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신한금융투자, '라임 PBS' 관여 확인되면 종투사 취소 가능
입력 2020.01.29 07:00|수정 2020.01.30 10:04
    금감원, 증권사 PBS 업무 연계 불법행위 중점 조사 계획
    신금투, 무역펀드 외에도 오랜 기간 라임운용에 PBS 제공
    라임운용에 제공한 PBS 문제 발견 시 '종투사' 취소 우려도
    • 신한금융투자가 '라임 사태'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초대형 투자은행(IB) 플랜에 차질이 빚어졌을뿐만 아니라, 증권업계에선 최악의 경우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라이선스마저 반납해야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분위기다.

      금융감독원은 현재 진행 중인 자체 실사와는 별개로 라임자산운용과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고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를 제공한 신한금투가 무역금융 펀드 부실을 미리 알았고 공모한 정황이 있다고 잠정 판단을 내린 상황이다. 법원에서 관련 사안에 대한 판단을 내리면 징계 등을 확정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신한금투를 라임 사태의 '공범'으로 보고 있다. 무역금융 펀드뿐만 아니라 환매자금 돌려막기 의혹을 받는 크레디트인슈어런스펀드에도 신한금투 PBS가 얽혀있는 까닭이다. 신한금투는 무역금융 펀드에 3600억원가량을 대출했으며, 크레디트인슈어런스펀드와도 1700억원 규모의 TRS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 법무법인 한누리도 펀드 투자자를 대리해 라임운용과 신한금투 등을 사기혐의로 동반 고소했다. 단순 자금 지원뿐만 아니라 펀드 기획 및 운용에 개입했다는 주장이다.

      현재 신한금투가 받고 있는 혐의는 라임자산운용과 맺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을 했는지, 자본시장법 위반은 없었는지 등이다.

      '희대의 금융사기'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 등 사안이 중대하다 보니 증권업계에서는 신한금투가 PBS 업무와 연계한 불법행위가 발견된다면 초대형 IB가 문제가 아니라, 기존의 종투사 라이선스도 위태로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그동안 증권사들이 종투사 지정을 희망한 이유는 PBS 업무를 할 수 있는 까닭이 컸다. PBS는 증권사가 (헤지펀드)운용사에 대출·증권대여·자문·리서치 등을 제공하고 수수료를 받는 서비스로, 자본시장법에 따라 허가를 받은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종투사만이 사업을 할 수 있다.

      현재까지 금융위원회가 지정한 종투사는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메리츠증권 ▲하나금융투자 등이 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PBS와 관련해 신한금투 중대한 문제가 발견될 경우 금융위원회가 종투사 라이선스를 박탈할 수 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77조의2(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지정 등)를 살펴보면, 금융위는 증권사의 '신용공여 업무수행에 따른 위험관리 능력 등을 고려'(제1항 4호)해서 종투사를 지정하고 있다. 또한 종투사가 제1항 각 호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 금융위가 종투사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의 입장은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지난해 12월 해외 실사를 다녀오고 얼마 지나지 않은 데다 현재 검찰 등에서도 한창 조사가 진행 중이라, 섣불리 말을 하기엔 모호하다는 설명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위가 종투사를 지정할 때 제1항 각 호의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지 법률적인 부분을 살필뿐만 아니라 인가 심사과정에서 그 밖의 정성적 평가도 반영한다"며 "지정 취소 역시 마찬가지의 요소를 고려해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해서 부여한 라이선스인데도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은 해당 사업을 승인해준 금융당국 입장에서도 난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이 올해 증권사의 PBS 업무와 연계한 불법행위를 중점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라며 팔을 걷어붙인 상황이라, 앞으로도 후폭풍이 예상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신한금투가 라임운용의 다른 펀드에도 PBS를 제공한 만큼, 연쇄적인 문제가 발견된다면 회사가 더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한금투는 문제가 된 펀드 외에도 오랜 기간 라임운용에 PBS를 제공해 왔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재(1월17일 기준) 라임운용이 운용 중인 한국형 헤지펀드 중 절반가량(40개 중 18개)에 신한금투가 PBS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라임운용 외에도 의심을 사고 있는 운용사들이 있는 상황이라, 신한금투 포함 다른 증권사들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관련 조사가 최소 6개월은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그동안 신한금투의 사업적인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라며 "각종 악재로 초대형 IB는커녕 종투사 라이선스마저도 불안하다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라, 실적 악영향에 대한 고민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금투 관계자는 "현재로선 종투사 라이선스 반납 등에 대해선 전혀 고려되는 바가 없는 것으로 안다"라며 "현재 PBS 관련 불법행위 등의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 일단은 결과가 나와봐야 알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