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앤장 '인력 욕심'과 '공격 행보'는 여전…위기의식의 반영?
입력 2019.12.12 07:00|수정 2019.12.16 11:26
    연초 인력 이탈 벌어지며 위기감 짙었지만
    오히려 스타 변호사 영입·주요 거래 독점 현상 더 강해져
    '상황실' 대표되는 선택과 집중 독보적…조단위 매출 확실시
    공격적 확장 이어질 듯…김영무 대표 이후 지배구조는 과제로
    • 김앤장법률사무소(이하 김앤장)가 올해도 법률 자문 시장에서 압도적인 일인자 지위를 놓치지 않았다. 아직 추정치이긴 하지만 올해도 1조원 매출 달성은 물론, 적게는 7% 많게는 13% 가까운 매출 성장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연초만 해도 김앤장을 둘러싼 잡음은 끊이지 않았다. 김앤장 내에서 내부조사(컴플라이언스)와 디지털포렌식 분야 핵심 인력으로 꼽힌 박준기 변호사·최원규 외국 변호사 등이 태평양으로의 자리를 옮긴 것이 시작이었다. 이어 김앤장이 과거 수백억원을 벌었다는 GM 자문과 올해 가장 핫한 거래로 꼽힌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 자문을 태평양이 가져간 것이 로펌 시장에서 회자되기도 했다.

      하지만 한 해가 저물어가는 시점에서 결과는 예상과 전혀 달랐다. 오히려 절치부심한 듯 김앤장은 시장을 또 한 번 평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단 수시로 반복되는 김앤장의 ‘경쟁사 제압 전략' 이 재개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김앤장은 과거 일본·노동·사모펀드(PEF) 자문에 이어, 이번에도 주요 경쟁사 핵심 인력을 속속들이 모셔와 이들의 추격을 원천 차단했다. 올해는 국제중재·공정거래 분야가 타깃이 됐다. 율촌에서 국제중재 팀장을 역임한 김세연 변호사가 김앤장에 합류했다. 여기에 태평양에서 김갑유 변호사의 오른팔로 불렸던 매튜 크리스텐슨 외국 변호사도 김앤장으로 합류시켰다. 이밖에도 공정거래 분야에서 권위자로 꼽히는 광장의 이민호 변호사도 영입해 인력을 강화했다.

      한 대형 로펌 파트너 변호사는 "다른 펌들에서 전략적으로 해당 분야를 세팅하거나 인력을 키워 놓으면 김앤장에서 본격적으로 수익화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인력들을 영입해가는 관행이 자주 거론된다"며 "김앤장 내부에서 해당 팀 인력이 포화상태라거나 당장 일감이 없다고해도 일단 좋은 인력은 김앤장으로 모셔오는데, 다른 업무를 배정하더라도 경쟁사들이 크지 못하도록 견제하는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다른 대형 로펌 파트너 변호사는 “각 펌들도 계약 조건상 나갈 때 특정 클라이언트를 못 데려가게 하거나 심지어 바로 김앤장 등 타 로펌으로 이직하지 못하도록 방어책을 고심하기도 하지만 김앤장이 뛰어난 보수 등으로 러브콜을 보내면 막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스타 변호사들에 그치지 않고 신입 변호사들에 대한 김앤장의 입도선매 현상도 두드러지고 있다. 경쟁사들은 대략 4년 전부터 대형 로펌들의 신입 변호사 중 한 해 최소 3~4명 씩은 입사 확정 이후에 김앤장으로 이탈한다는 푸념을 내놓고 있다. 특히 법무관들의 입사 등 주요 이벤트마다 김영무 창업변호사가 해당 신입 변호사는 물론, 가족과 사내에 근무하는 선후배까지 전부 본인 자택으로 초청하는 등 정성을 쏟으면서 우수 인력을 일찌감치 확보한다는 이야기는 로펌들 사이에 자주 언급되기도 한다.

      이런 인력독점을 바탕으로 김앤장은 기업담당 영역에서 여전히 독보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올해의 경우 조 단위 대기업, PEF 거래(Deal)에 빠짐없이 참여했다. 대성산업가스, 지오영 등의 거래에서는 인수 측과 매각 측 모두를 독점하며 경쟁사들을 허탈하게 한 사례도 나왔다. 또 로펌업계 관계자들 대부분이 예상한 대로 신동빈 회장 형사사건 변호를 바탕으로 롯데그룹 관련 알짜 거래는 모두 김앤장이 선점해가기도 했다. 글로벌 PEF 관련 거래에서의 장악력도 여전하다.

      심지어 최근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글로벌 벤처캐피탈(VC)들의 유니콘 투자에서도 활약을 보였다. 야놀자 및 여기어때, 무신사 투자 등 주요 거래에서 김앤장이 자문을 제공했다. 실력만 보장되면 비용은 큰 이견 없이 지불하던 글로벌 큰 손들이 오히려 최근엔 김앤장이 제시한 가격을 바탕으로 타 로펌들에 단가 인하를 요청하는 현상들도 자주 발견됐다.

    • 로펌들의 전통적인 먹거리인 대기업 오너일가의 위기 대응 관련 일감도 늘어났다. 한국타이어 등 오너 일가들의 형사 사건도 김앤장 먹거리로 떨어지며 부산한 한 해를 보내는 상황이다. 금융사들의 DLF·채용 비리 방어 등 수장들의 인사와 관련한 컴플라이언스 이슈에도 빠짐없이 참여하고 있다.

      이런 김앤장의 시장 독점 행보를 둔 법률시장의 평가는 엇갈린다.

      당장 비판적인 시각이 제기된다. 경쟁사가 막 시작한 업무 영역에서도 더 낮은 단가를 제시하거나 형사사건과 연계해 법률자문사 변경을 유도하는 등 유독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시장을 흐리고 있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대형 로펌 매니지먼트 변호사는 “김앤장은 애초에 법률시장은 절대 경쟁 시장이 아닌 독점시장이라는 신념을 공공연히 드러내 왔다”라며 “다른 로펌 입장에선 시장을 같이 키우는 게 아니라 가끔 ‘너무한 형님’이란 생각도 들 때가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여전히 자원의 ‘효율적 배분’ 측면에서는 다른 대형 로펌이 김앤장의 역량을 따라갈 수 없다는 냉정한 지적도 나온다. 이러다보니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경영진에선 여전히 김영무 김앤장 창업변호사의 역량을 벤치마킹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실제로 김앤장 내에선 이른바 ‘상황실(War Room)’로 불리는 조직이 상시 운영되고 있다. 실무 회의임에도 중요도에 따라 김영무 창업주가 직접 참석해 실무를 챙기고 보고받는다.

      보안 역시 철저하다. 상황실은 물론 사무실 사진이 SNS만 올라와도 회사 차원 경고장이 내려올 정도다. 또 김영무 변호사의 직접적인 지시가 아니더라도 재무팀·감사팀의 지시에 변호사들이 순응하는 구조가 일찌감치 정착됐다는 후문이다. 김앤장 출신 변호사도 “일단 워룸에서 호출이 들어오면 소속변호사에서부터 파트너급까지 기존 하던 일은 모두 미뤄두고 철저히 그 프로젝트에만 몰입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러다보니 김앤장이 타 로펌과 달리 변호사들의 연합체인 특수한 조직 구조임에도, 역량이 집중될 케이스엔 빠른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기존 고객에 경쟁사가 접근하거나 국내 시장에 의미 있는 거래, 주요 고객의 의사결정이 흔들릴 경우 전폭적인 단가 인하까지도 서슴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이런 거래들은 실제 수임료가 낮다고 하더라도 김앤장의 경영진들이 전략적 차원에서 일부 보전해주는 분위기가 마련되어 있다고 로펌업계에는 알려져 있다.

      다만 김앤장의 독점에 대한 '집착'이 오히려 위기의식을 반영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앤장의 노력에도 불구, 과거에 비해 글로벌 고객들에 대한 김앤장의 독점현상은 옅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높은 비용 청구 문제와 경쟁 심화가 결국 원인으로 꼽힌다.

      그간 대부분의 글로벌 다국적 기업은 한국에서 로펌을 선임할 때 본사의 책임변호사 (General Counsel)가 허용 해주는 범위 내에서만 국내 로펌 선임이 가능했다. 그러다보니 글로벌 인지도는 물론, 향후 정부 부처와의 대관 문제 등을 감안해 김앤장을 선택하는 일이 거의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현상은 조금씩 사라지는 추세다. 한 대형로펌 외국 변호사는 “김앤장은 그동안 글로벌 기업들의 한국사무소가 아닌 본사 차원의 운영진을 공략해 마케팅을 해왔는데 최근에는 한국지사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많이 보장되는 분위기“라며 ”애초 비용 문제에 고민이 많았던 글로벌기업들은 김앤장이 아닌 다른 로펌들에도 일을 점점 맡기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실제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 내에서만 해도 김앤장을 독점적으로 써오던 GM·BMW·폭스바겐·만트럭 등이 로펌 선임 기조를 바꿨다.

      또 과거 김앤장처럼 M&A 자문에서 양 측을 모두 자문하는 독점 사례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국내 M&A 거래에서도 매도인과 인수자가 계약서 사인 이후 곧바로 소송에 돌입한다는 농담이 돌 정도로 '중재'가 일상화되면서다. 실제 김앤장이 양측을 자문했던 거래에서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MBK파트너스는 ING생명 인수 후 자살보험금 지급 문제를 두고 ING 홍콩 본사와 중재 소송을 벌였고, 안방보험과 보고펀드도 동양생명의 육류담보대출을 두고 소송을 벌이기도 했다. 해당 '소송'에선 양측 변호를 단일 로펌이 맡지 못하다보니 정작 M&A 과정에서 정보에 밝은 법률자문사는 배제되는 현상이 벌어지는 셈이다. 고객입장에선 새 로펌을 찾는 등 추가 법률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아울러 김앤장이 조 단위 매출에 집착하면서 오히려 조직의 긴장도가 극대화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중요 고객으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전통적으로 김앤장을 찾아온 '기존 고객'의 경우. 김앤장이 정해진 매출한도(수수료 CAP) 이상의 노력을 들이기 구조적으로 어렵다. 자연스레 기존 고객들은 불만을 표명하기 마련이다.

      이런 문제들은 결국 김앤장 특유의 지배구조에 대한 지속가능성의 문제로 귀결되고 있다. 뛰어난 역량을 가진 창업자가 채용에서 인력투입, 배분까지 의사결정에 적극 관여하면서 현재의 매출과 영향력이 마련되고 유지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거꾸로 언급하면 이후의 지배구조가 어떻게 마련되느냐에 따라 현재 김앤장이 '조직'으로서 갖춘 역량이 유지될지는 미지수라는 의미다.

      대형로펌 파트너 변호사는 "김앤장 변호사들이 비변호사들인 재무팀·감사팀의 지시까지 일사천리로 따르는 것은 결국 압도적인 김앤장의 성장과 이에 따른 높은 처우에서 비롯되는데, 이부분이 흔들리면 언제든 이탈될 수 있는 인력들"이라면서 "결국 인센티브를 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지금의 공격적 매출 확대 기조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