낮은 만큼 ‘아직 섣부르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유통 3사(社) 중 주가 방어를 위해 가장 먼저 칼을 빼든 곳은 신세계그룹이다. 정용진 부회장은 대주주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지난 3월29일부터 4월8일까지 장내매수를 통해 이마트 주식 14만주(241억원)를 사들였다. 또한 이마트가 2분기 잠정 실적 발표 후 자사주 90만주를 매입할 계획임을 공시하는 등 올해만 두 차례 주가 부양책을 제시했다. 특히 이마트가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은 2011년 신세계와 이마트가 분할된 이래 처음이기도 하다.

      현대백화점그룹도 오너가 나서 전사적인 주가 방어에 힘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최근 주가 안정을 목표로 오는 11월8일까지 162억원 규모 자사주를 장내매수하겠다고 공시했다. 이에 앞서 정교선 부회장은 올 5월부터 8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현대그린푸드 주식을 매수하며 올 들어 주가 관리에 한창이란 평가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업황 악화뿐만 아니라 타사 대비 경쟁력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들쑥날쑥한 실적을 내면서 현대백화점 주가는 지난 4월부터 가파르게 꺾인 바 있다.

      롯데그룹 역시 이들 기업에 뒤이어 지주 차원에서 롯데쇼핑의 주가 방어에 나섰다. 롯데지주는 8월23일부터 29일까지 장내매수로 롯데쇼핑 주식 20만주를 매입했다. 그룹의 중심이 롯데케미칼 쪽으로 기울긴 했지만, 롯데쇼핑이 여전히 그룹의 중추적인 사업이라는 점을 시장에 설명하기 위한 행보로도 풀이된다는 설명이다.

      유통업을 영위하는 기업 오너들의 이 같은 행보는 ‘유통업 위기설’을 정면 돌파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해당 기업들이 자사주를 매입해 주가 하락을 방어하고, 오너들의 주가 매수로 ‘바닥’임을 시장에 인지시키는 효과를 기대한 움직임이란 진단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유통업에 대한 우려가 크고 투자자들의 이탈 역시 두드러지다 보니 올 들어 신세계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의 오너들이 주가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일반적으로 오너가 혹은 지주사가 주식을 매입하면 해당 사업에 대한 의지 확인 뿐만 아니라 ‘저점’이라고 인식되는 만큼 일시적인 주가 반등이 관찰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 실제로 이마트와 현대백화점은 8월에 자사주 장내매수를 발표한 뒤 52주 신저가 움직임을 멈추고 주가가 소폭 반등했다. 정용진 부회장이 주식을 매수한 뒤에서 내림세를 보이던 이마트 역시 대규모 자사주 매입과 자산유동화 등 추가 방안은 일부 통했다는 평가다.

      대내외 매크로 이슈에 따른 국내 증시 부진 여파로 더 꺾였던 유통주가 주식시장 회복과 함께 만회한 부분도 일부 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오너들이 심각성을 인식하고 타개책을 고민한 흔적이 단기적으로라도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게 증권업계의 시각이다.

      다만 ‘숫자(실적)’가 뒷받침되지 않는 주가 부양책들은 일시적인 효과는 거둘지라도 본질적으로 유통주에 대한 기대감을 올리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경쟁사가 한다고 해서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발표하거나 남용하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과거엔 기업들이 주주가치 제고 방안 등을 발표하면 주가 움직임이 예상됐지만, 지금은 투자자들이 똑똑해진 만큼 그렇지 않다는 진단이다. 기업들의 말을 그대로 믿지도 않을 뿐더러, 본업 자체의 성장성이 보이지 않으면 발길을 돌린다는 분석이다.

      특히 오너의 지분 매입은 그동안 주식시장에서 ‘저점’ 판단의 근거로 해석되기도 했다. 하지만 다수의 사업들이 구조적인 업황 부진에 직면한 상황에선 일명 ‘약발’이 받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오너들의 의지가 자칫 ‘섣부른 판단’으로 내비쳐질 수도 있다는 진단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 4월 정용진 부회장이 3월29일부터 7거래일 동안 장내매수했다고 공시한 뒤 하루 이틀 반짝 오르긴 했지만 바로 하락 반전했다”며 “그룹의 판단과 다른 방향으로 흐를 수 있는 만큼 주가 방어 카드를 남발하기보단 시장의 분위기를 잘 파악하고 적절한 타이밍에 써서 주가를 부양하는 것 역시 오너의 역량 중 하나”라고 의견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