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 SK바이오팜…IPO 완주 열쇠는 '해외 투심'
입력 2019.12.03 07:00|수정 2019.12.05 09:33
    SK바이오팜, 내년 상반기 중 국내증시 입성 계획
    FDA 시판 승인에 힘입어 공모 규모 1조원 이상 예상
    조단위 거래라 해외 롱텀펀드 유입에 흥행 좌우 전망
    최근 2년간 국내 IPO 시장 전체 공모 규모 2~3조원대
    해외 기관들의 한국 IPO 시장에 대한 투심 악화 변수
    • 투자은행(IB)업계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로 ‘SK바이오팜’의 기업공개(IPO) 완주 여부가 떠올랐다. SK바이오팜의 신약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시판 승인을 받으면서 사업 측면에선 장밋빛 전망이 예상되지만, 기업가치가 최소 5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만큼 국내 시장에서 소화가 가능할지에 대한 우려도 공존하는 상황이다.

      SK바이오팜은 내년 상반기 유가증권시장 입성을 목표로 지난달 25일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 후 절차를 진행 중이다. SK바이오팜이 개발한 뇌전증 치료 신약인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가 이달 FDA에 판매 승인을 받으면서, 상장 흥행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분위기다.

      회사 측에선 거래소의 상장 승인에 따라 일정을 계획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시장에선 빠르면 1월에도 상장이 가능할 것이란 관측도 있지만, 우선은 내년 상반기를 목표를 IPO를 진행하겠다는 설명이다.

      증권업계에서도 바이오 투자심리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는 등, SK바이오팜의 IPO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하지만 국내 IPO 전체 공모 규모 대비 SK바이오팜의 공모 사이즈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라, IPO를 완주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단 시각도 있다.

      SK바이오팜의 대표주관사는 NH투자증권과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이며, 공동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과 모건스탠리가 맡았다. SK바이오팜과 주관사단은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의 글로벌 시장 가치를 5조원대로 추정하고, 미국 시장점유율(M/S) 확대에 따라 연간 최대 매출액을 1조원 이상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를 감안 SK바이오팜은 공모 규모만 1조원 이상으로 예상된다는 게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국내 IPO 시장 전체 공모 규모가 지난해는 2조원대였고 올해도 3조원 내외로 추정되는 상황이라, 조단위의 IPO 거래가 클로징될 수 있을지는 호언장담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특히 규모가 큰 거래일 수록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투자설명서(OC)가 중요하며, 해외에서 얼마나 주문을 받고 할당을 하느냐에 따라 IPO 흥행도 좌우될 수밖에 없다.

      SK그룹도 이 같은 부분을 고려해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과 수년 전부터 미국증시와 한국증시 중 어느 쪽으로 입성할지 등 의견을 조율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SK바이오팜의 상장 무대가 국내 시장일지라도, 결국은 IPO를 완주하려면 해외 롱텀펀드들이 상당 부분 받아줘야 한다는 것을 내부적으로도 인지하고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즉 국내에선 바이오 투자심리가 개선되는 추세라도 해외에서 국내 IPO 시장을 바라보는 투자심리도 SK바이오팜의 IPO 완주에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SK그룹에선 나스닥 상장을 더 희망한 것으로 알려지지만 IB 관계자 등과 소통하면서 국내증시로 마음을 기울인 것으로 안다”며 “상장 무대는 국내지만 SK바이오팜의 사업적으로 타깃을 삼은 시장이 미국과 유럽인 만큼, 해외 기관들의 이번 IPO에 대한 관심과 주목도 중요하기 때문에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의 임무가 막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롱텀펀드들이 국내 IPO 거래에 유입된 사례가 손에 꼽히는 것도 고려할 부분이다. 통상적으로 이들 롱텀펀드들은 공모 규모가 5000억원 이상인 IPO 딜(Deal)에 참여한다. 일반적인 IPO에 참여하는 해외 기관들은 상대적으로 단기 성격의 헤지펀드 자금이 유입되는 수준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렇다 보니 최근 3년간 국내증시에 상장을 완료한 거래 중 해외 롱텀펀드들이 참여한 건 ‘넷마블’과 ‘ING생명보험(現 오렌지라이프생명보험)’ 정도에 불과하다. 예상 공모 규모가 1조원 이상으로 점쳐졌던 SK루브리컨츠나 홈플러스리츠 등이 IPO 절차를 밟던 중 자진 철회한 것도 해외와 국내에서 모두 만족할 만한 수요를 모으지 못한 탓이 컸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SK그룹이 SK루브리컨츠 때 수요예측 과정에서 기대 이하의 기관 수요가 들어오면서 공모를 철회한 바 있는 만큼, SK바이오팜의 신주 발행 여부 및 규모 등이 시장의 관심사”라며 “SK바이오팜 자체는 성장성이 보이는 회사라는 점에 이견이 없지만, 공모 규모가 조단위를 넘어서는 딜은 IPO 완주하려면 공모 구조나 그 밖의 변수 관리도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