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는 어쩌지'…롯데 '인사 태풍'에 난감해진 IB들
입력 2019.12.23 07:00|수정 2019.12.20 19:01
    호텔·컬처웍스·코리아세븐 등 IPO 검토 계열사 수장 교체
    호텔롯데는 IPO 기대감 커지는 반면 나머진 '리셋' 우려
    롯데그룹의 'IPO 계속 검토' 기조는 큰 변화 없다는 설명
    시장에서 거론되던 '롯데 IPO 후보' 의미가 없어질 수도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비상경영체제 선언에 이어 대규모 인적 쇄신에 칼을 빼들면서, 증권사 기업금융(IB) 담당자들도 함께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번 인사로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 기대감은 커진 반면, 나머지 계열사의 IPO는 오히려 '원점 검토'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롯데그룹은 최근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를 표방하며 전체 계열사의 40%가 넘는 22개사의 수장을 교체하는 초강수를 뒀다. 호텔&서비스BU장을 맡았던 송용덕 부회장은 롯데지주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으며 신임 호텔&서비스BU장에는 재무혁신실장인 이봉철 사장, 호텔롯데 대표이사는 김현식 전무가 맡는다.

      호텔 관련 인사에 대해서는 IB들의 기대감이 확대되는 눈치다. 그룹 '재무통'인 이봉철 사장이 호텔&서비스BU장으로 왔다는 것은 호텔롯데 IPO 재개가 임박했다는 시그널로 해석된다는 분석이다. 실제 롯데 측에서도 이봉철 호텔&서비스BU장이 향후 호텔롯데 IPO 등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는 데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내년에 IPO 준비가 본격화될 전망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호텔롯데로 입사해 여러 사업 부문을 두루 경험한 김현식 전무가 호텔롯데 대표에 앉은 것 역시 숫자(실적)를 만들어 빠른 시일 내에 IPO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는 진단이다.

      반면 그간 물망에 올랐던 다른 롯데 IPO는 준비 기간이 더 오래 걸리거나 '리셋'(Reset)될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증권업계에서는 호텔롯데 외에도 롯데컬처웍스ㆍ코리아세븐ㆍ롯데렌탈ㆍ롯데건설 등이 향후 롯데그룹 IPO 후보들로 여전히 거론되는 상황이다. 전반적으로 '실적'이 발목을 잡히고 있지만 표면상으론 상장할 만한 비상장사들이란 평가다.

      롯데 측에서도 '성장성과 이익이 담보된 계열사의 IPO를 계속 검토할 것'이란 기조에 변함이 없는 상태라, 최근까지도 IB들이 롯데 관계자들과 접촉하면서 IPO 관련해 꾸준히 논의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 보니 비교적 IPO가 머지않은 것으로 알려지는 롯데컬처웍스와 코리아세븐 등의 대표이사들의 교체는 IB들 입장에서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롯데컬처웍스 대표이사로는 기원규 전무가, 코리아세븐 대표이사로는 최경호 전무가 이름을 올렸다.

      특히 메가박스 IPO 이후 시장에 출현할 것으로 점쳐졌던 롯데컬처웍스의 경우 기원규 전무가 지주에서 이동해온 만큼, IPO뿐만 아니라 매각 등 ‘투트랙’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대주주인 롯데쇼핑의 인사 '물갈이' 역시 롯데컬처웍스의 IPO 향방을 가늠할 수 없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또한 전무급의 비교적 젋은 인사들이 대표이사 자리를 꿰찬 계열사일수록 변화도 클 전망이다. 이런 점에서 코리아세븐도 그간 IPO를 검토했던 사항들이나 인력 등의 변화가 예상된다는 평가다.

      IB업계에 따르면 대표이사가 교체되거나 대규모 인사 이동이 있을 때 IPO 검토 사항이나 담당 인력 등이 리셋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설령 IPO를 본격화하기 위해 대표이사가 교체됐더라도, 헤드가 바뀔 경우 내부 검토 사항을 보고하고 추가 진행하는 등 시간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대기업 IPO의 경우 큰 그림은 증권사 IB들과 지주 재무팀 등이 논의하더라도 각 계열사에서 IPO 관련 자료 작업을 하는 만큼, 해당 계열사의 대표급 인사 변화가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롯데지주 재무혁신실장이 교체되는 점도 IB들이 신경쓰는 부분이다. 이봉철 사장의 이동으로 추광식 전무(기존 재무1팀장)가 재무혁신실을 담당하게 되면서, 기존 IPO 관련 재무적 검토 사항이 의미가 없어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IB업계 관계자는 "IPO 예정 계열사 대표들이 '전무급' 인사들로 배치된 만큼 변화가 클뿐더러, 그간 시장에서 거론되던 'IPO 후보'들이 의미가 없어질 수도 있다"며 "증권사 IPO 담당자들 입장에선 롯데그룹이 중요한 그룹사 중 하나인 만큼 이번 대규모 인사 변화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