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롯데카드 인수, 롯데정보통신ㆍ대홍기획 등 13년간 일감보장 합의
입력 2019.10.31 07:00|수정 2019.11.01 09:29
    MBK가 가격도 올리고, 롯데지주 추가요구 모두 받아들여
    '탈지주'하면서도 일감몰아주기…우리카드 합병서도 난관 예상
    • 지난 10일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의 롯데카드 경영권 인수가 완료됐다. 대주주 지분 보유 현황도 ▲MBK파트너스 60% ▲우리은행 20% ▲롯데쇼핑 등 20%로 변경됐다. 롯데그룹은 2017년10월 지주사 체제 전환 2년만에 '금융 자회사 소유금지'라는 지주사 행위제한 요건을 충족시키게 됐다.

      이 과정에서 롯데지주는 '계열사 일감 보장'을 MBK에 새로 제안했고 MBK파트너스는 이를 대대적으로 수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롯데카드 경영권이 팔리더라도 롯데정보통신ㆍ대홍기획 등이 그대로 롯데카드 일감을 받도록 해달라는 내용이다. 보장된 기간은 10년이 넘는다. 동시에 MBK파트너스는 본입찰 당시 제안했던 것보다 1000억원 이상(지분 100%기준) 인수제안 가격도 올렸다.

      결과적으로 KT 노조 관련 이슈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 롯데지주는 계열사 매각에서 유리한 계약내용을 더 추가하고, MBK파트너스는 본입찰에서 놓쳤던 대어를 인수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 4월19일 진행된 롯데카드 매각 본입찰은 사실상 한앤컴퍼니ㆍMBK파트너스-우리은행ㆍ하나금융지주 3파전 형태였다. 한앤컴퍼니는 롯데카드 지분 100% 기준, 1조8000억원 안팎의 가치로 가장 높은 가격을 제안해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 그러나 KT내부 소규모 노조인 KT새노조와 관련 시민단체가 자회사 매각 논란을 제기하며 변수가 발생했다.

      이 논란은 공정가치 계산 오류, 증여세와 법인세 개념 혼재 등으로 전혀 앞뒤가 맞지 않다고 평가받았다. 하지만 롯데카드가 금융회사다보니 대주주 변경에 대한 '적격성' 심사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결국 우선협상대상자 통보후 보름 남짓만인 5월21일 롯데지주가 다시 이사회를 개최, MBK파트너스 컨소시엄으로 인수자를 교체했다. 정작 한앤컴퍼니는 두 달 뒤 해당 의혹과 관련 모든 내용에 혐의가 없다는 결론이 났다.

      인수자 교체 과정은 MBK파트너스가 롯데지주ㆍ한앤코의 배타적 협상기간(Exclusive Period)가 끝나자마자 "가격을 올리겠다"고 인수자문사 크레디트스위스(CS)를 통해 롯데에 제안하면서 본격화됐다. 최종적으로 MBK파트너스의 인수금액은 지분 100%기준 1조7300억원(주당2만3147원)으로 본입찰 당시보다 1000억원 이상 올라갔다.

      추가 협상에서 롯데지주와 MBK파트너스는 "롯데카드 경영권 매각 이후에도 롯데정보통신과의 거래를 13년간 유지한다"는 내용에도 새로 합의했다. 또 롯데카드가 앞으로도 롯데그룹 계열 광고대행사인 대홍기획과의 업무관계를 유지하는 내용도 합의했다. 이는 한앤컴퍼니와 협의에서는 포함되지 않은 내용이지만 롯데지주와 MBK파트너스와 협상 과정에서 신규로 포함된 내역이었다.

      문제는 이 같은 매매조건의 '일감몰아주기' 여부, 그리고 향후 우리카드와의 합병 과정에서 유지 여부다.

      롯데정보통신은 물적분할과 합병, 상장 등을 거치면서 과거 25%에 달했던 신격호 회장ㆍ신동빈 회장 등 오너일가 지분 보유율을 0%로 낮췄다. 이로써 현행 공정거래법의 '총수 사익 편취제한' 대상에서는 벗어나 있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 대기업 계열 시스템통합(SI)업체 가운데 내부거래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이다. 지난 2018년 롯데정보통신 전체 매출의 6912억원 95.9%가 내부 계열사 관련 매출로 채워져 있다. 롯데쇼핑과 롯데카드를 포함한 5개 계열사가 이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또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적용되면 다시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 (오너 일가 지분 20%이상인 회사의 50%이상 자회사)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 롯데지주는 지주사 계열에서 분리를 위한 매각을 진행하면서도 인수자 측에 '그룹 물량 보전'을 요청하고 받아낸 셈이다. 롯데카드가 롯데정보통신과 IT서비스 계약을 유지함에 따라 370억원에 달하는 상각전이익(EBITDA) 증감이 좌우될 것으로 보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추후 수천억원의 매각가격 변동을 일으킬 수 있는 수준에 해당된다.

      관련 기간이 13년에 달하는터라 향후 우리은행이 롯데카드 1대 주주로 변경될 때 변수가 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우리은행은 이번 거래에서는 롯데카드 지분 20% 획득에 그치고 별도 이사회 파견ㆍ콜옵션(Call Option) 조항도 받지 않았다. 하지만 향후 순자산 규모가 비슷한 우리카드와 합병을 진행하면 통합 롯데ㆍ우리카드의 1대 주주로 등극할 수 있게 된다. 즉 PBR 0.8배를 동일하게 적용해 합병할 경우 약 53%에 달하는 롯데ㆍ우리카드 주주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롯데그룹과 맺은 장기간 일감 제공 합의가 이때까지도 유지될 경우. 롯데카드는 우리은행 소속이 됐지만 여전히 롯데그룹에 IT비용과 광고를 맡기면서 비용절감ㆍ이익개선 가능성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이 같은 지적들에 대해 롯데지주는 "M&A계약의 세부항목과 구체적인 내역은 확인하기 어렵다"며 "이로 인해 일감몰아주기 여부인지에 대해서도 그룹 입장을 표명할 수 없다"라고 밝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