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IPO 카드 '만지작'...콜옵션 쥔 현대車 '눈치'
입력 2019.09.11 07:00|수정 2019.09.17 09:48
    현대카드 IPO 내부 검토…IB 등과 접촉 전
    FI 지분 24%…현대카드 등 풋옵션 받기 부담
    본업 꺾인 만큼 '배당 매력' 어필 등 고려해야
    • 현대카드가 재무적투자자(FI)의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위한 방안에 고심이다. 기업공개(IPO)를 우선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증시 상황과 밸류에이션 문제를 고려해 FI 지분 매각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상황이다.

      모회사인 현대자동차가 옵션(Option) 조항 행사에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IPO가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다만 신용카드업이 사양산업이라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는만큼, 현대카드가 자본시장에서 소외를 당할 수도 있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제기된다.

      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최근 내부적으로 IPO를 검토하고 나섰다. 주요 증권사 주식자본시장(ECM) 담당자들과는 논의 전인 단계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우선 현대카드가 자체적으로 FI 엑시트 방안을 마련하고, 모회사인 현대자동차 등의 확인 절차를 거쳐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카드의 IPO 고민은 FI의 투자금 회수와 연결된다. 홍콩계 사모펀드(PEF)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를 필두로 한 컨소시엄이 지난 2017년 GE캐피탈의 손자회사 IGE USA 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현대카드 지분 24%를 인수하며 ‘손 바꾸기’를 했다. 어피너티가 가장 많은 지분(9.9%)을 사들였고, 싱가포르투자청(GIC)과 칼라일그룹 계열 사모펀드 운용사인 알프인베스트먼트가 각각 9%, 5.01%의 지분을 매입하며 함께 참여한 바 있다.

      통상 FI들의 투자 기간이 5년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2021년부터는 투자금 회수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대카드 내부적으로도 이를 염두에 두고 올 하반기부터 IPO 등 본격적으로 다양한 검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어피너티가 신용카드업에 뛰어든 당시 업계에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신용카드업이 사실상 사양산업인 점을 감안하면 밸류에이션 문제 등 IPO를 통한 투자금 회수가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컸다. 금융권에서는 옵션 조항 등을 활용해 1대주주인 현대자동차나 2대주주인 현대커머셜이 일정 수익을 FI에 주고 현대카드 주식을 되사가는 방안을 점치기도 했다.

    • 최대주주인 현대자동차(36.96%)는 다른 투자자들과 주주간 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주주협약에는 타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Call-Option)과 타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회사에 처분할 수 있는 풋옵션(Put-Option)이 발생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된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FI 지분이 24%로 전체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만큼, 현대카드나 최대주주인 현대자동차를 포함한 다른 대주주들이 FI 지분 ‘전부’를 받아주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 규제 등으로 신용카드업의 매력이 떨어진 가운데, 부진한 업황에 허덕이는 현대자동차가 담대하게 풋옵션 등을 받아줄 처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어피너티 특수목적회사(SPC)가 현대커머셜 지분 25%를 보유 중인 것도 현대자동차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원인으로 꼽힌다. 현대자동차는 현대커머셜 지분 37.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현대자동차는 타 투자자의 주식을 매입할수 있는 콜옵션을 가지고 있다. 타 투자자는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현대자동차에 처분할 수 있는 풋옵션을 보유한 상황이다.

      IB업계 관계자는 “2017년 어피너티 등이 현대카드 지분 24%를 매입할 때도 나머지 19%는 현대커머셜이 가져가고 현대자동차는 현대카드 지분을 늘리는 것을 꺼린 바 있다”며 “현대자동차 입장에서 냉정하게 생각하면 현대카드 1대주주를 꼭 고집할 이유는 없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카드의 2대주주인 현대커머셜이 FI 지분을 받아줄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더라도 24% 전부가 필요하진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현대커머셜은 현대카드 지분을 24.54% 보유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현대커머셜을 활용해서 현대카드를 지배하려면, 현대커머셜이 15.5% 정도만 추가로 확보하면 된다.

      따라서 현대카드 입장에선 IPO가 베스트 방안이라는 말이 일리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주매출을 통해 대주주는 엑시트 기회를 얻고, 신주발행으로 현대카드는 자금조달이 가능해서다. 또한 저금리 등으로 금융업 업황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현대커머셜도 현대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옵션 조항 실행보단 자본시장을 활용한 조달 방안을 긍정적으로 판단할 여지가 있다는 진단이다.

      다만 신용카드사에 대한 매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IPO를 위한 에쿼티스토리를 만드는 것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특히 수수료율은 낮아지는데 연체율은 올라가는 추세인 만큼, 본업의 성장성을 시장에 보여주기는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신용카드사의 경쟁력이 낮아지는 상황 속에서 FI의 엑시트를 위한 에쿼티스토리를 탄탄하게 구성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 보인다”며 “그나마 접근할 수 있는 방향은 ‘배당주 성격’을 부각하는 등 본업 자체보다는 다른 매력을 시장에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가.

      현대카드 관계자는 “FI의 엑시트 방안을 고민하는 측면에서 IPO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은 맞다”며 “최대주주의 옵션 부담에 대한 고려보다는 FI의 의사와 적정한 가치평가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인지를 고려해 IPO 또는 그 밖의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