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음 계속 되는 이스타 M&A…제주항공 관심은 에어부산으로?
입력 2020.01.29 07:00|수정 2020.01.28 18:41
    IB업계, 에어부산 매물 출회 가능성 제기
    인천 중심 제주, 에어부산 인수시 시너지
    에어부산 기다리면서 이스타 가격 낮출 가능성
    • 애경그룹의 이스타항공 M&A(인수·합병)가 실사 과정에서 난항 중이다. 투자은행(IB)업계 내에선 이를 두고 애경이 이스타항공이 아닌 에어부산 인수 검토로 선회하려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MOU 단계에서 시간을 끌며 에어부산 매물화를 기다리거나, 이를 가격협상 요소로 활용해 이스타항공 구주 가격을 낮출 가능성도 거론된다.

      애경그룹은 내달 중 이스타항공과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목표로 실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 매매대금의 일부로 115억원의 계약금을 이스타항공 측에 납입했지만 실사 중 우발사항과 같은 계약해지 요소가 발견된 것으로 파악된다.

      리스비용 부담은 운용리스 비중이 높은 항공사 모두에 해당되지만, 이스타항공은 리스부채에 대한 이자비용도 내기 어려울 정도로 재무구조가 악화해 있다. 한 증권사 항공 담당 연구원은 “타 항공사 대비 신용도가 좋지 않은 이스타항공은 이자가 보다 높게 책정되는 부분이 있다. 여기에 항공기 2대는 운영조차 막혀 있어 수익은 줄고 지출만 계속 생기는 부담이 따르고 있다”며 “이자비용조차 내기 힘들 정도로 재무구조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스타항공은 현재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상태로 알려진다. 2018년말 기준 이스타항공의 부채비율은 484.4%, 자본잠식률은 47.9% 수준이었다. 항공업계 전반이 침체를 겪었던 지난해 이후로 부침이 더 심해졌다는 분석이다.

      그나마 프리미엄이 있었던 중국 운수권도 수익이 나기 어려운 슬롯을 배정받아 기대만큼 매력도가 크지 않다. 지난해 5월 이스타항공(27회)은 제주항공(35회), 티웨이항공(35회)과 함께 국토교통부로부터 중국 운수권을 배분 받았다. 하지만 중국 항공사가 가져가는 주요 알짜 시간대를 빼면 국내에 배정된 슬롯은 늦은 밤 시간대로, 실적까지 연결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당초 중국 운수권을 고평가했던 제주항공도 비슷한 상황을 겪으면서 이스타항공의 이점을 공감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다.

      열위한 재무구조와 특색 없는 중국 운수권에도 불구하고 애경이 이스타항공에 눈독을 들였던 이유는 ‘외형 확장’이다. 제주항공(45대)과 이스타항공(23대)의 보유 항공기를 합치면 총 68대로, 2위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86대)과 격차를 좁힐 수 있다.

      이 장점은 이스타항공 인수로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른 더 좋은 조건의 매물이 나오면 애경의 생각은 달라질 수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 측이 최근 한 사모투자펀드 운용사에 잠정적으로 에어부산 매각에 대한 물밑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에어부산은 이스타항공(23대)보다 더 많은 항공기(26대)를 보유하고 있는 부산 거점 항공사다. 완전자본잠식인 이스타항공에 비해선 인수 후 재무 부담도 비교적 덜하다.

      공정거래법 위반 여지 해소를 위해 HDC현대산업개발이 에어부산을 처리해야하는 데는 2년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다. 이에 시장에선 그간 에어부산을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범현대가가 추후 에어부산 잔여 지분을 전량 인수하거나 혹은 매물로 나오더라도 아직 시간이 꽤 남았다는 점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에어부산의 매물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애경이 에어부산으로 관심을 돌릴 수 있는 변수가 생겼다는 평가다. 애경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도 에어부산 단독 인수에 관심이 있음을 어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제주항공의 약점인 부산 쪽 노선은 에어부산의 최대 강점이다. 인천·제주·김포·무안공항 4곳을 허브공항으로 두고 있는 제주항공이 에어부산을 인수하면 김해공항까지 품에 안아 접근성이 전국적으로 확장될 수 있다. 단위비용이 올라가도 규모의 경제가 이를 상쇄할 수 있다는 평가다.

      에어부산 인수로 애경이 급선회하기는 쉽진 않을 거란 의견도 있다. 한 증권사 항공 담당 연구원은 “이미 계약금 115억원을 납부해 계약을 무르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면서 “에어부산 지분 49%를 들고 있는 부산시와 부산지역 기업체들 및 소액주주들이 제주항공에 승인을 내주기 어려운 점도 감안해야 한다. 부산시 입장에선 부산 거점 항공사가 제주항공에 인수되는 그림이 썩 달갑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에어부산 인수가 불가능해지더라도 애경 입장에서 손해 볼 것은 없다. 실제로 이스타항공 인수 과정이 지연되면서 초조해진 쪽은 이스타항공이다. 가장 유력한, 어쩌면 유일한 인수 후보자인 제주항공과의 딜이 무산되면 잃는 것이 너무 많다.

      이스타항공의 완전자본잠식 상황이 1년 이상 지속될 경우 국토부 장관으로부터 재무구조 개선 명령을 받을 수 있다. 항공사업법에 따르면 이 자본잠식 기간이 2년 지속되면 면허 취소나 사업 정지까지 당할 수 있어 자본금 수혈이 시급하다. 대주주이자 최근 총선 출마를 선언한 이상직 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입장에서도 지분 매각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상황은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이를 두고 “애경이 해당 딜에서 키를 쥐고 있는 상황인데 최대한 MOU(양해각서) 단계에서 시간을 끌며 에어부산 매각 공식화를 기다리거나 우발사항 등 계약해지 요소를 협상에 활용해 이스타항공 가격을 낮출 가능성이 있다”면서 “더 좋은 조건의 대상을 물색하려다 '발만 담그고 뺀다'는 평가도 따를 수 있는 데다 결국엔 둘 다 놓치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